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瀟湘夜雨
瀟湘夜雨(소상강의 밤비) 소상야우 李仁老(이인로) 一 帶 滄 波 兩 岸 秋 한줄기 푸른 물결, 양쪽 언덕은 가을빛 일대창파양안추 風 吹 細 雨 灑 歸 舟 바람이 가랑비에 불어 돌아가는 배에 뿌린다. 풍취세우쇄귀주 夜 來 泊 近 江 邊 竹 밤들어 강가 대나무 숲 가까이 배를 대노라니 야래박근강변죽 葉 葉 寒 聲 摠 是 愁 잎 새마다 차가운 소리 모두다 근심일세! 엽엽한성총시수 【 註釋 】一帶滄波 일대창파(한줄기 푸른 물결), 滄 창(차다/푸르다), 吹 취(불다/바람), 細 세(가늘다), 灑 쇄(뿌리다), 歸 귀(돌아가다), 夜來 야래(밤이 들면서부터 내내), 泊 박(배대다/묵다), 泊近 박근(배가 정박하고 있는 곳에서 가깝다), 邊 변(가/곁), 葉 엽(잎), 摠 총(모두), 愁 수(근심/시름) 【 作者 】李仁老이인로(1152 의종6년～1220 고종7년) : 고려의 학자이며 시인이다. 자는 眉叟미수, 호는 雙明齋쌍명재이며, 정중부의 난 때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가 다시 환속하였다. 1180년(명종10) 문과에 급제하여 비서감, 우간의대부 등을 역임했다. 시에 능했고 글씨도 잘 썼다. 저서에 ‘銀臺集’은대집, ‘雙明齋集’쌍명재집 등이 있었으나 현존하는 것은 ‘破閑集’파한집이 있다. 【 評說 】 소상강의 밤비 이 詩는 그림을 보고 詩를 지어서 붙인 題畵詩제화시이다. 고려 무인정권시절 이규보와 함께 고려 문단을 대표하던 시인 이인로가 宋迪八景圖송적팔경도라는 그림에 붙인 여덟 편의 연작시중 하나이다. 송나라 화가 宋迪송적이 그린 팔경도는 바로 瀟湘八景圖소상팔경도이다. 소상팔경은 중국 호남성 남쪽 瀟水소수와 湘水상수가 만나는 상강일대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풍광을 말한다. 소상강의 아름다운 풍경은 일찍이 당나라 두보(712～770)를 비롯한 많은 시인들에 의해 詩로 읊어졌고, 北宋代북송대가 되면 팔경이 성립되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소상팔경도는 12세기 활약한 북송의 문인화가 송적이 소상강 주변의 아름다운 여덟 경관을 그렸다고 한다. 팔경도는 사계절의 특징을 8폭으로 그렸는데, 전개순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나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 平沙落雁평사낙안(모래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 ② 遠浦歸帆원포귀범(먼 포구에서 돌아오는 돛단배) ③ 山市靑嵐산시청람(산속 저자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아지랑이) ④ 江天暮雪강천모설(겨울에 강가 하늘에서 저물녘에 내리는 눈) ⑤ 洞庭秋月동정추월(동정호의 가을달빛) ⑥ 瀟湘夜雨소상야우(소상강 밤에 뿌리는 밤비) ⑦ 煙寺晩鐘연사만종(안개 낀 사찰에서 저물녘에 들리는 종소리) ⑧ 漁村夕照어촌석조(어촌에 깔리는 석양의 낙조) 소상팔경도는 중국 뿐 만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즐겨 그렸다. 고려시대부터 제작되었으나 유품은 없고, 고려 명종 때 이광필이 어명으로 ‘소상팔경도’를 그렸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세종 때 안평대군은 안견에게 ‘소상팔경도’를 그리게 하고 시첩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匪懈堂瀟湘八景圖詩帖’비해당소상팔경도시첩(보물 제1405호)이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소상팔경의 화제는 점차 동아시아 3국의 식자층들에게 이상향을 불러일으키는 소재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소상팔경’을 소재로 한 작품 만해도 한시가 수 백수, 시조가 수십 수에 이르고, 춘향가 ․ 심청가 등에도 소상팔경가가 들어있을 정도이다. 위 이인로의 詩를 읽노라면 그림의 내용이 머릿속에 다가온다. 한줄기 맑고 파란 강물이 흐르는 강의 양쪽 언덕은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있다. 그때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가 돌아가는 배에 뿌려지고 있다. 밤이 들자 강가 대나무 숲가에 배를 정박시켰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그림의 내용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詩의 마지막 구절에 있다. 즉 그림에는 강안에 정박한 배와 대나무가 있지만 아무런 소리나 느낌은 없다. 그림에서 말하지 못한 밤비에 흔들리는 차가운 댓잎소리를 듣게 한 것이다. 이 소리가 있어 더욱 아름답고 운치가 있는 詩가 되었다. 아름다운 소상강의 풍광, 바람소리, 빗소리, 한숨소리가 어울려 있다. 나그네가 밤새도록 비바람에 서걱거리며 부딪치는 댓잎 소리에 서글프고(葉葉寒聲摠是愁)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 심사를 가히 알만하다. 이 詩(여섯 번째)에 이어 일곱 번째 詩인 煙寺晩鐘연사만종(안개 낀 사찰의 저물녘 종소리)을 소개한다. 千廻石徑白雲封 구비 구비 천 번이나 도는 돌길이 흰 구름에 가리웠고 천회석경백운봉 巖樹蒼蒼晩色濃 바위 숲은 어둑어둑 저녁 빛이 짙었다. 암수창창만색농 知有蓮坊藏翠壁 절이 푸른 벼랑에 감춰져 있음을 알았는데 지유연방장취벽 好風吹落一聲鐘 좋은 바람에 실려 떨어지는 한 울림 종소리 때문이었다. 호풍취락일성종 바위와 구름에 가려져 보일락 말락 하던 절이 종소리를 듣고서야 거기에 감추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놀라움이 나타나있다. 詩에 있어서 당대의 제일인자였던 이인로는 고려 무신 난 이후 관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혼탁한 현실에 염증을 느껴 詩酒시주로서 벗을 삼은 일곱 명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竹林高會죽림고회이다. 이것은 중국 晉진나라 때 竹林七賢죽림칠현을 사모하여 만들었는데, 이와 구분하기 위해 海左七賢해좌칠현 또는 竹林高會죽림고회라고 하였다. 座長좌장은 이인로였고, 오세재 ․ 임춘 ․ 조통 ․ 황포항 ․ 함순 ․ 이담지 등이다. 이 죽림고회는 그 당시 시단의 중심이었고, 구성원들은 모두 세상에 뜻을 잃고 詩와 술로써 유유자적하던 문인이며 지식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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