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늘 하시던 대로 밖으로 나가 올리브산으로 가시자 제자들도 뒤따랐다.(루가22: 39)

→예수님께서 밤에 올리브산(게쎄마니)으로 오르시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었다. 오늘밤도 마찬가지였다. 배신자와 만날 줄 알고 계셨다. 그분의 희생을 그분 자신이 자유롭게 받아들이신 것이다. 그것은 만찬자리에서 당신의 살과 피를 주시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지금 그것을 완성하려 하시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하시고는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거리에 떨어져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만찬장에서 나와 키드론 골짜기를 건너 그곳에 이르렀다. 이곳은 예수님이 밤을 지내는 습관이 있던 곳이어서 복음사가들이 게쎄마니라 부르게 된 곳이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기도하여라"

→이제부터 그들은 심한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하여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막에서 유혹 뒤에 떠나갔던 악마(루가4: 13)가 다시 총공격을 해올 것이다. 악마에게는 지금이 바로 마지막 결전의 때이기 때문이다. 악마는 예수께는 맞설 수 없으나(요한14: 30) 사도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덤벼들 것이다. 그걸 알고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도움을 요청하라고 권고하시는 것이다.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거리"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한 30여m 떨어져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거리이다. 그리고 제자 중에서도 제일 사랑하셨던 베드로, 요한, 야고버는 따로 더 가까이 데리고 가셨다.(마르코14: 33) 그들은 예수님의 기도소리를 다 들었을 것이다.(뒤에 나오는 기도) 그리고 예수께서는 보통 서서 기도하셨는데 오늘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신다. 그만큼 더 간절했으리라. 그만큼 더 피로했으리라. 극도의 고통과 번민에 쌓여 아버지에게 울부짖었으리라.

아버지,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이 바치는 기도의 주체는 하느님 뜻에 대한 위탁이다.

"이 잔을"→이것은 수난의 고통과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지금 예수님의 눈앞에는 수난의 고통이 지나간다. 피하고 싶다. 예정된 코스로 가는 길이라 해도 인간이기에 벗어나고 싶다. 만찬장에서 이미 살과 피를 바쳤는데도 그분의 인간성은 십자가의 형을 생각하며 온 몸에 전율을 느낀다. 그래서 울부짖는다. 아버지! 살려주세요. 그러나 예수님은 그러면서도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한다.

→아버지께 대한 순명과 절대적인 복종이다. 하느님 뜻에 대한 위탁이다.

이 때에 하늘에서 내려온 한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 힘을 북돋우어 드렸다. 예수께서는 마음의 고통과 싸우면서도 굽히지 않고 더욱 열렬하게 기도하셨다. 그러는 동안 핏방울 같은 땀이 뚝뚝 떨어졌다.(공동번역에는 註로만 다루어졌음)(루가22: 43-44)

"천사"→아버지께서는 외아들을 못 본체 하시지 않으신다. 천사를 보내주셨다. 그리고 위로해 주셨다. 그러나 이러한 천사의 위로도, 아버지께 대한 절대 복종의 신념도 죽음앞에서는 예수님의 고민을 덜어주진 못했다.

"더욱 열렬하게 기도하였다".→예수님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졌다. 마지막까지 싸우며 모든 고뇌를 이기기 위해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핏방울 같은 땀이 뚝뚝 흘러 땅에 떨어졌다."→육신의 피로와 영혼의 고민 때문에 생긴 피가 섞인 땀을 흘리셨다. 의학에서는 몸과 정신의 격동에 따른 피땀이 있다고 한다. 이 부분 같이 예수님의 인간성이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는 대목이 또 있을까?

※루가22: 43-44절은 공동번역에 나와 있지 않은데  이것은 예수께서 천사의 위로를 받거나 피땀을 흘리신다는 것이 주님께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제거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이 예수님의 인격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절을 생략하는 것은 모순된 것이라 보는 견해가 있다. 프로테스탄트에서도 이곳의 정명성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