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성을 취한다는 것은 신 본성이 아니라 신적 위격에 속한다. 왜냐하면 취하는 것은 하나의 행위이며, 행위란 위격적인 까닭이다. 더욱이 신성의 인성과의 일치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신 본성 안에서가 아니라 신적 위격 안에서 이루어 지기 때문이다.
2. 그런데 취함의 근원은 신 본성이기 때문에, 신 본성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일차적으로 한 위격이 인성을 취했다 하더라도 이차적으로 신 본성이 인성을 그의 위격 안에 취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3. 인간 지성은 무한하신 하느님을 단순한 하나의 관념만으로 인식할 수 없다. 오히려 여러가지 관념들, 서로 다른 관념들로 해서 인식할 수 있다. 마치 하느님의 아버지이심으로부터 하느님의 신성을 독립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안에 취함이 이루어진 위격을 생각하지 않고 하느님 편에서 인성을 취하였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4. 인성을 취함에 있어서 행위의 시작과 그 종결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시작으로서의 행위는 신 삼위에 공통적인 신적 덕능으로 부터 착수된다. 그러나 종결로서, 위격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치는 말씀의 위격 안에서보다 더 적합한 자리가 없다. 그러므로 육화는 삼위일체의 하느님의 작업이지만 그 완성은 성자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5. 사실 신 삼위에 있어서 위격성의 근거가 동등한 까닭에 육화는 성자나 성신의 위격 안에서와 마찬가지로 성부의 위격 안에서도 그 완성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육화의 근원인 신적 덕능은 신 삼위에 공통적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인성을 한 위격 또는 다른 위격 안에 일치하도록 함에 있어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6. 만일 신적 삼위가 모두 하나의 신 본성에 실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처럼 삼위 모두가 하나의 인간 본성에 실재한다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사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만일 취해진 인성이 위격을 이루고 있다면, 여러 위격들이 유일하고 동일한 인간을 위격의 일치성 안에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성이 위격을 이루고 있지 않다는 순간부터 여러 위격들 안에 육화의 완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혀 무리가 아니다.
7. 좀더 언급하자면, 인성을 취한 신적 위격은 무한한 권능을 지닌 존재로서 취한 인성으로 말미암아 제약받을 수 없고, 또 하나의 제2의 인성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도 제약받는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이다.
8. 그러나 말씀의 위격 안에 육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진정으로 합당하다. 왜냐하면 육화와 더불어 말씀은 창조의 측면에서도, 또 인간 본성의 회복 차원에서도 최고의 창조주 개념이기 때문이다. 말씀은 영원한 개념으로서 인간적 지혜의 원리로서 그 완성이기도 하다,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됨은 본성적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 말씀을 통해서다. 그리고 진정한 지혜이신 말씀은 지식의 무질서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멀어졌던 인간을 다시 하느님께로 이끄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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