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問答
산중문답

                                                      李白(이백)


問余何意捿碧山 나에게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물으면
문여하의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웃고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다.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복숭아 꽃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노니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인간 세상이 아닌 다른 별천지가 있다오!
별유천지비인간



* 작자 이백은 701년에 태어나 사천성 금주(錦州) 창명현(彰明縣) 청련향(靑蓮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년이 된 후에도 고향을 잊지 못해 호를 청련거사(靑蓮居士)라고 하였다. 십사오세쯤 10년 공부를 기약하고 대광산(大匡山) 중화대명사(中和大明寺)에서 은거생활을 하였다. 10년간 각고의 노력을 거쳐 文武문무에 성취를 이루었고, 어느덧 24세(724년)에 헌헌장부가 되었다


푸른 산에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이 詩는 詩의 뜻이 담백하고 高遠고원하며, 脫俗탈속의 경지를 표현한 것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황홀한 지경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다.

처음부터 물음에서 시작한 독특한 형식인데, 詩의 제목을 일명 ‘山中答俗人’ 산중답속인 이라고도 한다. 물음(問)의 주인공은 속인이고, 대답하는 나(余)는 이백 자신이다.
왜 푸른 산에 사느냐?(問余何意棲碧山)며 독자의 주의를 불러 일으켜 놓고는 갑자기 붓을 휘둘러 ‘웃고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스스로 한가하다’(笑而不答心自閑)라고 하였다.

웃는다(笑)에서 시인이 무언가의 기쁨과 긍지의 마음을 표현했고, 가볍고도 유쾌한 기분을 조성했는데, ‘웃고 대답 않는다’(笑而不答)에서는 다소 신비한 색채마저 감돌며 궁금증을 일으켜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마음이 한가하다’(心自閑)는 의미야말로 바로 푸른 산(碧山)에 살고 있는 이유라고 하겠다. 단지 마음은 悠然유연하고 자연스러워 이곳 푸른 산에 거처하는 오묘한 점을 그대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어서 복숭아꽃이 물 따라 아득히 떠내려가는(桃花流水杳然去)모습이야말로 내가 사는 푸른 산의 경치이고, 이곳이야말로 인간세상과는 다른 세계라고 하였다. 복숭아꽃이 시냇물 따라 흘러 아득히 멀어지는 경치에서 ‘떨어진 꽃이 물결 따라 흘러가고 봄도 갔다’(流水落花春去)는 형태의 의기소침한 情調정조는 찾아볼 수 없고, 반대로 이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境地경지를 동경하게 하고 찬탄하게 한다.

고인들은 ‘詩는 뜻을 귀히 여기고(詩貴意), 뜻은 고원한 것을 귀하게, 가까운 것을 귀히 여기지 않는다.(意貴遠, 不貴近), 담백을 귀하게, 농후한 것을 귀히 여기지 않는다.’(貴淡不貴濃)하였다. 이백의 詩 ‘山中問答’은 ‘모두 담백하나 더욱 농후하며, 얕으면서 더욱 고원한데, 가히 知者지자와 더불어 논할 수 있으나, 속인과 함께 말하기 어렵다’(皆淡而愈濃, 近而愈遠, 可與知者道, 難與俗人言)고 하였다.

이 詩가 格律격률에 맞지 않는 古絶고절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것이 소박하여 자연스러우며, 유유자적한 맛을 주어 詩를 감싸고도는 情調정조와 여운이 메아리쳐 다가온다.

* 註 : 答 답(대답하다/팥), 余 여(나), 何意 하의(무슨 뜻/ 何事하사로 된 곳도 있음), 捿 서(살다/깃들이다), 碧 벽(푸르다/푸른 옥돌), 笑 소(웃다), 不答 부답(대답하지 않다), 閑 한(한가하다/막다), 桃 도(복숭아), 桃花 도화(복숭아꽃), 杳 묘(멀다/어둡다), 杳然 묘연(아득하고 먼 모양), 別 별(나누다/다르다), 非 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