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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題
無題 무제 金炳淵(김병연) 四 脚 松 盤 粥 一 器 네 다리 소나무 소반 위의 죽 한 그릇 사각송반죽일기 天 光 雲 影 共 徘 徊 하늘빛과 구름 그늘이 함께 떠돈다. 천광운영공배회 主 人 莫 道 無 顔 色 주인이여, 무안하다 말하지 말지니 주인막도무안색 吾 愛 靑 山 倒 水 來 나는 물(멀건 죽)속에 거꾸로 비쳐오는 청산을 사랑한다오. 오애청산도수래 【 註釋 】脚 각(다리), 盤 반(소반/대야), 粥 죽(죽), 器 기(그릇), 天光 천광(하늘빛), 雲影 운영(구름 그림자), 共 공(함께), 徘 배(노닐다), 徊 회(노닐다), 徘徊 배회(배회하다/목적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님), 莫 막(말다/없다), 莫道 막도(말하지 말라), 顔 안(얼굴), 無顔 무안(수줍거나 창피하여 볼 낯이 없음), 倒 도(넘어지다/거꾸로)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仄起式측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灰’ 韻 으로 ‘徊 ․ 來’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金炳淵김병연(1807순조7년～1863철종14년) : 조선 말기의 방랑시인이며, 자는 性深성심, 호는 蘭皐난고이고, 속칭 김삿갓(金笠)이라 불려진다. 본관은 안동이며 선천부사로 있던 김익순이 1811년 홍경래 난에 항복한 죄로 廢族폐족이 되었다. 이에 굴욕을 느끼고 죽장에 삿갓차림으로 전국을 방랑하면서 해학과 풍자를 담은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민중 시인으로 불린다. 자식의 여러 차례 귀가 권유를 물리치고 방랑을 계속하다가 전라도 동복(화순)에서 객사했다. ‘金笠詩集’김립시집이 있다. 【 評說 】멀건 죽 속에 비쳐오는 청산을 사랑 한다오 삼천리 방방곡곡을 방랑하던 김삿갓이 어느 고을을 지나다가 멀건 죽 한 그릇 얻어먹고 즉흥적으로 지은 詩이다. 밥을 달라는 나그네에게 가난하지만 인심 좋은 주인이 내놓은 것은 밥이 아니라 멀건 죽이었다. 주인은 손님대접이 소홀한데 대한 미안함으로 무안해 하였다. 김삿갓은 비록 멀건 죽 속에 푸른 산과 구름 빛이 떠돌지만 푸른 산이 죽 속에 비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며 주인을 오히려 위로하고 있다. 김병연이 20세 되던 어느 날 읍내 동헌에서 열린 시골 과거시험에 참석했다. 그날 시의 제목이 ‘정가산의 충절을 기리고, 김익순의 배신을 논하라’ 는 운명적인 것이었다. 김병연은 김익순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글제에 충실하게 시를 지어 장원으로 뽑혔다. 이때 지은 한 대목이 “한번 죽는 것은 가볍고, 만 번 죽는 것이 마땅하다.(一死有輕萬死宜)”였다. 장원 상을 받아들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역적 김익순이 바로 선생의 조부라고 하였다. 이에 조상을 욕보였다고 생각한 김병연은 방랑의 길을 떠났는데, 삿갓 하나와 지팡이 하나가 행장의 모든 것이었다. 이때부터 김삿갓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詩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나그네로서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시인으로 대접을 받기도 하고, 기생들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등 수많은 일화가 오늘까지 남아있다. 어느 날 자신이 한평생 쓰고 다니던 삿갓을 예찬(咏笠)한 詩를 지었다. 浮浮我笠等虛舟 둥둥 떠는 내 삿갓 빈 배와 같고 부부아립등허주 一着平生四十秋 한번 쓴 뒤 어느덧 사십년이구나. (이하 생략) 일착평생사십추 또 김삿갓은 자신이 자기의 일생을 자전적으로 읊은 ‘蘭皐平生詩’난고평생시에서 자신의 삶을 다음과 같이 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鳥巢獸穴皆有居 새는 둥지가 짐승은 굴, 모두 거처할 곳이 있는데 조소수혈개유거 顧我平生獨自傷 나의 평생 돌아보고 홀로 상심하네. 고아평생독자상 芒鞋竹杖路千里 짚신에 죽장으로 방랑 천리 길 망혜죽장로천리 水性雲心家四方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을 집으로 삼았네. (이하생략) 수성운심가사방 한번은 황해도 어느 서당에 들러 하룻저녁 잠자기를 청하였다. 훈장이 김삿갓을 거들떠보지도 않아 즉석에서 시를 지었다. 詩의 뜻은 그럴 듯하였으나 실은 그 음(音)에 김삿갓의 뜻이 들어있었던 것이었다. 學生乃早知(학생내조지) 학생은 내 일찍이 알았거니와 先生來不謁(선생래불알) 선생은 와서 찾아뵙지도 않네.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방안의 모두는 귀한 것들인데 學生諸未十(학생제미십) 학생은 다해서 열 명도 되지 않는구나. 김삿갓은 세상에 뜻을 두지 못하고 때로는 세상을 풍자하여 비꼬고 조소하면서 살기도 했다. 가지가지 얘깃거리를 삼천리강산에 뿌려놓고 1863년(철종14년) 전라도 동복에서 장장 35년에 걸친 방랑생활을 끝내고 57세 로 생을 마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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