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 것은 본성(本性)을 따라야 적합하다. 그처럼 이성적 인간에게는 합리적인 것이 적합하다. 하느님은 선(善)이시다. 선은 그 자체로 확산의 성향을 지닌다. 선은 타자(他者)와 친교를 이루고자 하기 때문이다. 육화는 최고선이신 그분이 피조물과 친교를 이루는 최고의 방식이다. 그러므로 육화는 하느님 자신을 위해 적합하였다. 왜냐하면 그와 같이 보이는 실재(實在)로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속성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2. 육화는 모든 인간의 죄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였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다른 방법으로도 아담의 범죄를 치유하실 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육화는 보다 나은 방법으로서 인간의 선을 도모하는 효과와 아울러 희망, 사랑, 정의, 신성(神性)에의 참여를 보다 완전케 하며, 또 한편 악(惡), 즉 악마의 유혹, 인간 존엄성의 상실, 주제넘는 건방짐과 허영으로 부터 우리를 멀리하게 한다. 육화는 무엇보다도 인간 스스로 제공할 수 없는 합당한 대가를 하느님께 드리는 동시에 인간을 죄로 부터 자유롭게 하는 유일무이한 방식이었다.
3. 만일 인간이 죄를 범하지 않았더라면 하느님은 육화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서는 항상 육화를 죄의 치유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느님의 권능을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께서 원하기만 하신다면 죄와 상관없이도 육화를 마찬가지로 가능케 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4. 육화는 모든 죄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막중한, 적어도 보편적인, 다시 말해 모든 인간에게 퍼져 있는 원죄(原罪, Peccatum originale)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5. 이 세상이 시작될 무렵 하느님께서 육화하셨더라면, 그것은 적합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사실 육화는 인간이 자신의 교만에 대하여 부끄러워할 수 있는 합당한 방법이었으며, 말씀(Verbum)의 도래가 때맞게 준비되어 있었고, 또 때가 이르렀음으로해서 그러한 신비로 말미암아 신앙을 미지근하게 하는 것을 막는 좋은 방법이었다.
6. 육화가 세상 끝날에 뒤늦게 이루어졌더라면, 그것 역시 적합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 끝날에 완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을 통하여 점차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육화의 영광이 그럴 만한 시간과 완전함을 갖출 수가 없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시간의 충만함을 건너 뛰어서는 육화가 하느님에 관한 인식, 흠숭, 또 그분에 대한 인간 태도의 정직성을 상실하고 말았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육화는 임하시는 메시아에 대한 신앙을, 무엇보다도 이미 메시아께서 오셨다는 신앙을 통하여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야만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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