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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中雪夜(산속 눈 내리는 밤)
山中雪夜(산속 눈 내리는 밤) 산중설야 李齊賢(이제현) 紙 被 生 寒 佛 燈 暗 종이 이불에 한기 돌고, 불등은 어두운데 지피생한불등암 沙 彌 一 夜 不 鳴 鍾 사미승은 한 밤 내내 종을 울리지 않았다. 사미일야부명종 應 嗔 宿 客 開 門 早 틀림없이 자던 손님 일찍 나간 것을 꾸짖겠지만 응진숙객개문조 要 看 庵 前 雪 壓 松 암자 앞 눈에 눌린 소나무를 보려 했을 뿐이다. 요간암전설압송 【 註釋 】被 피(이불/덮다), 紙被 지피(종이로 만든 이불/종이처럼 얇은 이불), 寒 한(차다/춥다), 彌 미(두루/두루 미치다), 沙彌 사미(사미승/십계를 받고 불도를 닦는 20세 미만의 중), 鳴 명(울다/울리다), 鍾 종(종/술병), 蘆 로(갈대),應 응(응하다/응당…해야 한다), 嗔 진(성내다), 宿 숙(묵다/자다), 早 조(이르다/일찍),要 요(구하다/원하다), 庵 암(암자/숨다), 壓 압(누르다), 雪壓松 설압송(눈이 내려 눌린 소나무/눈을 맞아 축 늘어진 소나무) 【 作者 】李齊賢이제현(1287 충렬왕 13～1367 공민왕16) : 고려시대의 문신이며 학자이다. 본관은 경주, 자는 仲思중사, 호는 益齋익재 ․ 櫟翁역옹이다. 1301년 성균시에 장원하고 이어 문과에 급제했다. 28세 때 원나라 연경에 가 萬卷堂만권당에서 조맹부 등 당시의 석학들과 고전을 연구하고 학문을 토론했다. 원나라와의 관계에서 부당한 처사를 해결하는 등 활약하였으며, 당대의 명문장가로서 程朱學정주학의 기초를 확립하였고 조맹부 서체를 도입 유행시켰다. 다섯 왕을 도와 벼슬하는 동안 네 번이나 재상의 자리에 올라 그릇된 정사를 바로잡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저서에는 益齋集익재집, 櫟翁稗說역옹패설 등이 있다. 【 評說 】 눈 내리는 山寺에서 밤을 보내며 눈 내리는 山寺산사 암자에서 밤을 보내며 지은 詩이다. 종이로 만든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으나 추위가 엄습해와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는데, 밤이 깊어짐에 따라 佛燈불등조차 희미하다. 선 잠속에서 곧 종소리 들려오겠지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사미승조차 잠에 곯아 떨어졌는지 밤이 다하도록 끝내 종이 울리지 않았다. 밤새 내린 눈이 궁금하여 새벽 일찍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눈에 짓눌려 축 늘어진 소나무를 구경하고 있다. 이 詩는 한 자의 허비나 弛緩이완이 없이 마치 구슬을 꿰듯이 삼엄하게 구성되었다고 평가하는데, 고려의 시인 崔瀣최해는 “익재 반생의 詩法시법이 이 詩에서 다했다.”고 높이 격찬했다. 한번은 금강산 유람을 떠나 보덕굴을 구경하고 즉석에서 ‘金剛山 普德窟’금강산 보덕굴이라는 詩를 남겼다. 보덕굴은 금강산 만폭동 골짜기에 자리 잡은 고구려 시대의 암자이다. 내금강의 만폭 8담 중 하나인 분설담의 오른쪽 20미터 벼랑에 매달리듯 서 있는데, 높이 7.3미터의 구리 기둥 하나로 받쳐지고 있다. 구리기둥 하나에 의지하여 공중에 떠있는 듯한 기묘한 사찰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陰風生巖曲 음산한 바람이 바위 구비에서 생겨 나오고 음풍생암곡 溪水深更綠 시냇물은 깊고도 더욱 푸르다. 계수심갱록 倚杖望層巓 지팡이에 기대어 층층이 산마루를 바라보니 의장만층전 飛簷駕雲木 날아갈 듯한 처마가 나무에 걸린 구름을 타고 있다. 비첨가운목 * 陰風 음풍(골짜기에서 부는 습기를 품은 음산한 바람), 深更綠 심갱록(깊어서 더욱 푸르다), 倚杖 의장(지팡이에 의지하다), 巓 전(산꼭대기), 簷 첨(처마), 駕 가(타다/멍에), 駕雲木 가운목(나무에 걸린 구름을 타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보덕굴이 있는 만폭동 골짜기에는 서늘한 바람이 바위 구비에서 생겨나는데, 여기에 깊고 푸른 시냇물이 서늘함을 더한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여 계곡을 오르다가 고개를 들고 층층이 산마루를 올려다보니, 보덕굴의 날아갈 듯한 처마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위에 구름이 걸려있고, 그 구름위에 처마가 얹혀 있는 것 같았다. 詩속에 맑은 마음과 여유로움이 들어있어 詩를 가만히 읽노라면 독자가 지팡이를 짚고 보덕굴을 찾아가는 그림속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한편, 이제현은 28세 때 원나라에 머물던 忠宣王충선왕의 부름을 받고 연경에 가게 된다. 그곳의 ‘萬卷堂’만권당에서 姚燧요수 ․ 趙孟頫조맹부 등 당대의 석학들과 교류하여 학문의 깊이를 더했다. 최치원 이후 처음으로 중원에 문명을 떨쳤고,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일류의 지식인이었다. 중국에 머물면서 강남, 남촉, 토번 등 중국 각지를 두루 편력하였고, 오랜 중국생활을 통해 중국의 음률과 詞曲사곡을 익혔다. 중국 음률에 정통하여 樂府體악부체로 詩를 지었는데, 악부의 작자로서 고려시대 민간에서 유행하던 가요를 ‘악부체’로 번역하여 이를 ‘小樂府’소악부 라고 하였다. 작자의 ‘益齋亂藁’익재난고 속에 11수가 7언 절구로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 ‘鄭瓜亭曲’정과정곡을 여기에 소개한다. 憶君無日不霑衣 임 생각에 옷이 젖지 않는 날이 없으니 억군무일불점의 政似春山蜀子規 정히 봄 산의 소쩍새와 같다. 정사춘산촉자규 爲是爲非人莫問 옳은지 그른지 남에게 묻지 마세요? 위시위비인막문 只應殘月曉星知 다만 새벽달과 별들이 알고 있을 뿐이다. 지응잔월효성지 * 憶君 억군(임을 생각하다), 霑 점(적시다), 政似 정사(바로…같다), 蜀子規 촉자규(소쩍새/歸蜀道귀촉도 또는 亡帝魂망제혼 등도 소쩍새를 말함) 고려 중기 때 鄭敍정서가 1151년(의종 5년) 동래로 귀양살이 갔는데, 약속한 대로 의종 임금이 자기를 부르지 않자 임금을 그리워하면서 부른 노래가 ‘鄭瓜亭曲’정과정곡이다. 고려 가요 중에서 작자가 알려진 유일한 노래라고 한다. 이 정과정곡을 작자가 소악부로 옮긴 것이다. 임금과 나라에 충성심이 가득한 주인공이 임금 생각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하며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알아주는 것은 새벽달과 별들뿐이라고 하였다. 이제현이 활약하던 그 당시 고려 시단에서는 온통 宋詩송시를 배우고 있었는데, 漢詩한시를 우리 詩로 정착시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선의 이덕무는 그의 詩를 ‘2천 년래 동방의 명가’라 했으며, 김택영은 ‘조선 3천년의 제일대가’라고 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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