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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雨題淸州東軒
對雨題淸州東軒(비 내리는 청주동헌에서) 대우제청주동헌 成俔(성현) 畵 屛 高 枕 掩 羅 幃 둘러친 병풍에 베개를 높이 베고 비단휘장으로 가렸는데 화병고침엄라위 別 院 無 人 瑟 已 希 별원에 인적이 끊어지고 거문고 소리도 이미 드물다. 별원무인슬이희 爽 氣 滿 簾 新 睡 覺 상쾌한 기운이 주렴에 가득해 막 잠에서 깨었는데 상기만렴신수각 一 庭 微 雨 濕 薔 薇 온 뜰에 내린 가랑비에 장미꽃이 촉촉이 젖어있다. 일정미우습장미 【 註釋 】軒 헌(처마/수레), 俔 현(엿보다), 畵屛 화병(그림을 그린 병풍), 枕 침(베개), 掩 엄(가리다/숨기다), 羅 라(그물/비단), 幃 위(휘장), 院 원(원집 ․ 삥 둘러 담을 친 집/뜰), 瑟 슬(거문고), 已 이(이미/그치다), 希 희(바라다/드물다 ․ 성기다), 爽 상(시원하다), 簾 렴(발/주렴), 睡 수(졸다/잠), 覺 각(깨다/깨닫다), 庭 정(뜰), 一庭 일정(온 정원), 微 미(작다), 微雨 미우(가랑비), 濕 습(축축하다), 薔薇 장미(장미)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微’ 韻 으로 ‘幃 ․ 希 ․ 薇’자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成俔성현(1439～1504) : 조선전기의 명신이며 학자이다. 대사간 ․ 예조판서 ․ 대제학 등을 지냈다. 자는 磬叔경숙이고 호는 慵齋용재이다. 악학궤범을 편찬했고, 慵齋叢話용재총화를 지었다. 살아서는 부귀를 누렸으나 갑자사화가 일어나 부관참시를 당했다가 나중에 신원되었고 청백리에 뽑혔다. 【 評說 】 가랑비에 젖은 장미를 바라보며 한가한 초 여름날, 낮잠에서 깨어나 가랑비에 젖어 있는 장미를 바라보고 지은 詩이다. 여유로운 생활과 번민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조선시대 귀족들의 호사스런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은 화려한 그림 병풍을 둘러치고 비단 휘장으로 가린 채로 베개를 높이 베고 낮잠을 즐기고 있다. 소란스럽던 후원에서도 인적이 끊어지고 들려오던 거문고 소리마저 멎었다. 낮잠에 빠져 들어가 한참을 즐겼는데, 시원한 기운이 엄습해와 잠에서 막 깨어났다. 잠자는 사이에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갔는지 지금은 가랑비가 오락가락 내리고 있다. 밖을 바라보니 마당에 온통 붉게 핀 장미꽃이 비에 젖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곱고 싱그러운 붉은 장미꽃과 조용한 정원, 잘 꾸민 사랑채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나 여유와 한가로움이 지나쳐 권태감과 나른함으로 빠져버릴까 염려스럽기조차 하다. 봄꽃이 다지고 난 지금 장미꽃이 한창이다. 고인들도 장미를 즐겨 노래했다. 조선의 崔慶昌최경창은 “오래된 집에 푸른 이끼 돋고 문은 홀로 닫혔는데, 뜰에 가득한 맑은 이슬에 장미가 젖어있다.”(古屋苔生門獨閉, 滿庭淸露濕薔薇)고 하였다. 唐당나라 高騈고병도 “미풍이 불어와 수정 구슬발이 흔들리는데, 시렁에 만개한 장미가 뜰 안 가득 향기를 뿌린다.”(水精簾動微風起, 滿架薔薇一院香)고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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