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체포한 일행이 총독관으로 가는 사이에 마태오 복음사가는 붓을 돌려 배신한 다음에 자취를 감추었던 유다의 뒤를 쫓고 있다.

그 때에 배반자 유다는 예수께서 유죄 판결을 받으신 것을 보고 자기가 저지른 일을 뉘우쳤다. 그래서 은전 서른 닢을 대사제들과 원로들에게 돌려주며 "내가 죄없는 사람을 배반하여 그의 피를 흘리게 하였으니 나는 죄인입니다."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알 바 아니다. 그대가 알아서 처리하라."하고 말하였다. 유다는 그 은전을 성소에 내동댕이치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매달아 죽었다.(마태오27: 3-10)

그 때에 배반자 유다는 예수께서 유죄 판결을 받으신 것을 보고→예수께서는 이 때 아직 총독의 판결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다는 당연히 사형으로 낙착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을 뉘우쳤다. 그래서 은전 서른 닢을 대사제들과 원로들에게 돌려주며→왜 유다는 지금에 와서야 뉘우쳤던 것일까? 혹시 유다는 예수님의 능력으로 그들의 손에서 예수가 벗어나리라고 생각했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단지 지금에 와서야 유다는 악몽에서 깨어났던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중대한 죄를 의식하고 참기 어려운 자기 혐오감에 빠졌을 것이다. 이것은 범죄자에게 흔히 있는 심리이다. 범죄자들은 욕망을 채우고 만족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하여 심한 혐오감을 느낀다고 한다. 유다도 은 전 서른 닢에 선생님을 배반하고는 한 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유다는 은전 서른 닢을 돌려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죄없는 사람을 배반하여

그의 피를 흘리게 하였으니 나는죄인입니다.→유다는 예수께 죄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광적인 욕망에 눈이 어두웠다고는 하나 자기의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한 대사제들에게 예수님의 무죄를 알리고 싶은 욕망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적들은 불쌍한 유다에게 한 치의 동정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알 바 아니다. 그대가 알아서 처리하라.→이 얼마나 냉혹한 대답인가? 이 시니시즘(퀴닉주의, 모든 사물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주의, 냉소적)은 불쌍한 유다를 절망에 몰아넣었다.

유다는 그 은전을 성소에 내동댕이치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매달아 죽었다.

→배신자의 말로는 이렇게 비참하게 끝이 났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왜 유다는 자기의 잘못을 뉘우쳤으면서도 예수님의 자비를 구하지 않았을까? 자비를 구하기만 했다면 틀림없이 예수님이 그를 용서해주셨을 텐데. 글쎄 인간의 탈을 쓰고 차마 못 할 짓을 했으니 그럴 염치가 없었을까?

이것은 유다의 來世와 함께 우리에게 주어진 영원한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