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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臺(백운대에 올라)
白雲臺(백운대에 올라) 백운대 朴齊家(박제가) 地 水 俱 纖 竟 是 涯 땅과 물이 맞닿는 가는 선이 경계선이 되었고 지수구섬경시애 圓 蒼 所 覆 界 如 絲 푸른 하늘이 덮인 경계는 실금과 같아라! 원창소부계여사 浮 生 不 翅 微 如 粟 뜬 구름 같은 인생이란 작아서 좁쌀인양 한데 부생불시미여속 坐 念 山 枯 石 爛 時 앉아서 산 마르고 돌 문드러지는 때를 생각한다. 좌념산고석란시 【 註釋 】白雲臺 백운대(서울 삼각산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로 836m), 地水 지수(땅과 물/대지와 바다), 俱 구(함께/모두), 纖 섬(가늘다), 俱纖 구섬(함께 가늠/땅과 물의 경계가 섬세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의미), 竟 경(마치다/지경), 涯 애(물가/끝/한계), 竟是涯 경시애(궁극의 한계), 圓蒼 원창(둥글고 높은 하늘에 드리운 푸른 하늘), 覆 부/복(덮다 부/뒤집히다 복), 所覆 소부(덮은바), 浮 부(뜨다), 翅 시(날개/다만, 단지=啻뿐 시), 不翅 불시(…뿐만 아니라=不啻불시), 微 미(작다), 粟 속(조), 微如粟 미여속(조알 같이 작음), 坐念 좌념(앉아서 생각함/부질없이 생각함), 枯 고(마르다), 山枯 산고(산의 초목이 마름), 爛 란(문드러지다), 石爛 석란(돌이 문드러지다), 山枯石爛 산고석란(지구의 종말을 의미) 【 作者 】朴齊家박제가(1750 영조26～1805?) :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박지원의 문하에서 실학을 연구했다. 본관은 밀양, 자는 次修차수 ․在先재선 ․ 修其수기이며, 호는 楚亭초정 ․ 葦杭위항도인이다. 승지 박평의 서자로 한양에서 태어났다. 사은사로 청나라를 다녀와 北學議북학의를 저술하였으며, 북학파를 형성했다.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본받아 생산기술을 향상시키고 통상무역을 통해 이용후생을 실현할 것을 주장하였다. 글씨와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다. 【 評說 】 백운대에 올라 천지를 조망하다 작자가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 천지를 조망한 소감을 읊은 詩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광대무변한 우주와 시간 앞에 서서 자신의 미미함 을 실감하고, 스스로를 성찰해 보는 모습이다. 저 멀리 바다와 육지가 맞닿아 이룬 그 선을 纖섬이라 하였고, 푸른 하늘이 바다와 맞닿아 이룬 선을 絲사라 하였다. 땅과 바다와 하늘로 이루어진 무한한 우주공간 속에서 나란 도대체 무엇일까? 백운대에 앉아 태초에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언젠가는 산천초목이 다마르고, 돌도 닳아 문드러지는 지상의 종말이 올 수 있겠구나 하며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가 인생이 고작 滄海一粟창해일속에 불과한데 무슨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냐며 퍼뜩 정신이 들었다고 할까? 한편, 작자가 살던 당시 조선사회는 개혁군주인 영 ․ 정조를 거치면서 다소 사회의 안정을 찾았으나 여전히 모순 덩어리였다. 작자는 실학자로 일찍이 북경을 드나들며 선진문물에 눈을 떴으니, 선각자의 눈으로 보면 조선사회는 개혁의 대상이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조선재정의 주류를 이루던 田政전정 ․ 軍政군정 ․ 還穀환곡 등 세 가지 수취체제가 변질되어 부정부패로 나타나 치유불능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이를 삼정의 문란이라고 한다. 후에 홍경래의 난이나 농민항쟁으로 이어지면서 조선은 걷잡을 수 없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때 조선의 당시 시대상을 담은 詩들이 등장한다. 박제가도 ‘종성의 나그네 노래’(愁州客詞수주객사)라는 5언 절구 79수의 연작시를 제작했다. 이것은 함경도 종성지역의 백성과 풍속을 담은 것으로 당시 핍박받던 민중의 삶을 짧지만 인상적으로 나타냈는데, 일부를 소개한다. 足凍姑撒尿(족동고살뇨) 언 발에 오줌 누어 어찌하랴? 須臾必倍寒(수유필배한) 금방 곱절이나 추워질 것이다. 今年糴不了(금년적불료) 금년에 환곡을 갚지 못했는데 明年知大難(명년지대난) 명년은 크게 어려워질 것임을 알겠다. * 撒 살(뿌리다), 姑 고(시어미/어조사), 須臾 수유(잠시), 糴 적(쌀을 사들이다) 催租未發聲(최조미발성) 세금 재촉해도 소리 한번 못 내지만 見面心先駭(견면심선해) 얼굴을 보면 마음이 먼저 놀란다. 布直姑低昻(포치고저앙) 베 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야 一任官門買(일임관문매) 관아에서 사는 가격에 따라 달렸다. * 催 최(재촉하다), 駭 해(놀라다), 直 직/치(곧다 직/값 치), 昻 앙(오르다) 이들 詩에서 백성들에게 부과되는 과다한 세금문제를 거론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을 인용하여 임시로 꾸어먹은 환곡이 빈민대책이 되지 못함을 꼬집었다. 베를 열심히 짜서 관아에 세금으로 바치지만 관아에서 임의로 가격을 헐값으로 매기니 하소연할 데가 없는 민중의 삶이 나타나 있다. 자신의 강개한 목소리를 들어내지 않았지만 냉정하게 풍속화를 그리듯이 사실대로 그려 놓았으니, 그 당시 살았던 백성들의 처참한 시대상을 눈으로 보는 듯하다. 작자는 중국과 조선을 두루 여행했다. 한번은 평양성에 머물다가 밤에 평양성에 올라 대동강과 연광정을 노래한 詩인 ‘夜登平壤城’야등평양성을 남겼다. 長派夜動練光亭 긴 물결이 밤에 연광정을 일렁이는데 장파야동련광정 白白城根倒亂星 성 밑 물 위에는 하얗고 하얀 별들이 어지러이 거꾸로 박혀있다. 백백성근도란성 冷月升空烟降地 찬 달은 하늘로 오르고 안개는 땅으로 내려 걷히고 냉월승공연강지 櫓鳴如織樹蒼靑 노 젓는 소리가 베 짜는 소리처럼 울고 숲은 푸르다 로명여직수창청 * 練光亭 연광정(대동강이 보이는 정자이름), 倒 도(넘어지다/거꾸로), 升 승(되/오르다), 櫓 로(노:배 젓는 기구), 鳴 명(울다), 織 직(베를 짜다) 평양성 밑을 돌아 대동강 밤물이 출렁이며 흐르는데, 그 물위에는 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거꾸로 박혀있다. 안개가 걷히며 차가운 달이 솟아오르는데, 달빛 속에 노 젓는 소리가 베틀의 철거덕거리는 소리처럼 들려오고 저 멀리 숲은 푸르디푸르다. 긴 물결, 하얀 별, 밝은 달, 노 젓는 소리, 푸른 숲 등 연광정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 폭의 그림처럼 전개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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