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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 木(고 목)
古 木(고 목) 金麟厚(김인후) 半 樹 惟 存 骨 반만 남은 나무, 오직 뼈만 앙상한데 반수유존골 風 霆 不 復 憂 바람도 번개도 다시는 근심할 것 없다. 풍정불부우 三 春 何 事 業 봄날 석 달 새삼 무엇을 하랴! 삼춘하사업 獨 立 任 榮 枯 홀로 우뚝 서 꽃이 피든 말라 버리든 세월에 맡겨버렸다. 독립임영고 【 註釋 】麟인(기린), 半반(반/절반), 半樹반수(반은 죽고 반만 남은 나무로 고목을 말함), 惟유(생각하다/오직), 霆정(천둥소리/번개), 風霆풍정(바람과 우레), 復부(다시), 憂우(근심하다), 不復憂불부우(다시는 옛날처럼 근심하지 않다), 三春삼촌(봄날 석 달), 任임(맡기다), 枯고(마르다), 榮枯영고(꽃이 피고 말라버리다=盛衰성쇠를 말함) 【 作者 】金麟厚김인후(1510 중종 5～1560 명종15) : 조선 전기의 문신이며 학자이다. 호는 河書하서이고, 자는 厚之후지이다. 본관은 울산이며 부수찬 등을 역임했다. 을사사화 이후 병이라 일컫고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 장성에 은거하여 성리학 연구에 매진했다. 젊어서 宋純송순 문하에 출입하였으며, 호남 최고의 경학자이며 큰 선비였다. 저서에 ‘河書集’하서집 등이 있고, 시호는 文正문정이다. 【 評說 】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기다 詩를 통해 수명이 다해가나 천명을 쫓아 자연에 맡기고 살아가는 늙은 고목처럼 安心立命안심입명하는 초연한 작자의 마음자세를 은연중에 다 드러냈다. 나무의 한쪽 반은 이미 죽은 지 오래고 겨우 반쪽도 뼈를 앙상하게 드러낸 고목으로 겨우 잎을 피우고 있다. 시절은 三春삼춘 좋은 봄이라 온갖 초목들이 다투어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하는데, 그저 고목은 남의 일 마냥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다. 이제는 꽃이 피든지 말라 죽든지 세월에 운명을 맡겨놓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작자도 한세상 분주히 살면서 세상의 온갖 풍상을 겪으며 이제는 고목처럼 半身不隨반신불수가 된 늙고 병든 몸이 되었다. 병들어 자리에 한번 눕고 나니 새삼 두려울 것도 없다. 새삼 무엇을 위해 애쓸 것이냐, 이제 조용히 천명이나 기다리자! 인생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초연한 심사를 고목을 통해 다 드러냈다 하겠다. 김인후는 어려서부터 남달라 神童신동으로 불렸는데, 5세 때 ‘宇宙洪荒大人居之’우주홍황대인거지(우주가 넓고 크니 대인이 사는구나)라는 詩지었다. 또 6세 때는 세상의 이치를 간파한 듯한 다음과 같은 시를 짓기도 했다. 高低隨地勢(고저수지세) 높고 낮은 것은 땅의 형세에 따라 그렇고 早晩自天時(조만자천시) 아침과 저녁은 하늘의 때가 그런 것이다. 人言何促恤(인언하촉휼) 사람의 말에 어찌 재촉해 근심하느냐! 明月本無私(명월본무사) 밝은 달은 본래 사사로운 마음이 없다. * 隨地勢수지세(땅의 형세를 따르다), 早晩조만(이르고 늦다/아침과 저녁), 人言인언(사람의 말), 促촉(재촉하다), 恤휼(구휼하다/근심하다) 높고 낮은 것은 땅이 본래 그렇게 생겨서 그런 것이고, 아침저녁도 시간이 그렇게 생겨서 그렇다는 말이다. 더욱이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에 마음 쓸 것이 있느냐면서 저 밝은 달처럼 사사로운 마음이 없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어린나이지만 세상에 달관한 경지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작자가 가르쳤으며 함께 경륜을 펴보고자 했던 조선 12대 임금 인종(1515～1545)이 즉위 후 8개월 만에 죽고, 을사사화(1545년)를 겪으면서 벼슬살이에서 물러났다. 고향 長城장성으로 돌아와 학문에 몰두하면서 산수에 묻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심정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靑山自然自然(청산자연자연) 청산도 절로절로 綠水自然自然(녹수자연자연) 녹수도 절로절로 山自然自然(산자연자연) 산도 절로절로 水自然自然(수자연자연) 물도 절로절로 山水間 我自然自然(산수간 아자연자연) 산수 간에 나도 절로절로 한편, 김인후는 梁山甫양산보 선생의 별장인 瀟灑園소쇄원에 놀러가서 한 달간이나 머물면서 소쇄원의 경치를 48首의 시로 읊은 ‘瀟灑園四十八詠’소쇄원사십팔영이라는 작품이 전한다. 두 가문은 사돈으로 김인후의 딸이 양씨 가문에 시집갔다고 한다. 작자 하서 선생 같은 분도 한평생을 학문에 몰두 하였으나 우리의 인생살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여전히 미궁일 뿐이었다. 어느 날 ‘題冲庵詩卷’제충암시권(충암의 시집에 쓰다, 충암은 金淨김정의 호)에 다음 詩를 남겼다. 來從何處來(래종하처래) 오기는 어느 곳을 쫓아오며 去向何處去(거향하처거) 가기는 어느 곳을 향해 가는가? 去來無定蹤(거래무정종) 가고 오는 것 정해진 자취가 없으니 悠悠百年計(유유백년계) 인생 백년 계획이 아득하기만 하여라. * 蹤종(자취/뒤를 쫓다), 悠유(멀다/걱정하다), 百年計백년계(한평생 도모하는 일) 평범한 우리에게 生死去來생사거래는 영원한 미궁이요 숙제이다. 인생살이가 답답하고 아득하여도 한번 사는 현실의 삶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항상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하는 자세로 살아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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