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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旬斷想(7) 비겁한 베드로
(마태오26: 69-75) 예수께서는 게쎄마니에서 예루살렘으로 끌려 와 대사제의 관저로 들어갔다. 그 동안 베드로는 멀리서 예수님을 둘러싼 무리 속에 끼어 뒤따르고 있었다. 자기 정체가 드러날까 두려워서였다. 허지만 예수께 대한 충성심은 여기서도 드러나고 있다. 다른 제자들은 이미 도망쳤는데 베드로만은 그래도 멀리서나마 스승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대사제의 집에 이르렀을 때 종들은 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있었다. 베드로도 그 속에 끼어 들었다. 그 동안 베드로는 바깥뜰에 앉아 있었는데 여종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당신도 저 갈릴래아사람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군요"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무슨 소린지 나는 모르겠소."하고 否認하였다. 베드로는 이 당혹스러운 질문을 간단히 물리치는 방법으로 그 말을 부인하였다. 이런 자리에서 구태여 제자인 자신을 드러내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 다른 여종이 그를 보고는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나자렛의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나는 그런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다시 부인하였다.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베드로는 불안하였다. 그래서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하여 대문께로 나가는데 재수 없게 또 자기를 알아보는 여종을 만나게 된다. 두 번째 베드로를 알아본 사람은 각 복음서가 약간씩 다르다. 마르코: 첫 번째 두 번째-동일한 여종 마태오: 첫 번째 두 번째-다른 여종 루 가: 첫번째 여종, 두번째 사나이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맹세까지 하면서 부인했다는 것이다. 3년간이나 사랑하며 키워준 스승을 맹세까지 하면서 부인했다면 그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었나 하는 것을 알게 해준다. 조금 뒤에 거기 섰던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오며 "틀림없이 당신도 그들과 한 패요. 당신의 말씨만 들어도 알 수 있소"하고 말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그게 바로 베드로의 사투리였다. 베드로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가운데서 그 특유한 갈릴래아 사투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다인, 특히 예루살렘 사람들은 갈릴래아 지방의 사투리를 조롱하는 형편이어서 평소에도 조심을 했었는데 오늘은 조심하고 자시고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베드로의 사투리는 백일하에 탄로되고 말았다. 그러자 베드로는 거짓말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다고 맹세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하고 잡아떼었다. 바로 그 때에 닭이 울었다. 거짓말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다→베드로는 더욱 강경하게 부인하였다. 아니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다른 제자들은 다 도망쳤어도 끝까지 남아 있던 베드로였는데. 그 상황하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나 보다. 바로 그 때 닭이 울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상황을 여기에서 끝냈다. 마지막 여운을 남겨두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루가 복음사가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로 한 줄 더 남겼다. 그때에 주께서 몸을 돌려 베드로를 똑바로 바라보셨다. 그제서야 베드로는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 모른다" 하신 말씀이 떠올라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이 때 예수님은 대사제의 방에서 나와 문앞에 계시다가 베드로의 이 세 번째 否認을 들으셨다. 닭이 울 때 돌아서서 베드로를 보신 것이다. 이 베드로의 거부를 듣고 깊은 슬픔에 젖은 예수님의 눈에는 틀림없이 그 분 마음의 깊은 자비가 반영되고 있었을 것이다. 자비의 눈빛, 애련한 눈빛, 측은한 눈빛. 이 눈빛이 베드로로 하여금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죄를 깨닫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가 하염없이 울었다. 이로 인하여 베드로는 평생을 허구한날 울어서 뺨에 두 줄기 눈물 자국이 패었다는 전설까지 있다. 베드로는 자기 잘못을 알았다. 이젠 무리에 섞여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의 행위로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해 드린 예수님의 눈앞에 머물러 있을 용기가 없었다. 대사제의 집을 나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베드로는 죽을지라도 주님을 따르겠다는 용기가 있다고 우쭐대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사도들의 나약함을 아시고 게쎄마니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베드로에게도 기도를 권하였으나 그는 잠에 지고 말았다. 그 때문에 유혹에 넘어갔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행한 그의 성실하고도 그 열렬한 통회, 또 예수께서 너그럽게 베풀어주신 용서는 신자들이 베드로처럼 같은 죄에 빠질 경우 잊지 말아야할 고귀한 교훈이 되었다. 예수께서는 비록 그 죄가 아무리 크고 깊은 것일지라도 참으로 통회하는 사람에게는 너그러운 용서를 베풀어주신다. 정녕 인생에 있어서 귀중한 것은 항상 회개하는 마음의 결단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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