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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居(산 속에 살다)
山居(산 속에 살다) 산거 徐敬德(서경덕) 花 潭 一 草 廬 화담에 있는 초가집 하나 화담일초려 瀟 灑 類 僊 居 신선이 사는 곳인 양 맑고 깨끗하다. 소쇄유선거 山 簇 開 軒 面 앞창을 열면 산들이 모여들고 산주개헌면 泉 絃 咽 枕 虛 샘물소리 거문고 가락인 양 베개 맡에서 운다. 천현열침허 洞 幽 風 淡 蕩 골짜기 깊으니 바람은 맑게 흩어지고 동유풍담탕 境 僻 樹 扶 疎 사는 곳이 외지니 나무도 사방으로 활갯짓 한다. 경벽수부소 中 有 逍 遙 子 이 가운데 유유자적하는 사람 있으니 중유소요자 淸 朝 好 讀 書 맑은 아침에 글 읽기를 좋아 한다네. 청조호독서 【 註釋 】花潭 화담(개성 동문밖에 있는 지명/작자의 호), 潭 담(깊다/못), 廬 려(오두막집), 瀟 소(강 이름/물이 맑고 깊다), 灑(물을 뿌리다/씻다), 瀟灑 소쇄(기운이 맑고 깨끗하다),類 류(무리/비슷하다), 僊 선(신선), 簇 족/주(조릿대 족/모이다 주), 山簇 산주(산들이 한곳으로 모여들다), 軒 헌(추녀/집), 軒面 헌면(집 앞면의 창), 泉 천(샘), 絃 현(악기 줄/현악기), 泉絃 천현(샘물소리를 거문고 가락에 비유), 咽 열(목메다/삼키다), 枕 침(베개/잠자다), 枕虛 침허(베개 맡/枕頭침두), 洞 동(골/골짜기/굴), 幽 유(그윽하다/멀다), 洞幽 동유(골짜기가 그윽하다/깊다), 淡 담(묽다/담백하다), 蕩 탕(쓸어버리다/흩어지다), 淡蕩 담탕(맑게 흩어지다), 境 경(지경/곳), 僻 벽(후미지다/치우치다), 境僻 경벽(장소가 외지다), 扶 부(돕다/떠받치다), 疎 소(트다/멀다=疏), 扶疎 부소(나뭇가지가 자라서 사방으로 뻗은 모양), 逍 소(거닐다), 遙 요(멀다), 逍遙子 소요자(유유자적 소요하는 사람) 【 作者 】徐敬德서경덕(1489 성종20～1546 명종1) : 조선 전기의 학자이다. 본관은 당성, 자는 可久가구, 호는 花潭화담이다. 일찍이 벼슬에 뜻을 두지 않았고, 성리학 연구에 전념하여 理氣一元論이기일원론을 체계화했다. 道學도학을 비롯하여 象數學상수학 및 易學역학 등을 연구하면서 한 생애를 보낸 도학자이다. 저서에 ‘花潭集’화담집이 있으며, 시호는 文康문강이다. 【 評說 】 맑은 아침에 글 읽기를 좋아하다 화담에 은거하여 지내는 隱逸者은일자의 탈속한 閑情한정을 그려냈다. 첫 시작에서 화담에 위치한 초가 한 칸이 맑고 깨끗하여 신선이 살만하다고 하여 작자가 살고 있는 곳이 탈속한 경치임을 나타냈다. 이어서 가고 머물고 앉고 누워도(行住坐臥) 보고 들려오는 것은 오직 자연의 즐거움뿐이다. 창문을 여니 사방의 산들이 朝服조복하듯이 모여드는데, 모든 산들이 한곳으로 모여드는 求心點구심점에 자신이 살고 있는 초가가 위치하고 있다. 베개를 높이 베고 누우니 퐁퐁 솟아오르는 샘물의 맑은 소리가 거문고 가락인양 청아한 자연의 음악을 끝임 없이 들려준다. 3연에서는 작자가 살고 있는 골짜기가 깊고 후미져서 바람도 맑고 나무들도 본래 성정대로 활개 치듯 자란다고 하였다. 자연 환경을 내세워 無碍自得무애자득하게 살아가는 작자의 생활 모습을 은연중에 나타냈다. 마지막에 이러한 대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소요하기도 하고, 독서에 심취하기도 한다는 儒者유자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은미해보면, 작자가 성리학자라기 보다 오히려 逍遙自在소요자재하며 淸靜無爲청정무위를 추구하는 道家도가의 隱逸者은일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숨어사는 선비의 자화상일 것이다. 작자는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화담에 은거하여 存心養性존심양성 공부와 수련을 통해 오욕칠정을 닦아내어 도학의 상당한 경지에 도달하였으며, 도덕군자로서 후세에 까지 이름을 떨쳤다. 또 그가 체계화한 理氣一元論이기일원론은 후세의 학자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하여 黃眞伊황진이가 서 화담을 평생토록 사모하여 술과 고기를 준비하여 가끔 화담의 초가를 찾아 가서 마음껏 즐겁게 놀았다고 한다. 황진이가 늘 말하기를 “知足지족 노선사는 삼십년 면벽수도를 했어도 나한테 무너졌지만, 오직 화담 선생만은 여러 해를 가까이 지내왔어도 끝내 문란한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으니 이분 이야말로 참다운 聖人성인이다.”라고 했다. 작자 서경덕이 남긴 시편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전하는 詩는 대부분 철학적 이치를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詩의 문학적 미감보다는 자신이 궁구하여 터득한 것을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詩로 옮기고 있다. 흔히 그의 詩는 北宋북송의 도학자인 邵雍소옹(1011～1077)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영향아래 작자가 남긴 ‘讀書’독서란 詩도 가난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학문에 정진하는 자신의 심회를 느낀 대로 터득한 대로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있다. 讀書當日志經綸 독서하는 당일 큰 뜻을 품었나니 독서당일지경륜 歲暮還甘顔氏貧 한 해가 저무는데 안 씨의 가난이 오히려 즐겁다. 세모환감안씨빈 富貴有爭難下手 부귀는 다툼이 있으므로 손대기가 어렵고 부귀유쟁난하수 林泉無禁可安身 자연은 금할 사람 없으니 가히 몸을 편안하게 한다. 임천무금가안신 採山釣水勘充腹 나물 캐고 고기 낚아 배를 채우고 채산조수감충복 咏月吟風足暢神 달과 바람을 노래하니 정신은 족히 화창하다. 영월음풍족창신 學到不疑知快活 배움이 의심이 없는 곳에 이르니 마음은 즐겁기만 하고 학도불의지쾌활 免敎許作百年人 헛된 백년 인생살이 면한 듯하다. 면교허작백년인 * 顔氏 안씨(공자의 제자 顔淵안연을 말하며 가난하고 불우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학문과 修德수덕에 전념, 32살에 요절하자 공자가“하늘이 나를 버리시는 도다”라고 탄식했다 한다.) 부귀를 탐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나물 캐고 고기 낚아 배를 채운다. 비록 가난하지만 음풍농월하면서 학문에 전념하고 있는 작자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갈고 닦은 학문이 어느덧 의심이 없는 곳 까지 도달하였으니, 그 진짜 즐거움은 아마 필설로는 다할 수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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