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慵心
慵心(게으름) 용심 李詹(이첨) 平 生 志 願 已 蹉 跎 평생에 뜻 하던 일 이미 다 글렀나니 평생지원이차타 爭 奈 衰 慵 十 倍 多 어찌하랴? 노쇠하여 게으름이 열배나 많아지는 것을 쟁내쇠용십배다 午 枕 覺 來 花 影 轉 낮잠에서 깨어나니 꽃그림자도 옮겨갔거니 오침각래화영전 暫 携 稚 子 看 新 荷 잠시 어린아이 손잡고 새로 핀 연꽃을 보노라 잠휴치자간신하 【 註釋 】慵 용(게으르다), 甚 심(심하다), 慵甚 용심(게으름이 심함/몹시 나른함), 詹 첨(이르다), 志願 지원(뜻하여 원하던 것), 蹉 차(넘어지다), 跎 타(헛디디다), 蹉跎 차타(걸려 넘어지다/불우하여 뜻을 이루지 못함), 爭 쟁(다투다/어찌:반어), 奈 내(어찌), 爭奈 쟁내(어찌하랴=何奈), 衰 쇠(쇠하다), 衰慵 쇠용(노쇠하여 게으름), 午枕 오침(낮잠/오수), 轉 전(구르다/옮기다), 暫 잠(잠깐), 携 휴(끌다/잡다), 稚 치(어리다), 稚子 치자(어린아이), 荷 하(연꽃), 新荷 신하(새로 핀 연꽃)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歌’ 韻 으로 ‘跎 ․ 多 ․ 荷’자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李詹이첨(1345 충목왕1～1405태종5) : 고려 말 및 조선 초의 문신이다. 자는 中叔중숙 호는 雙梅堂쌍매당이며 예문관 대제학 등을 역임했다. 삼국사략을 찬수했고, 문장과 글씨에 뛰어났다. 저서에 楮生 傳저생전 ․ 雙梅堂集쌍매당집 등이 있다. 【 評說 】 은퇴한 자의 게으름 이 詩는 평생 뜻하던 일을 이루지 못하고 어느덧 노경에 접어들어 물러난 한 늙은이의 閑趣한취와 그간 팽팽히 버텨오던 긴장이 풀려버린 무기력한 게으름이 詩 전편에 흐르고 있다. 평생에 품었던 뜻을 다 펴보지도 못한 채 이제 몸과 마음마저 늙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못하는 현실을 탄식하면서 마음속의 열망을 다 접고 인생을 반추하는 한 늙은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은퇴한 노경의 무기력 속에서 게으름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는데, 밝은 태양이 비치는 꽃 그림자 아래에서 깜빡 낮잠(午睡)에 들었다. 볕이 따가워 깨어보니 꽃 그림자도 옆으로 옮겨가고 온 몸이 햇빛에 노출되어 있었다. 잠시 곁에 있던 어린 아들(稚子)의 손을 잡아끌고 연못으로가 새로 핀 연꽃(新荷)을 보고 있다. 詩 속에 나오는 ‘잠시(暫)’라는 의미는 낮잠(午睡)도 잠시요, 꽃 그림자(花影)도 잠시 만에 옮겨가고, 아이 손잡고(携稚子) 연꽃(新荷) 구경하는 것도 잠시일 것이다. 나아가 우리네 인생도 잠시가 아닐까? 인생은 어차피 浮生부생 백년에 南柯一夢남가일몽일지도 모르니 名利명리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平常心평상심을 유지하며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 詩에 등장하는 연꽃은 예부터 진흙 속에서 환하게 피어오르는 꽃 중의 군자(花之君子)라고 하였다. 일찍이 송나라 周敦頤주돈이는 그의 愛蓮說애련설에서 “더러운 진흙에서 나와도 때 묻지 않고(出淤泥而不染),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다(濯淸漣而不妖)”라고 하여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지금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연못에는 연꽃 축제가 한창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시간을 쪼개어 연꽃 구경이라도 한번 가는 것이 어떠할까? 현재가 비록 오탁악세의 험한 세상이라고들 하나 환하게 핀 연꽃을 바라보는 밝은 마음으로 우리네 ‘삶’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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