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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過山村 (비 내리는 산골마을)
雨過山村 (비 내리는 산골마을) 우과산촌 王建(왕건) 雨裏鷄鳴一兩家 비 내리는 산골 마을 한두 집에서 닭이 울어대고 우리계명일량가 竹溪村路板橋斜 대나무 개울가 시골길에 나무다리 비껴있다. 죽계촌로판교사 婦姑相喚浴蠶去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부르며 누에씨를 고르기 위해 가는데 부고상환욕잠거 閑着中庭梔子花 뜰 가운데 치자 꽃만 한가롭게 피어있다. 한착중정치자화 * 王建왕건(생몰년 미상)은 中唐중당(766∼835)시기의 시인으로 자는 仲初중초이고 潁川영천(지금의 하남성) 사람이다. 벼슬은 陜州협주사마에 이르렀고, 樂府詩악부시에 뛰어나 장적과 함께 ‘張王樂府’장왕악부라 칭송되었다. 비 내리는 산골마을 이 詩는 山水田園詩산수전원시로서 산촌의 농가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노래한 詩情畵意시정화의가 농후한 작품이다. 詩의 첫머리에서 ‘비가 차분히 내리는 가운데 닭 울음소리가 한두 집에서 들린다’(雨裏鷄鳴一兩家)고 하여, 여기저기 집들이 뜨문뜨문 흩어져 마을이 구성된 산촌의 특색을 나타냈다. 대나무가 우거진 개울가 시골길에서 산촌의 그윽함(幽玄)이 드러났는데, 마치 詩를 따라 부슬부슬 내리는 비속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작은 시골길을 따라 걷고 있노라면 바람에 대나무 잎이 나부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고, 길옆으로 시냇물은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듯하다. 대나무 우거긴 시골길(竹溪村路)을 걷고 있는데, 문득 눈앞에 시내를 가로지르는 작은 나무다리(板橋)가 나타났다. 이것으로 비 내리는 산촌 경치가 모두 드러났다. 이러한 고요한 산촌의 분위기속에서 정적을 깨듯이 갑자기 姑婦고부간에 서로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서 누에씨(蠶種)를 고르기 위해 가자고 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부르며 일하러 가는 다정한 모습에서 고부간의 갈등은 찾아볼 수 없고, 그냥 화목하고 아름다운 정경이다. 浴蠶욕잠은 소금물로 누에씨를 씻고 고른다는 의미이고, ‘蠶書’잠서에 ‘누에는 용의 정령이며(蠶爲龍精), 음력 이월이 되면 그 누에 종자를 씻는다(月値大火(二月)則浴其種)’하였다. 농번기가 다가와 비가 오는 것을 무릅쓰고 여인들조차 ‘浴蠶’욕잠 하러 나가는 모습에서 농가의 바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산촌의 그 누구도 한가한 틈이 없는데, 다만 정원에 서있는 치자나무만 꽃이 만발하여 한가롭다. 보고 즐기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비에 젖은 치자 꽃과 은은히 퍼져 나가는 치자향기에서 산촌풍경이 돋보인다. 한편, 梔子花치자화는 일명 ‘同心花’동심화 라고 하는데, 종래 ‘애정의 상징’으로 비유되어, 젊은 처녀들이 하얀 치자 꽃을 즐겨 땄다고 한다. 치자 꽃이 만발하였으나 바쁜 농촌에서 치자 꽃을 따고 있는 처녀 하나 찾아볼 수 없는데, 더욱이 애정이나 논하고 있을 한가한 틈은 없지 않을까! * 註 : 裏 리(속/안), 鷄 계(닭), 鳴 명(울다), 竹溪 죽계(대나무 숲으로 이어진 작은 시내), 板 판(널빤지), 橋 교(다리), 板橋 판교(판자로 만들어진 다리), 斜 사(비끼다), 婦 부(며느리), 姑 고(시어미), 喚 환(부르다), 浴 욕(목욕하다), 蠶 잠(누에), 浴蠶 욕잠(옛날 소금물을 이용해서 누에씨(蠶種)를 고르는 것을 말함), 閑 한(한가하다), 着 착(붙다/어조사:…한 채로 있다), 梔 치(치자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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