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謁漢岩大禪師
謁漢岩大禪師(한암 대선사를 뵙고) 알한암대선사 趙芝薰(조지훈) 雲 霞 深 處 泉 聲 咽 구름 노을 깊은 곳에 샘물소리도 목이 메고 운하심처천성열 時 聞 山 禽 路 更 迷 때때로 들려오는 산새소리에 또 길을 잃었다. 시문산금로갱미 無 事 老 僧 巖 下 睡 일 없는 노승이 바위아래 졸고 있는데 무사노승암하수 靑 天 白 日 落 花 飛 푸른 하늘 밝은 태양아래 떨어지는 꽃잎이 흩날리고 있다. 청천백일낙화비 【 註釋 】謁 알(뵙다), 霞 하(놀), 深 심(깊다), 泉 천(샘), 聲 성(소리), 咽 열/인(목메다 열:入聲/목구멍 인:平聲), 時聞 시문(때때로 들리다), 聞 문(듣다 : 平聲/들리다 :去聲), 禽 금(날짐승/새), 更 갱/경(다시/고치다 경), 迷 미(미혹하다/길을 잃어 헤매다), 巖 암(바위), 睡수(졸다), 靑天 청천(푸른 하늘), 白日 백일(하얀 해/밝은 태양), 落花飛낙화비(떨어지는 꽃잎이 휘날리다)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齊’ 韻 ‘迷’자와 ‘微’ 韻 ‘飛’자인데, 모두 ‘支’자 통운이다(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趙芝薰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출신이고 본명은 東卓 으로 시인이며 수필가이다. 엄격한 가풍 속에서 한학을 배우고 고 독학으로 혜화전문학교(현 동국대학)를 졸업하였다. ‘승무’가 유명하며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민족정서를 노래하였으며 ‘청록파’시인 중 한 사람이다. 【 評說 】자연의 모습이 바로 부처의 설법 지금도 경향각지에서 한시를 짓고 漢詩集한시집을 펴내는 사람들이 있고, 현대 시인들 중에서도 한시를 즐겨짓던 분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한시가 우리생활의 저변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하겠다. 조지훈도 한시집을 펴낸 적이 있으며 위 詩는 그가 20대에 지은 것이다. 작자가 세속의 번뇌를 가득 안고 선지식을 찾아갔다가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바로 부처의 설법임을 깨듣는 禪的선적인 靜寂정적의 세계로 이끄는 詩이다. 이름난 선지식을 만나러 산길을 걷고 있는데, 깊은 산중의 샘물소리가 흐느끼는 울음소리로 들렸다. 속세의 수많은 일들이 뇌리 속을 떠나지 않아서인지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소리조차 오열하는 소리 같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간간히 들려오는 산새 소리에 몰입되어 산길을 잃었다. 길을 잃었다는 것은 바로 무겁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서인지 문득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을 말하리라. 다른 세계란 바로 본인이 찾고자 하던 바로 무념‧무상‧무욕의 부처 세계일 것이다. 부처의 세계를 이미 감수했는데, 노승을 찾아가 더 이상 무슨 질문이 필요하랴? 그래서 일없는 노승이 바위 밑에서 졸고 있다고 하였다. 이제 노승에게 부처의 길을 구구하게 물을 필요가 없음을 나타냈다. 그것을 문득 깨닫고 눈을 돌려보니 푸른 하늘 밝은 태양 아래 떨어지는 꽃잎이 휘날리는데,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바로 부처의 설법임을 알았다. 선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위를 배제하고 욕망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만상을 바라보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게 되고, 스스로의 自性자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바로 부처의 세계가 자기내면에서 펼쳐지고 있지 않을까? 漢岩한암대선사(1876~1951)는 근대의 고승으로 속가 성이 ‘방’씨이고 호는 漢岩한암이며 강원도 화천출신이다. 1941년 조계종이 출범되었을 때 초대 종정으로 추대되었다. 문하에 탄허‧고암‧청담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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