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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안동네 촌놈들
▒곡안동네 촌놈들 ▒ -이 학 근 - 제목만 올려두고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변죽만 울리다 드디어 이 촌놈 친구들 이야기를 써버리기로 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술 이야기를 하고 또 듣자면 우리 토속주인 막걸리와 청주를 만드는 방법부터 알고 알려야 할 것이다. 사실 나도 먹어보고 옆에서 쳐다보기는 했다만 어디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으니 꼭 안다고 할 수가 없으나 보고들은 것은 있으니 여기 대강 옮겨 보겠다. 청주는 좀 더 까다롭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하니 여기서는 그저 농주라고 부르는 막걸리에 대하여 설명을 하겠다. 쌀을 솥에 올리고 지에 밥을 만드는데 이는 그냥 밥이 아니고 김을 올려 찌는 방법이나 밥에 물기가 많아 물러지면 완전히 실패이니 적당히 김을 올려 밥알이 고둘고둘한 고두밥을 대 바구니에 삼베 수건 깔고 퍼 담는다. 그리고 이를 식힌 후 누룩이라고 하는 발효제를 섞는다. 이 누룩은 밀을 갈아서 메주처럼 만드나 둥글지 않고 좀 납작하게 형태를 만들어 건조시키는데 이 이유는 건조 시 통풍이 잘 되어 발효가 쉽게 되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누룩을 잘게 빻아서 물을 적당히 붙고 잘 섞어 독에 채워 넣고 발효가 잘 되는 온도에 놓아둔다. 이 적당한 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게 기술이고 비법이니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고 다만 여러번 시행 착오와 경험 있는 분들의 시행에 자주 참여하여 익히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령 온도를 맞추는 방법으로 여름에는 너무 빨리 발효가 되어서 유용한 시기에 맞추기가 어렵고, 겨울에는 발효가 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온돌방 아랫목에 독채 들여놓고 이불까지 덮어 발효를 돋우곤 한다. 막걸리가 잘 익어서 온 집안에 술 익는 냄새가 진동을 하면 이제는 시음을 해 보아야한다. 그래서 술의 표면위로 그 술 괴는 거품이 보글보글 방울이 맺혀 오르는 全酒를 한 바가지 뚝바리에 담아 고운 술 체로 물과 같이 걸러 내린다. 희석하는 물의 수질과 양이 맛과 술 도수를 결정하니 어느 한 순간이고 기술이 아니 들어가는 곳이 없다. 그리하여 걸러낸 막걸리가 부연 빛이 돌고 냄새가 향긋하면서 그윽하여 그 맛이 입에 척 달아 붙어야 과히 우리의 전통 토속주 막걸리가 되는 것이고 그 중 제일은 아무래도 술은 입안에서 술맛이 감돌아야 잘 익힌 술인 것이다. 말처럼 이렇게 간단하지 않으니 좋은 술을 빚기란 예술이라고 쳐 줄만하다. 이 술을 잘 빚은 분이 내 외가로 외 조모님과 친가로 조모님께서는 부군께서 평생 술을 좋아하신 고로 자주 빚으셨고 잘 빚으셨다. 내가 이 막걸리 만드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 겨울에 시골 토방 아랫목에서 어른 몰래 퍼 마신 막걸리 때문이다. 고등학교 저학년인 나는 방학이면 시골 고모님 사시는 창원군 진전면 谷安마을에서 그 동네 촌놈 친구를 사귀면서 한철을 보냈다. 나야 도회지 멍텅구리지만 그들은 적어도 시골에서는 나보다 아주 똑똑하고 일 잘하는 그리고 무엇이든 해결하는 척척박사에 도사였다. 그런 친구들은 언제나 나를 교육시키고 나를 지도하고 나를 도와주었다. 그해 겨울에 우리 3인은 그러니 그들도 학교는 내가 사는 도회지 고등학교를 다녔으니 그래도 그 시골에서는 도시 물먹는 천재들이었다. 그리고 어찌되었거나 그 마을에서는 논마지기나 짖고 머슴들 부리는 집안의 자녀들이었다. 그 시절에 날씨는 어찌 요즈음보다도 휠씬 추웠던 것 같았다. 낙남정맥이 지나는 산들이 골짜기를 이룬 남해안 고장이니 우린 겨울이라 개천 물이 준 개울에서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 방죽 아래서 자갈돌을 모아 아궁이를 만들고 한바탕 불을 지피어 물고기를 구어 먹었다. 그러면서 한낮을 보내고 오후 되면 날씨가 바람이 일고 햇살이 가냘프지면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촌놈들의 겨울 방학은 참 놀기 좋은 한철이다. 농사일이 없고 소먹이고 나무하러 안 다니면 아무 할 일이 없었다. 학생이 공부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 시절 우린 학교에서나 공부했지 집에 오면 공부를 해 보지 못했다. 노는 게 일이었다. 대학교 진학 준비는 대학 갈 사람들만 3학년 되면 시작해도 늦지 않았으나 나는 그 3학년이 되어도 하기 싫어 겨우 겨우 하는척하다 말았었다. 그래도 대학 갔으니 요즈음 아이들 보면 참 불쌍하고 가련하다. 시냇가에서 바람맞고 물 만지고 놀았으니 몸은 얼었었다. 동네로 돌아온 곡안동네 겨울 놈팡이 3인은 그중 제법 잘 사는 친구 할머니 방에 들었다. 몸 녹이려고 들어간 이불 속엔 농주 한독이 향기로운 냄새를 지피며 괴고 있었다. 그 친구가 우릴 보더니 눈을 반짝 반짝이며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사인을 보냈다. 사실 나는 이게 술이고 마시는 음식인줄 알지만 걸러서 막걸리로 만들어진 술만 먹어보았지 이걸 주어도 어떻게 먹는 지를 모르니 그 눈치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곡안동네 두 촌놈은 술 단지 채로 마시는 상습범이었던 것이다. 한 녀석이 나갔다오더니 삼대 삶고 남은 긴 대롱을 들고 왔다. 그리고는 이불을 걷어붙이고 뚜껑을 여니 독한 술 냄새가 확 올라왔다. 두 녀석은 얼굴은 함박웃음꽃이 피었다. 알고 보니 술이 잘 괴어 마시기에 꼭 맞으니 먹을 시기에 맞추었다는 의미였다. 허기사 아무리 마시고 싶어도 덜 된 술은 쓰고 텁텁하여 먹지 못한다. 우리는 독 아가리에 머리 세 개를 박고 대롱빨대로 누우런 全酒를 꿀꺽꿀꺽 빨아먹었다. 톡톡 쏘는 술맛을 아는지라 그만 둘 수가 없었다. 全酒란 독하고 진하니 걸러서 술과 희석하여 막걸리로 만드는데 여름도 아니니 찬물 섞은 막걸리보다 그 전주가 알코올 도수가 높아 더욱 맛이 좋았을 것이다. 한 모금 길게 마시고 숨 한번 들여 쉬고 또 얼굴 맞대고 길게 빨고 세 명이 그 열 일곱 열 여덟 살 젊음에 빨았으니 얼마나 쑥쑥 술독의 술이 줄어들었을까? 더운 방에서 마셨더니 우린 세 놈 다 전주 한독에 나가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술독은 무엇으로 채웠을까? 내 희미한 기억으로는 그 할머니 들어오시기 전에 그놈 어머니가 술독 채 들고 가나서 어른 모르게 치워서 봉변은 면하였지만 그후에 고모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그 술이 제사용 祭酒(제주)댈 술이었는데 시어머니에게는 그놈 어머니가 대신 혼이 나셨고, 그놈들 어머니랑 나의 고모님은 뒷날 저녁에 모여 아들녀석들 이제 술독 채 마실 만큼 머리통 커졌다고 모두들 흐뭇해 하셨단다. 그 고모님 고모님 우리 고모님께서는 요즈음도 명절에 인사차 곡안동네에 들리면 친정 조카, 이제 쉰을 바라보는 이 조카 농주 막걸리 좋아하다고, 그 옛날에 술독 채로 마셨다고 손수 동동주 담그시고 술상 차려 올려 주신다. 그러나 그 옛날의 친구들은 다들 도시에 사니 만나지 못하고, 요즈음 나이 들어 혼자서 마시니 어찌 그 옛날 술맛이 나오리요. 다만 고모님께서 아직 계시니 옛날식 농주도 마셔보고 그 시절 빨아 마신 술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고모님 고모님 우리고모님 오래오래 사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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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2019-02-15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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