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絶命詩(3) 목숨을 끊으면서 (3)
絶命詩(3) 목숨을 끊으면서 (3) 절명시 黃玹(황현) 鳥 獸 哀 鳴 海 嶽 嚬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찡그리는데 조수애명해악빈 槿 花 世 界 已 沈 淪 무궁화 이 강산 이미 망해버렸다. 근화세계이침윤 秋 燈 掩 卷 懷 千 古 가을 등불아래 책을 덮고 천고의 역사를 회고하니 추등엄권회천고 難 作 人 間 識 字 人 인간 세상에 지식인 노릇하기도 어렵구나! 난작인간식자인 【 註釋 】鳥獸 조수(날아다니는 짐승과 기어 다니는 짐승을 총칭), 哀鳴 애명(슬피 울다), 嶽 악(큰 산), 嚬 빈(찡그리다), 海嶽嚬 해악빈(바다와 산이 찡그리고 있다), 槿 근(무궁화나무), 槿花世界 근화세계(무궁화세계/우리나라를 지칭), 沈 침(가라앉다/잠기다), 淪 륜(잔물결/잠기다), 沈淪 침륜(깊이 잠김/영락함), 已沈淪 이침륜(이미 망했다), 掩 엄(가리다/닫다), 掩卷 엄권(책을 덮다), 懷 회(품다/마음), 懷千古 회천고(지난 천고의 역사를 돌이켜보다), 難作 난작(…되기 어렵다), 識字人 식자인(글자를 아는 사람/지식인) 【 作者 】黃玹황현(1855 철종 6～1910) : 조선말기의 문인이자 우국지사이다. 전남 광양에서 출생했고 본관은 장수이며, 자는 雲卿운경이고 호는 梅泉매천이다. 1888년 생원회시에 장원급제하였으나 조정의 부패와 과거제도의 문란을 체험하고 벼슬에 뜻을 잃고 대과응시를 포기하고 낙향했다. 1890년 구례의 만수산 기슭에 苟安堂구안당이라는 서실을 지어놓고 독서에 전념했다. 1910년 한일합방이 되자 絶命詩절명시 네 수를 남기고, 아편을 먹고 자결했다. 문집인 ‘매천집’ 및 역사서인 ‘매천야록’ 등이 있다. 1962년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되었다. 【 評說 】가을 등불아래 책을 덮고 천고를 회상하다 1910년 8월 29일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이 강제 합병되자 이를 切痛절통하게 여겨 망한 나라와 운명을 함께 하기로 한다. 9월 8일 절명시와 유서를 써놓고 9월 9일 밤에 자결했다. 이때 ‘목숨을 끊는다’는 絶命詩절명시 4수를 지었는데, 그중 세 번째 詩로서 가장 널리 읽혀지고 있다. 나라가 망한 것을 아는지 새와 짐승들도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찡그린다고 했다.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하는 반도 삼천리가 이미 망해버렸다. 때는 가을밤인데, 등불아래 책을 덮고 지난 천고의 역사를 회고해 보니, 인간세상에서 글을 배운 자로서 진정한 지식인이 되기가 어렵다고 탄식하고 있다. 비록 죽을 자리에서 죽을 수 있는 지식인이 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지난 역사를 회고하면서 죽을 각오로 詩를 쓰고 있는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이 詩를 쓸 때 그의 나이 56세였다. 자결하면서 자식들에게 남기는 글에서 “나는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다만 국가에서 500년이나 선비를 길러 왔는데, 나라가 망할 때에 국난을 당하여 죽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어찌 원통치 않은가? 나는 위로는 皇天황천이 常道상도를 굳게 지키는 아름다움을 저버리지 않고, 아래로는 평소에 읽은 글을 저버리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4수의 연작시 중 그 첫 번째 詩는 다음과 같다. 亂離潦到白頭年 난리를 겪고 헛늙어 흰머리의 나이가 되었는데 난리로도백두년 幾合捐生却未然 몇 번이나 죽으려 해도 도리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기합연생각미연 今日眞成無可奈 오늘은 참으로 어찌할 수 없게 되었는데 금일진성무가내 輝輝風燭照蒼天 빛나는 바람 앞의 촛불이 푸른 하늘을 비춘다. 휘휘풍촉조창천 * 潦 로(빗물/헛늙다), 幾合 기합(모두 몇 번이었나), 捐生 연생(생명을 버리다/죽다), 無可奈 무가내(어쩔 수 없다), 輝 휘(빛나다), 風燭 풍촉(바람 앞의 촛불/위태로운 모양), 照 조(비추다) 망해가는 나라, 난리 통에 헛되이 늙어 백발이 되었는데, 죽으려고 마음먹은 것이 몇 번이었던가? 오늘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는 더 이상 희망도 사라졌다. 나라와 운명을 함께 하리라고 결심하고 보니 바람 앞의 촛불만이 높푸른 하늘을 비춘다고 하면서 자신을 마지막 촛불과 같은 존재로 비유했다. 1850년 이후부터 약 4～50년간 舊韓末구한말은 시대적으로 일본 제국주의 침탈과정에 있었기에 당시의 지식인들은 開化개화, 衛正斥邪위정척사, 東學동학 등 각기 상이한 활동을 통해 우리민족의 나아갈 길을 각자 모색해야 하는 시기였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秋琴추금 姜瑋강위, 寧齋영재 李建昌이건창, 滄江창강 金澤榮김택영, 梅泉매천 黃玹황현 등인데, 이들을 韓末한말 四大家사대가라고 한다. 한편, 황현은 일찍이 11세 때부터 王錫輔왕석보에게 詩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려서 청운의 꿈을 간직하고 24세(1879년)에 서울로 올라와 10년만인 34세에 겨우 進士진사가 되었다. 이때 이건창 ․ 강위에게 인정을 받아 전국적으로 문명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문장보다는 詩에서 빼어났다고 한다. 나라가 망해가는 어려운 시대상황 속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寓居地우거지 구례에도 봄이 깊었다. 작자는 꽃이 피었다가 떨어지는 봄을 그냥 지날 수 없어 필을 들었는데, 이것이 ‘村居暮春’촌거모춘이다. 桃紅李白已辭條 붉은 복사꽃 흰 오얏 꽃 이미 떨어졌고 도홍이백이사조 轉眼春光次第凋 순식간에 봄빛이 차례대로 시들었다. 전안춘광차제조 好是西簷連夜雨 좋구나! 서창 처마에 밤새 빗소리 들리더니 호시서첨연야우 靑靑一本出芭蕉 푸르디푸른 한줄기 파초가 쑤욱 솟았구나! 청청일본출파초 * 辭條 사조(가지를 떠나다/꽃이 지다), 轉眼 전안(순식간), 次第 차제(차례/순서), 凋 조(시들다), 連夜雨 연야우(밤 내내 내리는 비/여러 날 밤을 연이어 내리는 비) 꽃이 떨어지고 봄은 시들었으나 밤새 내리는 봄비 속에 푸른 파초 잎이 돋았다. 온 천지는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작자가 일찍이 ‘압록강 가는 길에’(鴨江途中)라는 詩를 지었는데, 이 詩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져 온다. 微有天風驢更快 하늘 바람 가볍게 불어오자 나귀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미유천풍려경쾌 一經春雨鳥皆姸 봄비가 한번 지나가자 새가 모두 어여쁘다. 일경춘우조개연 자리에 함께한 친구인 김택영과 이건창이 이 詩를 보고, 두 사람은 즉석에서 두 번째 구절의 여섯 번째 글자인 ‘모두’라는 ‘皆’개자를 ‘더하다’는 ‘增’증자로 고쳤다고 한다. 微有天風驢更快 하늘 바람 가볍게 불어오자 나귀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一經春雨鳥增姸 봄비가 한번 지나가자 새가 예쁨을 더한다. 나귀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고 했으니, 새도 훨씬 예뻐졌다고 해야 맞지 않은가? ‘皆’개자를 ‘增’증으로 한 글자를 바꾸고 나니, 그냥 ‘새가 모두 예쁘다’고만 하는 것보다 ‘새가 예쁨을 더한다’고 하였으니 생동하는 움직임이 있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詩의 분위기가 훨씬 생기 있게 바뀌었다. 작자도 친구들의 말에 따라 글자를 고쳤다고 한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