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화의 내적 작용은 그 주 작용인을 살펴볼 때, 하느님께 속한 어떤 것과 견줄 수 없다. 그러나 하나의 도구로서의 주체를 볼 때 인간에게 성무 집행을 관련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성무 집행자는 하느님의 손에 있는 어떤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2. 하나의 도구는 그 능력을 주 작용인에 의해서 지니게 된다. 따라서 도구가 하느님일 수 없으며, 오직 하느님만이 성사들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3. 그리스도는 성사의 내적 효과를 초래하는 이중적 능력을 지녔다. 성화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전권으로서 신적 능력에 속한다. 그리스도는 그 신적 능력을 하느님으로서 지녔다. 또 그분은 인간으로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도구적인 능력도 지녔다. 그러나 이 도구적인 능력은, 마치 손에 쥔 막대기처럼 분리된 도구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손과 같이 일치된 도구로서의 탁월한 능력이었다.
4. 그러므로 권위와 힘을 지니신 그리스도는, 즉 신적 본질을 지니신 그리스도는 그 신적 본질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능력과 권위를 서로 교류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탁월한 도구적 능력은 신적 본질이나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성사의 설립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힐 수가 있었다. 또 그 효과, 즉 은총을 산출할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탁월한 능력은 인간으로서 그분에게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5. 성사들에 있어서 직무자들의 일은 도구적 행위만을 지닌다. 직무자가 악한 사람일지라도 성사의 효과는 방해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의사가 자기 몸이 병에 걸려 있어도 다른 사람을 치료하여 건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그러므로 직무자들은 하느님께 상응해야 한다. 만일 어떤 이가 죄의 상태에서 교회가 행할 성무를 대행하거나 성사를 집행한다면 죄를 범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들의 필요성에 따라 발생하는 한편, 필요에 의해서 세례성사를 집행하는 것은 반드시 교회에 의해서만 집행되어야 하는 성무는 아니다.
7. 성사들의 성화의 힘은 그리스도께서 인간으로서 겪으신 수난으로부터 유래한다. 그러므로 그분에게는 그분의 사제직이 인간들에게 상응하는 것이지 순수 영적 존재인 천사들에게 상응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천사들은 성사의 직무자들이 아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성화의 행위를 전적으로 성사들과 연결시키지 않았다. 그분은 성사 밖에서도 성화할 수 있고, 천사들을 중재로 성화를 선포할 수도 있다.
8. 성사의 집행에 있어서 의도(意圖)가 필요하다. 이 의도는 언어로써 표현된다. 왜냐하면 단지 그러한 성사적 효과만이 결정적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의적이어서) 애매모호하다. 예컨대 물이란 그 자체로 깨끗하게 하기도 하고 또 얼게 하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9. 성사 집행자에게 있어서 신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 어떤 행위는 단지 도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무자가 착한 이건 또는 악한 이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신앙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도 중요하지가 않다.
10. 집행자는 성사를 수여하는 데 있어서 거기에 합당한 직접적 의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악한 의도는 그것을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성사적 행위를 부식시키지 않는다(마치 장난을 의도로 세례성사를 베풀었다 하더라도 유효한 것처럼). 그러나 이어서 계속되는 다른 성사들 속에서는 악한 의도가 그 효과를 드러낸다. 마치 마술이나 주문(呪文) 안에서 축성이 성사에 봉사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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