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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述(내 마음을 글로 쓰다)
自述(내 마음을 글로 쓰다) 자술 李玉峰(이옥봉) 近 來 安 否 問 如 何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떠하신지요? 근래안부문여하 月 到 紗 窓 妾 恨 多 달이 비단 창에 비치니 저의 한이 많습니다. 월도사창첩한다 若 使 夢 魂 行 有 迹 만약 꿈속의 넋이 자취가 있다면 약사몽혼행유적 門 前 石 路 已 成 沙 임의 문 앞 돌길이 이미 모래가 되었을 것입니다. 문전석로이성사 【 註釋 】述 술(짓다/글로 표현하다), 近來 근래(가까운 요즈음), 安否 안부(편안 여부를 묻는 인사나 소식), 紗 사(비단/외올실), 窓 창(창/창문), 妾 첩(첩/측실), 恨 한(원망하다/한하다), 若使 약사(만약…하여금 …하게하다), 夢魂 몽혼(꿈속의 넋), 迹 적(자취), 已 이(이미/말다), 沙 사(모래)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歌’ 韻 으로 ‘何 ․ 多 ․ 沙 ’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李玉峰이옥봉(생몰년 미상) :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으로 옥천군수를 지낸 李逢이봉의 서녀(소실의 딸)로 선조 때 승지를 지낸 趙瑗조원의 소실이 되었다. 중국 명나라까지 詩名시명이 알려진 여류시인으로서 여인의 詩답지 않게 맑고 씩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과 조선에서 펴낸 시선집에는 허난설헌의 詩와 그녀의 詩가 나란히 실려 있다. 그녀의 詩 32편이 수록된 ‘玉峰集’옥봉집 한권이 조 씨 집안 문집인 ‘嘉林世稿’가림세고의 부록에 전한다. 【 評說 】 꿈속에서도 임에게 달려가는 나의 영혼 한 여인이 오지도 않는 님을 기다리며,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애절한 심정을 읊은 詩이다. 처음에 안부를 묻는 것으로 부터 시작하여 달빛이 창문의 비단 커튼을 통해 비치어 들어온다. 달빛 속에 그리움이 쌓이고, 그리움이 恨한으로 바뀌고, 한이 점차 깊어진다. 그대를 보고픈 간절한 마음이 꿈속에서조차 그대 곁에 가고 싶었는지 꿈속의 넋이 만약 자취라도 있다면, 임의 문 앞 돌길을 하도 많이 왕래하여 돌길조차 이미 모래가 되었을 것이라며 그리움을 과장하여 표현했다. 또한, 작자가 지은 詩중에 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으나 임은 오지 않고, 그 허탈감을 그린 ‘閨情’규정이란 詩를 소개한다. 有約來何晩 온다고 언약을 하였는데, 오는 것이 왜 이리 늦은고? 유약래하만 庭梅欲謝時 정원의 매화는 지려고 한다. 정매욕사시 忽聞枝上鵲 문득 나뭇가지 위에 까치소리가 들려 홀문지상작 虛畵鏡中眉 (혹여 올까하여)헛되이 거울 앞에서 눈썹을 그리고 있다. 허화경중미 매화꽃이 필 때 오기로 약속한 임이 오늘도 오지 않았다. 하루하루 임을 기다리는 그 초초한 조바심이야 오죽할까? 뜰에는 매화꽃도 막 지려고 하는데, 매화나무 가지위에서 문득 까치가 울고 있다. 혹여 임이 올 것이란 朗報낭보로 여겨져 거울 앞으로 달려가 화장을 한다. 끝내 학수고대한 기다림은 ‘부질없는 눈썹만 그린’ 후회와 허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을 기다리는 간절한 女心여심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한편, 이옥봉의 詩가 중국에 전해진 사연은 다음과 같다. 조선 인조 때 승지 조희일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명나라 원로대신이 “조원을 아느냐”고 하여 조희일이 부친이라 답변하니, 서가에서 ‘이옥봉시집’이라는 제목의 책 한권을 보여주었다. 이옥봉은 아버지 조원의 소실로 생사를 모른지 40여년이 되었기 때문에 조희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옥봉의 시집이 어떻게 머나먼 중국 땅에 있게 되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원로대신이 그간의 사정을 알려주었다. 40년 전 쯤 중국 동해안에 괴이한 시체하나가 떠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너무 흉측한 몰골이라 아무도 손대지 않아 이 포구 저 포구로 떠돌고 있었는데, 사람을 시켜 건져보니 온몸을 종이로 수백 겹 감고 노끈으로 묶은 여자 시체였다. 노끈을 풀고 겹겹이 두른 종이를 벗겨 냈더니 바깥 종이는 백지였으나 안쪽의 종이에는 빽빽이 詩가 적혀있고, “해동 조선국 승지 조원의 첩 이옥봉”이라 씌어 있었다. 詩를 읽어 보니 하나같이 빼어나 자신이 거두어 책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이옥봉은 소실의 딸이라는 굴레 때문에 조원의 첩이 되는 조건으로 절대 詩를 짓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옥봉이 우연히 詩 한수를 남에게 지어준 것이 화근이 되어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조원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여자와는 살 수 없다며 내친 것이다. 다시 조원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알고, 늘 가보고 싶었던 중국으로 가기위서인지 자신의 詩를 온 몸에 칭칭 감고 바다에 뛰어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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