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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家行(농가의 노래)
田家行(농가의 노래) 전가행 李奎象(이규상) 鷄 冠 逈 立 鳳 仙 橫 맨드라미 멀리 서있고 봉선화 비켜 피어 있는데 계관형립봉선횡 瓠 蔓 笳 莖 紫 翠 縈 박 넝쿨과 가지가 파란색과 자주 빛으로 서로 얽혀있다. 호만가경자취영 一 陣 朱 蜻 來 又 去 한 무리 붉은 고추잠자리 이러 저리 날고 있는데 일진주청래우거 雲 高 日 燥 見 秋 生 구름 높은 마른 햇살에 가을이 생겨나고 있다. 운고일조견추생 【 註釋 】鷄冠 계관(닭의 볏/맨드라미), 逈 형(멀다/홀로), 鳳仙 봉선(봉선화), 橫 횡(가로/가로놓다), 瓠 호(표주박), 蔓 만(덩굴), 瓠蔓 호만(박 덩굴), 笳 가(갈잎파리), 莖 경(줄기), 笳莖 가경(가지를 의미), 紫 자(자주 빛), 翠 취(비취색/물총새), 縈 영(얽히다), 陣 진(열 ․ 대오/진치다), 朱주(붉다), 蜻 청(잠자리), 燥 조(마르다)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庚’ 韻 으로 ‘橫 ․ 縈 ․ 生 ’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李奎象이규상(1727～1799) : 조선 후기 영 ․ 정조 때의 학자이고, 본관은 한산, 자가 像之상지, 호가 悠悠齋유유재이며, 나중에 一夢일몽이라했다. 18세기 조선의 인물들을 망라한 인물지 ‘一夢稿’일몽고를 저술했다. 쉰 살에 상처하고 오직 시와 문에 마음을 붙이고 곤궁하게 살았다고 한다. 학행으로 천거되어 朝散조산대부를 제수 받은 뒤 잠시 홍릉참봉을 지냈다. 이후의 행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評說 】 가을이 성큼 다가온 농촌 풍경 이 詩는 18세기 조선시대 농촌의 모습을 담은 한 폭의 풍경화이다. 시골 마당에 맨드라미와 봉선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텃밭에는 파란 박 넝쿨이 초가지붕으로 길게 뻗어 나가 있는데, 덩굴에는 박이 소담스럽게 매달려 있다. 가지나무에는 자줏빛 가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 위로 빨간 고추잠자리가 무리를 지어 파란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는데, 여름 장마가 그치자 구름은 높고 하늘은 맑아 햇살이 유난히 빛난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작자가 그린 그림은 색감이 산뜻한 한 폭의 농촌풍경으로 맨드라미도 붉고, 봉선화 꽃도 붉고, 고추잠자리도 붉다. 박 넝쿨은 파란 비취색이고, 가지는 자줏빛으로 색감이 선명한 채색화이다. 이 詩는 景경을 위주로 묘사하고 그 情정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조용히 읽어보면 시골생활의 흥이 절로 연상된다. 당나라 詩가 景경을 위주로 하여 그림을 지향하는데, 이규상의 詩는 唐詩당시를 닮았다. 그러나 당시에서 찾을 수 없는 선명한 색체가 있고 그 색체에는 조선의 빛깔이 있으므로 조선적인 唐風당풍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8세기에는 화가 정선이 조선의 眞景진경 산수를 그렸듯이 詩에 있어서도 조선의 眞景진경과 眞情진정을 드러낸 詩를 쓰는 사람들이 출현했다. 즉 자연스러움과 질박함이라는 고대시의 정신을 배우되, 시인이 보고 느낀 이 땅의 진경과 진정을 詩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났다. 이러한 시대조류에 따라 이규상도 조선에서 살아가는 조선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詩를 많이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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