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宿石邑山中
宿石邑山中 석읍산 산중에서 자다 숙석읍산중 韓翃 한 굉 浮雲不共此山齊 뜬 구름도 석읍산과 함께 가지런하지 아니하고 부운불공차산제 山靄蒼蒼望轉迷 산안개 짙게 끼어 앞을 바라보아도 더욱 희미하다. 산애창창망전미 曉月暫飛千樹裏 새벽 달빛은 나그네 발길 따라 나무숲속에 쏟아지고 효월잠비천수리 秋河隔在數峰西 가을 은하수는 서쪽 봉우리들 사이에 가로놓여있다. 추하격재수봉서 * 韓翃한굉(생몰년 미상)은 중당(766∼835)의 시인으로 자는 君平군평이며 하남성 사람이다. 당 현종 754년에 진사에 급제하였고 벼슬은 中書舍人중서사인 등을 역임했다. 大歷十才子대력십재자의 한사람이며 그 당시 상당히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한굉 시집 5권’이 전해진다. 석읍산에서 자고, 새벽에 길을 떠나다 이 詩는 한굉이 석읍산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석읍산의 변화무쌍하고 사람을 사로잡는 장려한 경치를 읊은 것이다. 앞 두 구절은 해가 저물어 산중에 투숙하면서 바라본 산속의 경치를 그렸고, 뒤의 두 구절은 새벽에 일어나 나그네 길을 떠나면서 숲속에서 본 하늘의 경치를 나타냈다. 石邑석읍은 옛날 지명으로 오늘날 하북성 獲鹿획녹 동남쪽에 있는데, 太行山脈태행산맥과 연결되어 하늘에 닿을 듯 산이 높고 험하다고 한다. “뜬구름도 석읍산과 함께 가지런하지 아니하고”에서 허공에 높이 떠다니는 흰 구름조차 산 정상까지 날아오르지 못한다고 하여 높은 산의 기세를 나타냈다. “산안개 짙게 끼어 바라보아도 더욱 희미하다”는 멀리 바라본 경치로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선 산은 끝없이 이어지고, 떠도는 저녁안개는 옅어졌다가 짙어졌다가 하는데, 앞을 바라보아도 희미할 뿐이다. 해저 문 깊은 산중의 그윽한 신비감과 변화막측한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 “새벽 달빛은 나그네 발길 따라 나무숲속에 쏟아지고”는 새벽에 길을 가는데, 우거진 나무숲속 사이로 새벽달이 하늘에 높이 걸려있다. 산길을 걸어감에 따라 빽빽한 나무사이로 달빛이 드러났다가 숨었다 한다. “가을 은하수는 서쪽 봉우리들 사이에 가로놓여 있다”에서 새벽이 다가옴에 따라 온갖 소리마저 조용한데, 오직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가을 은하수가 수많은 봉우리를 가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산중에 도착하여 바라본 우뚝 솟은 산과 자욱한 산안개, 새벽 산길에서 마주친 새벽달과 가을 은하수를 질서정연하게 그려냈다. 한굉이 지은 詩 중에서 그 당시에 널리 알려진 ‘寒食’한식이라는 詩가 있는데,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당 德宗덕종(제위779∼804)때 마침 황제의 詔勅조칙 초안을 작성하는 벼슬인 知制誥지제고 자리가 비었다. 덕종은 마음속으로 한굉을 임명하려 하였다. 당시 조정에는 동성동명의 사람이 두 명 있었으므로 御旨어지를 묻자 덕종이 “春城無處不飛花, 寒食東風御柳斜…”(장안에 봄이 오니 곳곳마다 꽃이 흩날리고, 한식날 동풍에 궁궐의 수양버들 휘 늘어진다…) 를 읊조리면서 한굉을 지명했다고 한다. 이 일화로 보건대 그 당시에 이 詩가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었음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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