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리스도는 어떤 죄의 가련함도 취하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죄는 육체의 가련함이, 예컨데 우리의 죄를 보속하기 위해서, 또는 우리의 표양이 되기 위해서 선용될 수 있는 것처럼, 선용될 수 없고,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2. 그리스도는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서 은총과 모든 덕능을 지니고 계셨다. 그 덕능들이란 육체에 이성의 주체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분 안에는 욕정의 충동이 없었다. 즉 이성에 반대되는 감각적 기호에 기우는 경향은 없었다.
3. 덕능이 그러한 충동을 배척하는 것처럼, 지식은 무지를 배척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에게 있어서 은총과 덕능 이외에도 지식의 충만함이 있었다. 그러므로 그분에게 어떤 무지가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4. 그리스도의 영혼은 육체와 일치를 이루어 하나의 주체로서,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 그리스도에게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각적 의미의 선호의 경향을, 예컨대 동물들이 지니고 있는 격정을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였다. 왜냐하면 첫째로, 그분에게서는 결코 불법적인 어떤 것에로 기우는 경향이 없었고, 둘째로 결코 이성의 판단을 벗어나는 적이 없었으며, 셋째로 우리 인간들에게는 불행하게 발생하는 것과는 달리 이성을 압도하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5. 그리스도에게는 감각적 고통이 있었다. 진정한 감각적 고통에는 상해(傷害)와 상해의 감각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에게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있었다.
6. 고통은 어떤 상해를 접촉을 통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편 슬픔이란 어떤 이미지나 이성으로부터 악을 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영혼 안에는, 비록 지복 직관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할지라도, 진정한 고통이 있었던 것처럼 진정한 슬픔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신적 시혜(施惠)를 통하여 정신 안에 내용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7. 슬픔은 두려움과 구별된다. 슬픔은 현재의 악을 파악하는데서 유래하는데 비해, 두려움은 미래의 악을 파악함에서 유래한다. 그리스도에게는 진정한 슬픔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겁이 아니다. 겁은 미래에 있을 불확실한 사건에 대한 전율이다.
8. 그리스도에게 경탄할 여지도 지니고 있었다. 경탄이란 새로운 것과 예사롭지 않은 것을 통해서 지니게 되는데, 이것은 오직 그분의 지복적 지식과 각인된 초자연적 지식에 위해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9. 그분에게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진 모욕때문에 슬픔으로부터 반발의 원의와 분노가 일어난다. 또 슬픔과 복수의 원의가 복합된 어떤 격정이 일어난다. 그리스도에게 슬픔이 있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이 분노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분노는 죄를 동반하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격정이 앞설 수 없었고, 또 그것이 이성을 역전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분노는 열정에 의한 것이었고, 따라서 거룩한 분노라고 부를 수 있다.
10. 이 지상에서의 그리스도는 달관자(達觀者)였다. 왜냐하면 그분은 지복 직관을 누리고 계셨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신적 시혜를 통해서 그분 정신 안에 들어온 것이라 할지라도 지복 직관을 누리셨다. 그러나 그분에게도 도달해야 할 어떤 진복이 남아 있었다. 즉 수난받을 수 있는 영혼 안에, 그리고 죽을 수 있고, 고통받을 수 있는 육체 안에, 고통과 수난이 남아있는 그만큼 도달해야 할 진복이 남아 있었다. 그러므로 그분은 또한 나그네이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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