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22:19-20)

또 빵을 들어 감사기도를 올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

과월절 식사에 이어 聖體 設定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예수께서는 빵을 들어 먼저 감사기도를 올리셨다. 이 감사기도를 ’에우카리쓰띠아’라고 부르는데 성체성사를 이렇게 부르게 된 것도 바로 이 감사기도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것은" 곧 손에 쥐고 있는 빵이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곧 너희를 위하여, 너희들 대신에 너희들의 구원의 代價로 넘겨질, 곧 죽어야 할 내 몸이다. 이 말씀은 문자 그대로 명백한 뜻이어서 예수께서 사도들에게 빵이라는 형상 안에 당신을 넘겨주신다는 뜻이다.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이 말은 루가와 1고린11:24에만 기록되어 있다)이것으로 말미암아 벌써 예수님의 희생은 이루어졌다. 머지않아 십자가에서 이루어질 피의 희생과 같이 성체도 속죄적인 희생인 것이다. 제자들은 이 속죄적인 희생을 끊임없이 봉헌하게 될 것이다.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 (이 대목 역시 루가와 바오로 사도만이 전하고 있다)

이 기념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고 예수께서 행하신 것과 같은 희생인 것이다. 이것으로써 예수께서는 새로운 설정을 하셨는데 이것은 하느님 나라가 펴야 할 종교 단체와 사제직을 전제로 한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런 뜻으로 알아듣고 초대교회 당시부터 성찬을 베풀며 전했던 것이다.

→표현의 차이는 약간 있으나 공관복음사가와 바오로는(1고린11:23∼25) 거의 같은 말로 이 장면을 기록하였다. 이것은 이 점에 대한 초대교회의 일치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음식을 나눈 뒤에 또 그와 같이 잔을 들어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 하셨다.

"또 그와 같이 잔을 들어"→예수께서는 포도주의 성변화를 이루시려고 잔을 드셨다. 그리스 말에는 잔이라고 한 말에 冠詞가 붙어 있다. 곧 그 잔은 과월절 식사도중에 돌리던 평범한 네 번의 잔이 아니라 성체의 잔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너희를 위하여 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예수님의 몸을 제자들에게 내어준 것같이 피도 그들을 위해 흘리신다. 곧 성체변화의 경우와 똑 같이 성혈의 속죄적인 죄물의 뜻도 말씀하신다.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지금 예수님은 실제로 당신을 바치신다. 수난 전날에 그 분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미사를 세우셨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피의 도장을 찍으시어 사람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시는 것이다. 이 계약은 모세가 맺은 계약(출애급24:5∼8)과는 전혀 다른 인간을 구하는 새로운 자격을 가지는 결정적인 것으로 온 인류에 미치는 것이다.(히브리9: 15∼22)

잔을 축성하는 성변화의 말씀은 마태오나 마르코와 좀 다르기는 하지만 뜻은 같다. 그것만으로 聖事의 유효성을 위해 충분하다.

수난의 실제적인 희생을 알리는 이 신비적인 제물로써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