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전 제 3 부 예수 그리스도와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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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문 : 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의 은총

1.  예수 그리스도 안에 성화 은총이 있다는 사실을 견지해야 한다.  그분의 영혼은 말씀에 일치되어 있었다는 것, 즉 원천이신 하느님과 일치되어 있었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고, 그분의 영혼이 하느님을 인식해야 했고, 하느님을 완전하게 사랑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 그분은 하느님과 인간들 사이에서 중재자로 옹립된 분이라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2.  은총은 영혼을 겨냥하고 덕행은 영혼의 능력을 겨냥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영혼을 위한 은총이 있었던 것처럼 영혼의 능력을 위한 덕행들이 있었다.  신앙과 희망은 제외된다.

3.  신앙은 보이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실존의 첫 순간부터 본질상 하느님을 직관하고 계셨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신앙이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4.  이와 유사하게 대신덕(對神德)으로서의 희망은 지족 직관(至福直觀)을 그 달성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본질적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그의 실존의 첫 순간부터 지복 직관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므로 만일 그의 영광과 육체의 불멸성처럼 부차적인 장식으로서가 아니라면 그분 안에는 대신덕으로서의 희망이 자리잡을 수가 없었다.

5.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성령의 재는들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 재능들은 영혼의 능력을 완전케 하는 것이요, 성령의 움직임에 유순하게 따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충만하였다.  그러므로 그분에게는 필수적으로 성령의 재능들이 있었다.

6.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하느님을 경외(敬畏)하는 재능도 있었다.  악이나 잘못, 또는 벌을 겁내는 것이라기 보다 존경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 위엄하심을 경외하는 것이었다.

7.  예수 그리스도는 신앙의 으뜸이요, 최고의 스승으로서 그분에게는 은총의 모든 재능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선물로서의 재능은 사도들에게 다시 분배되었다.  사도들은 언어와 기적의 재능을 지녔다.

8.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서도 지복 직관을 누리시면서, 모든 것을 이해하는 인식자였으며, 길 안내자였다.  원근의 모든것을 인식하고, 교류하고 계셨다.  그러므로 그분은 예언자였다.

9.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은총의 충만함이 있었다.  왜냐하면 실존의 첫 순간부터 그분은 하느님과 가장 가까우셨고 은총의 근원으로서 하느님과 일치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들 모두를 위해 그분의 은총의 근원이셔야 했다.  결국 그분의 은총은 은총의 모든 결과에, 즉 선사된 모든 재능과 덕행, 또는 그와 유사한 모든 것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10.  은총의 진정한 충만함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고유한 것이고 그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장 탁월하게, 또 관계되고 있는 모든 다른 결과에까지도 가장 널리 영향을 주는 방법으로 은총의 충만함을 지니고 있으며, 그 밖의 다른 속성에 대해서 은총의 충만함은 은총 그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자의 능력을 고려하는 까닭이다.  그분의 조건을 보자면, 그분이 은총을 충만하게 지니셨다는 것이 중요하다.

11.  그리스도 안에서 말씀의 위격과 일치한 존재이도록 하는 일치의 은총은 말씀이, 즉 하느님이신 말씀이, 무한한 만큼 역시 무한한 것이다.  한편 상존 은총은 한계를 지닌 그리스도의 영혼을 고려한다면, 제한되어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분 안의 은총을 고려한다면, 그분 안에는 은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도저히 측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시 무한하다고 말해야 한다.

12.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에게 은총은 그리스도 자신을 위해서 더 커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분의 말씀의 신적 위격과 일치하는 그 첫 순간부터 지복 직관을 누리고 계셨기 때문이다.  또 은총 그 자체의 측면에서도 더 커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인성에 참여할 수 있는 한의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리스도는 은총의 결과에 의해서, 즉 보다 고상하고 보다 지혜로운 활동을 함으로써, 은총 안에 성장하실 수 있으셨다.

13.  그리스도에게 일치의 은총은 성화 은총 이전에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적 순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본성의 질서에 의해서다.  무엇보다 일치의 원리요, 시작은 제2의 신적 위격이신 말씀이다.  한편 제3의 신적 위격이신 성령은 상존 은총의 원리요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현존으로 말미암아 기인된 상존 은총은 그리스도에게 있어서 말씀의 위격의 현존으로 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결국 작용에 있어서 질서를 지니고 있는 은총은  공로와 함께 존재하도록, 작용과 관계하고 있는 위격을 전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