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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夜吟(산사에서 밤에 읊다)
山寺夜吟(산사에서 밤에 읊다) 산사야음 鄭澈(정철) 蕭 蕭 落 木 聲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를 소소낙목성 錯 認 爲 疎 雨 성긴 비 내리는 소리로 잘 못 알았네. 착인위소우 呼 僧 出 門 看 스님을 불러 문 밖에 나가 보라고 하니 호승출문간 月 掛 溪 南 樹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렸습니다” 한다. 월괘계남수 【 註釋 】蕭 소(쓸쓸하다/쑥), 蕭蕭 소소(한가한 모양의 형용/비가 내리거나 낙엽이 우수수지는 소리), 落木 낙목(나뭇잎이 떨어지다), 錯 착(섞이다/착각하다), 錯認 착인(착각해서 잘 못 알다), 疎 소(성글다/트다), 疎雨 소우(성근 비), 雨 우(비:上聲/비오다:去聲), 呼 호(부르다), 僧 승(중/스님), 掛 괘(걸다/걸리다), 溪 계(시내), 樹 수(나무:去聲/세우다:上聲) 【 構成 및 韻律 】5언 절구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去聲 ‘遇’ 韻으로 ‘雨 ․ 樹’ 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鄭澈정철(1536 중종31～1593 선조26) :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시인이다. 본관은 延日연일이고 호는 松江송강이며 자는 季涵계함이다. 젊어서 김인후 ․ 기대승 등 당대의 석학들에게 배우고, 이이 ․ 성혼 등과 교유하였다. 1580년 강원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관동별곡’ 등을 지었고 1585년 관직을 떠나 고향에 돌아가 4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는데, 이때 ‘사미인곡’ ․ ‘속미인곡’ 등 수많은 가사와 단가를 지었다. 1589년 우의정으로 발탁되고 이어 다음해 좌의정에 올랐다. 서인의 영수로 동인의 모함을 받아 사직하고 강화도 송정촌에 우거하며 만년을 보냈다. 당대의 가사문학의 대가로 윤선도와 함께 한국시가 사상 쌍벽으로 알려지고 있다. 【 評說 】 산사에서 밤에 읊다 이 詩는 송강 정철이 늦은 가을 깊은 산속의 절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바람에 우수수 지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지은 것이다. 번다한 현실을 벗어나 모처럼 忙中閑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밤이 깊었으나 잠은 오지 않고 오히려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는 듯하다. 창밖에서 아까부터 빗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맑고 쾌청한 날씨였는데, 웬 비가 오는 것일까? 이에 중을 불러 밖에 비가 오는지 보게 하였다. 밖을 살피고 온 중이 “시내 남쪽 나무 위에 달이 걸려 있습니다.”한다. 비가 오느냐고 물었는데, 달이 떴다고 엉뚱한 동문서답을 한다. 달이 떴으니 비가 올 리가 없으므로 중이 “비는 무슨 비가 오느냐며, 지금 문밖에는 달이 휘영청 떴다”고 했다. 조금 전에 방안에서 들었던 ‘우수수하고 들려온 그 소리’는 비 오는 소리가 아니고 낙엽 지는 소리인 줄을 퍼뜩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님의 이 엉뚱한 대답이 이 詩를 더욱 운치 있게 만들고 있다. 빗소리로 착각할 만큼 온 산사를 울리는 낙엽 지는 소리라는 청각적인 심상과 개울 너머 남쪽 나무 숲 위에 뜬 달이라는 시각적인 심상이 함께 어우러진 절창이다. 한편, 오언절구는 20자라는 아주 짧은 글자 속에 시인이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넣어야 하므로 좋은 詩를 짓기가 상당히 어렵다고들 한다. 우리나라 옛 시인들의 한시 중에는 칠언절구가 가장 많다고 하며, 개인 문집에서 오언절구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중국의 대시인인 두보나 한유, 소식 등도 오언절구에 뛰어나지 못했다고 할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오언절구에 특출한 사람이 적었지만 16세기 후반 호남의 문인들에 의해 오언절구가 집중적으로 창작되었는데, 이들이 임억령 ․ 백광훈 ․ 임제 등이다. 이러한 영향아래 정철도 오언절구에 관심을 기우려 뛰어난 시인으로 상당히 많은 오언절구를 남겼으며,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詩중에서 절반 이상이 오언절구이다. 여기에서는 정철의 ‘가을날의 작품’(秋日作)이란 오언절구를 소개한다.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산에 내리는 밤비가 대나무 숲을 울리는데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 가을날 풀벌레가 침상 가까이에 들려온다. 流年那可駐(류년나가주)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 머물게 하랴?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 백발이 자라는 것을 금할 수 없구나! 정철의 詩가 호평을 받는 것은 詩 속에 소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詩속에 그림’(詩中有畵)을 지향하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 ‘詩 속에 소리가 있음’(詩中有聲)을 지향한다. 그림은 소리가 없지만, 위 詩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조용히 詩를 읊조리고 있노라면 밤비가 대나무 숲을 울리는 소리와 침상 곁에서 밤새 울어대는 가을날 풀벌레 소리를 느낄 수 있게 한다. 洪萬宗홍만종의 ‘詩評補遺’시평보유에 따르면, 정철이 이 詩를 중국 종이에 인쇄하여 우계 성혼에게 보이면서 오래된 벽에 발려있던 것인데, 작자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성혼이 여러 번 읽어보더니 晩唐만당의 詩라고 대답했다. 정철이 “내가 공을 시험해 보고자 하였더니 과연 공이 속았구려!”했다 한다. 당나라 詩의 아름다움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하겠다. 다음은 칠언절구로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데, 작자가 31세 때(1566년) 암행어사로 함흥에 갔을 때 늦은 가을의 국화를 보고 지은 詩이다. 제목은 ‘咸興客館對菊’함흥객관대국이다. 秋盡關河候雁哀 가을이 다 지나간 관하에 기러기 소리 슬픈데 추진관하후안애 思歸且上望鄕臺 고향생각에 잠시 망향대에 오른다. 사귀차상망향대 慇懃十月咸山菊 은근히 시월에 핀 함산(함흥)의 국화는 은근시월함산국 不爲重陽爲客開 중양절을 마다하고 나그네를 위해 피었구나! 불위중양위객개 * 關河 관하(변방 지방의 산하), 候雁 후안(철 따라 옮아 다니는 기러기), 思歸 사귀(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且上 차상(잠시 오르다), 爲客開 위객개(나그네를 위하여 피다) 어사의 임무를 띠고 민정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늦가을 슬픈 기러기 울음소리를 듣고 촉발된 향수를 달래기 위해 망향대에 올랐다. 그때 뜻밖에 만나게 된 늦가을 황국화의 은근한 환대를 보게 되자 집 생각을 잠시 잊고 기뻐하는 작자의 심정이 나타나있다. 또한, 정철은 가사와 시조에도 뛰어난 문학가였다. 45세 때 강원도 관찰사가 된 후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두루 보고 지은 것이 ‘관동별곡’인데, 우리 가사문학의 백미라고 한다.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웠는데, 관동 팔 백리에 방면을 맡기시니, 어와 성은이야 갈수록 망극하다. …공중의 옥퉁소 소리 어제던가 그제던가,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깊이를 모르는데 끝인들 어찌 알겠는가? 명월이 千山천산 萬落만락에 아니 비친데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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