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부부에서 남성이 그 원인이 되는 경우는 대략 4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그리고 부부 모두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도 10% 정도이므로 불임에 있어서도 남성은 대략 절반의 책임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성이 처한 입장을 고려한다면 남편은 더 큰 책임과 배려로 아내를 감싸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남성불임의 원인은 여성의 불임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게 규명된다. 대체로 정자 생산의 감소, 정자 수송 경로의 폐쇄, 정자 운반의 장애, 그리고 정액의 이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자생산은 고환정맥계에 혈관의 꽈리가 형성되거나 스트레스, 흡연과다, 고온 환경의 노출될 때 감소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허증(虛證)과 실증(實證)으로 불임의 원인을 구분한다. 허증은 몸이 허한 경우이다. 이것은 성욕과 생식기능의 전반적인 허약을 나타내는 신허(腎虛)와 전신적인 쇠약을 나타내는 기혈(氣血)의 허약으로 구분된다. 실증은 염증과 노폐물(濕痰), 어혈(瘀血) 등이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로, 무리한 성생활, 스트레스, 비뇨기계 염증, 비만, 환경호르몬 노출, 고온환경 노출 등이 모두 그러한 허와 실의 범주에서 파악된다.   

건강한 아기를 위한 남성의 관리

태아를 태중에서 교육하고자 하는 노력을 ‘태교(胎敎)’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상 태교는 임신 전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임신 전 태교의 주체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많은 남성이 되어야 하는데, 말과 몸가짐, 그리고 음식과 기호식품의 섭취에서 항상 몸과 마음의 평정이 허물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내면의 노력에 의해 ‘아기의 씨앗’이 건강하기도 할 수 있고 부실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성의 고환이 몸 밖에 있는 것은 체온 보다 낮은 환경에서 정자가 잘 생성되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의복과 허리띠를 느슨하고 편하게 하라 하였다. 이것은 밀착된 의복과 허리띠가 정자생성을 방해하는 고온 환경을 만들고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취지로 사우나를 자주하는 것도 좋지 않다.

담배와 술은 메마르고 뜨거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정액을 말리고 졸이는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사실이 그렇다. 이들은 고환과 음경으로 가는 혈류량을 줄이고 몸을 항진하게 하여 정자생성과 성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규칙적인 운동, 특히 빨리 걷기는 하체의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운동 후에는 고환주변을 서늘하게 하며, 마음으로 사랑을 다지고, 몸으로는 주 2-3회 규칙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남성 관리의 기본이다.

양정을 위한 생활규범

한의학에서는 임신을 위한 남성의 준비를 정액을 기른다는 의미로 ‘양정(養精)’이라 한다. 이를 위해 과욕(寡慾), 절로(節勞), 식노(息怒), 계주(戒酒), 신미(愼味)하는 생활규범을 제시하였다.

□ 과욕: 성욕을 지나치게 발동하지 말라.

□ 절로: 심신에 무리가게 하지 말라.

□ 식노: 마음을 즐겁게 하고 ‘열’받지 말라.

□ 계주: 지나친 음주를 경계하라.

□ 신미: 과식과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라.

만일 그 부부의 문제가 아내에게만 있다면, 남편은 더 양보해야 한다. 짐짓 스스로의 책임에서 자유롭기만 한다면 임신은 더욱 어려워진다. 아내는 임신을 위해 살얼음을 걷고 백일기도를 한다. 아이를 위해서는, 곰이 아니라 범을 닮아 인내심이 덜한 한국의 남편이라 할지라도 정자가 생성되는 74일간은 기도하듯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이 바로 치료의 기본이다.

남성불임의 한방 치료

여러 문헌과 많은 자료들이 남성불임의 한방치료를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 남성이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것은 여성보다 드물다. 심리적인 위축이 적극적 치료를 막기 때문이다. 남성의 위축은 그야말로 위축을 야기한다. 곧게 펴지지 않으면 치료는커녕 기본적인 행복에서 멀어진다.

침치료와 약물치료는 여성과 같은 원리로 이루어진다. 다만 밀집되고 정제된 난자가 아니라 양적인 충족도 이루어져야 하는 정자를 아주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과 오자연종환(五子衍種丸) 같은 처방들은 허증의 남성불임을 치료하고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이나 창부도담탕(蒼附導痰湯) 같은 처방들은 실증의 남성불임을 치료한다. 침치료는 정자의 생성과 활성을 고무시킨다. 그리고 욕망도 고무시킬 수 있다.

마, 복분자, 오미자 등을 약차로 마시면 정자의 생성과 정액량을 늘리고 성생활의 피로를 줄여 줄 수 있다.

글/ 김동일/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일산한방병원 여성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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