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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伽倻山讀書堂(가야산 독서당)
題伽倻山讀書堂(가야산 독서당) 제가야산독서당 崔致遠(최치원) 狂 噴 疊 石 吼 重 巒 겹겹이 바위틈을 미친 듯이 내뿜어 뭇 봉우리를 울리니 광분첩석후중만 人 語 難 分 咫 尺 間 사람의 말소리를 지척에서도 분간하기 어렵구나! 인어난분지척간 常 恐 是 非 聲 到 耳 늘 옳고 그름을 다투는 소리가 귀에 이를까 두려워 상공시비성도이 故 敎 流 水 盡 籠 山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다 둘러놓았다네. 고교류수진롱산 【 註釋 】狂 광(미치다), 噴 분(뿜다), 狂噴 광분(미친 듯 내뿜음), 疊 첩(겹치다), 疊石 첩석(중첩한 바위), 吼 후(울다/울부짖다), 巒 만(메/산), 重巒 중만(중첩한 멧부리), 難分 난분(분간하기 어렵다), 咫 지(길이), 咫尺 지척(여덟 치와 한 자/매우 짧은 거리나 길이), 常恐 상공(항상 두렵다), 是非聲 시비성(옳고 그름을 다투는 소리), 到 도(이르다), 故敎 고교(짐짓…로 하여금 …하게하다), 敎 교(가르치다/…하여금…하게하다), 籠 롱(대그릇/뒤덮다), 盡籠山 진롱산(산을 다 뒤덮다)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寒’ 韻 ‘巒’자와 平聲 ‘刪’ 韻 ‘間 ․ 山’자인데, 모두 ‘眞’자 통운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崔致遠최치원(857～?) : 신라 말의 학자이며 우리 한문학의 비조이다. 경주최씨의 시조로 자는 孤雲고운 ․ 海雲해운이다. 896년(신라경문왕 9년) 12세 때 당나라에 유학하여 874년에 과거에 급제하였다. 879년 黃巢황소의 난 때 고변의 종사관으로 참전하여 ‘討黃巢檄文’토황소격문으로 이름을 날렸다. 885년 29세 때 귀국하여 ‘아찬’이 되었으나 그의 뜻이 용납되지 못하자 세상을 비관하여 사퇴하였으며 산수 간에 방랑하다가 죽었다고도 하며 또는 신선이 되었다는 속설도 있다. 【 評說 】 세상의 시비소리 물소리 속에 묻히다 고운 최치원은 당나라의 벗 顧雲고운이 儒仙歌유선가에서 “열두 살 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十二乘船過海來), 문장으로 중국을 감동시켰다(文章感動中華國).”다고 한 말처럼 문명을 중국 천하에 떨쳤으나 이방인으로서 더 이상 앞날의 보장이 없음을 절감하고 885년 29세 때 신라로 귀국했다. 신라에서 한림학사의 벼슬을 받아 時務시무28조를 올리는 등 경세의 뜻을 펼치려 했으나 망국으로 치닫던 신라조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사십이 되기 전에 은거를 결심하고 산수 간을 방랑하였으며, 896년 가족을 이끌고 가야산에 은거하였다. 위 詩는 그가 은거하던 ‘가야산독서당’에 부친 작품으로 紅流洞홍류동 계곡바위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을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는 산골 물이 기암괴석의 봉우리들과 부딪치며 내지르는 굉음으로 온 산이 울리고 있다. 그래서 포말을 그리며 세차게 흐르는 홍류동의 물소리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조차 알아들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옳고 그름을 다투는 소리가 물소리 속에 파묻혀 버렸지만 또 다시 是非聲시비성이 들려올까 두렵다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 구절에서 홍류동 계곡 물을 돌려 자신이 사는 곳과 산을 두르게 했다고 한 것이다. 대장부란 무릇 뜻을 얻으면 백성들과 함께 하여 경륜을 펴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한다고 하는데, 큰 재주를 가지고도 세상이 용납하지 않으니 물러날 수밖에 없다 하겠다. 광분하는 저 물소리 이면에는 선각자의 분노성이 들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작자가 한번 청산에 들어가 은거하면 다시 세속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미심장한 뜻을 담은 詩가 있어 이곳에 소개한다. 僧乎莫道靑山好 스님아! 푸른 산이 좋다고 말하지 마라 승호막도청산호 山好何事更出山 산이 좋은데 무슨 일로 다시 산을 나오는가? 산호하사갱출산 試看他日吾踪跡 시험 삼아 이다음에 나의 종적을 보아라. 시간타일오종적 一入靑山更不還 한 번 푸른 산에 들어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일입청산갱불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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