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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추억
한증막 같이 거의 숨막히다 싶히한 고습도의 온도가 며칠을 계속하더니, 드디어 오늘, 시원스레 몇차례 억수같은 장대비가 쏟아져 지나갔다. 꼬 끝으로 흘러 들어오는 공기가 어찌도 상쾌한지 마치 산소호흡기를 코끝에다 대고 있는것 같아 숨쉴 때마다 온몸에 피가 저절로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창문이 제일 낮아 책상 앞에 앉으면 밖에 훤히 내보이는 망내녀석의 방을 잠깐 빌려서는 안쪽으로 걸어 잠구고는 <나 괴롭히지말라!>라는 무서운 명령을 내려놓고는 의자를 하나 하나 바싹 끌어 창문 앞으로 앉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포만......? 해방된 느낌도 들고, 혹은 먼 섬나라에 혼자 요양이라도 온 것같은 쾌적함에 기분이 매우 좋다. 뭉개뭉개 갖가지 모양을 내며 동남쪽으로 향해 가는 구름 사이에 보이는 아직 붉은 서쪽 하늘은 약간의 신비스러움까지 있어 보이는것이, 그쪽을 향해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날라가 보면 멋들어지게 붉은 노을을 품은 넓은 바다가 분명 있을법한 그런, 신비한 고요로 가득찬 그런, 오후 이다. 창밖에 우리의 충성된 개 <키샤>는 벌써 나의 동향을 눈치채고는 창문앞에 자리를 잡아 앉아 있고, 이 주인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안전하게 지키겠다는듯 만반의 방위태세를 갖추고는 조그만 소리 하나하나, 귀를 쫑긋쫑긋해가며 신경을 곤두서 보초를 서고있다. 맛있는 뻑다귀보다도 내손에 한번 쓰다듬기기를 더바라는 저 가련한 동물. 저 동물에 대한 존재에 대해 이유를 붙인다면 과연 어떤것이 될까. 하긴 기껏해봤자 내 이해와 타산과 상상에 한계된 터무니없는 이유에 불구한 것들이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십년 남짓한 견생을 살면서 운좋으면 좋은 주인 만나 미장원 들락날락, 다아어트까지 해가며 호강하는 개가 있는가하면 , 우리 엄마같이 몹쓸 주인 만나면 요즘 같은 삼복더위에 여지없이 보신탕감이 되어버리니, 개들도 팔자,뭐 비슷한게 있나보다만은, 우리의 개<키샤>는 비록 그런 호강은 못해 줄망정 허나, 절대 보신탕감은 안될 보장은 되어 있는 그냥- 마냥 외로운 <도-그>이다. 가끔 실바람 속을 타고 들어오는 코익은 향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키샤 발밑에 무수히 깔려있는 토끼풀꽃 향기였다. 아- 내마음은 어느새 그 향내에 빠져 들어가 그 꽃들을 하나 하나씩따서는 반지를 만들고 있었고 , 목걸이를 만들고 있었고,또 팔찌를 만들고 있었는데 , 반나절이 넘어 축 늘어져도 아직 시들어 없어지지 않던 그 수수한 꽃내음의 기억들은 나를 문득 온갖 잡동산이 감정에 뒤범벅되어 도저히 좋다,싫다 표현도 못할 야릇한 감정속의 옛 동심의 나라로 나를 몰아 떠밀어 버렸다. 잘 자랐다기보다는 잘 지나쳐갔다고 표현해야 할까. 항상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덕택에 생활과 환경에 변화가 유난히도 많았던 나의 어린시절. 걸핏하면 이사를 하는통에 늘 새환경,낮선 사람들과 다시 사귀고 적응해야 하는 거북스러운 노력을 했어야만 했는데 그러면서도 또 떠나온 사람들을 그리워해야 하는 벼개 적시는 애달픈 그리움들이 늘 있었다. 그해도 또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우린 또 폭삭망해 한강 뚝밑에서 한두해를 난 적이 있는데 처음 이사간 곳은 발전소에서 멀지않은 판자촌이었다. 대개는 어디서 쫓겨온 철거민들이라고 했는데 허름하게 이어 붙친 단칸방에 겨우 부엌만 하나씩 달랑 달라붙어 있는 집들로 무슨 사연들이 그리도 많은지 걸핏하면 늘 싸우는 소리, 우는 소리,사납게 소리지르는 소리들이 끊이지 않았었다. 몇달있다 형편이 조금 나아져 이사한 곳 역시 한강 뚝 바로 밑. 대문 하나에 대여섯 가구가 같이 살았는데 셋돈 욕심에 안방까지 내준 집주인은 뒤 뚝밑으로 움막같은 방을 내어 어머니,딸하나 ,아들 둘이서 살았는데 그 못된 주인집 큰아들은 군대 갔다온 후 밤이면 술에 취해 들어와 엄마,동생들을 개잡듯이 때리곤 했었다. 그중 내 나이 또래의 남 동생을 자주 빗자루로 다리를 트는 군대에서 배운 고문을 자주해 가끔 잠자리에 들면 그 고문에 못이겨 소리를 지르던 그애에 비명소리에 잠을 못이루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곡소리에 뒤를 쫒아가 나가보니 그못된 아들이 술먹고 자다가 그만 연탄가스를 맡고 죽어버렸단다. 누구도 안됬다는 소리없이 다들 잘 죽었지 하며 돌아셨는데 눈 퉁퉁 부어도 사람들 앞에선 잘 울지 못하던 두 동생이 장례를 맡아 치루었는데 그날 밤 엄마는 나에게 새벽에 누가 바깥 연통을 수건으로 막아놓았을 것이라고 귀뜸을 해 주셨다. 아직 아무도 안 일어난 새벽에 뚝위를 올라가면 숨막힐 정도의 탁한 안개가 자주 꼈었는데 찬 바람 오싹한 그 안개 사이로 철렁이는 강물가에는 가끔, 아니,아주 자주 죽은 사람의 송장이 떠 내려와 있곤했다. 빚 이나 실연 때문에 다리에서 떨어져 자살들을 많이 한대나? 혼자서는 차마 못내려 가고 기다렸다 동네애들을 몇몇 졸라 같이 내려가보면 , 사람인지 괴물인지도 모르게 두,세배쯤 퉁퉁부은 시체들이 까만 머리는 다 빠져 열마 안 남고,가끔 코는 문드러지고 귀는 없어져 버리고 속창자까지 다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흉찍한 모습들이었다. 난,죽어도,혼자 자살해 죽지도 안겠지만 죽어도 저렇게 한강에 빠져 죽지는 않을거라고 혼자 맹세를 했다. 그 흉한 모습과 악취가 코에서 가시지 않아 며칠 밥 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악몽으로 시달려도 또 며칠 만 지나면 섬머슴 같이 한낮이면 꼬챙이 하나씩 들고 강가를 휘뒤집고 다니곤 했었는데 지금도 아직 못잊는 것은 날달 다채워 낳아서는 갔다 버린 갓난아이들의 시체였다. 그때는 얼마나 많았는지 좀 이상하게 꼭꼭 싼것들은 분명히 아기들의 시체였는데 가끔 버린지 얼마 안된 것들은 금새 방긋 웃을것 같아 안버리고 키웠으면 참 예쁘게 컸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고 강아지는 보신탕 한다고 키우고 괭이는 쥐잡는다고 키웠는데 이 아기는 그만한 쓸모도 없었나보다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나룻터쪽 곳곳히 널려 있었던 납작판판한 돌 위에선 동네 아낙네들이 옷을 한 보따리씩 가져 와 누런,시커먼 비누를 비벼대며 옆집 누구 엄마,못된 시어머니, 바람난 남편이야기를 하며 빨래 방망이를 두들기고 있었고 얼굴 퉁퉁 부운 젊은 새댁은 그냥 말없이 하얀 똥기저기를 물속에 연방 흔들어 대고 있었다. 강뚝 중간 쯤 강아지풀 사이에는 가끔 똥참외가 열리곤 했었는데 익기 전까지 도저히 내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한 번도 맛을 본 적은 없는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가끔 우리 오이밭을 들어가면 얼뜻 그 진한 향내를 맡곤 한다. 한여름 이맘쯤 장마철이 되면 뚝에 뻘건 물이 불어 찰랑찰랑 몇길 안되게 올라오고, 뚝이 허물어져 온 동네가 다 물에 쓸려가 죽을 것이라는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버리지만 그건 우리 어린 아이들에겐 아무 상관없는 어른들의 고민들. 신이 나 홍수 난 강를 뚝위에 올라가 내려다 보면 꼬끼오 랑 같이 떠가는 초가집,수박 ,누구집 변소칸,들이 둥둥 섞여 떠내려 가고, 어디서 왔는 지 모를 낮선 얼굴의 아저씨들이 술에 취해 버얼건 얼굴로 열심히 신이 나서 긴 작대기질을 하며 이것 저것 건져내고 있었다. 장마철만 되면 영락없이 흑탕물이 부엌 아궁이 까지 들어오고 며칠 지나 다 빠지고 나면 양재기들고 부뚜막에 잠긴 물을 열심히 퍼내곤 했는데, 장마철 물나가고 난 그 쾌쾌한 곰팡이 냄새 역시 역시 아직 못잊을 냄새 중의 하나였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 붙은 한강 건너 땅콩밭에 사리 하려 가자고 꼬셔(!)되는 녀석이 하나 둘 있어 동네 아이들이 대여섯 손에 손을 잡고 같이 시도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절반 쯤 가다 보면 죽을것 같다고 징징 울어대는 놈들이 하나씩 생기는 바람에 한번도 끝가지 건너가 본 기억은 없다. 바보들! 그겨울에 땅콩은 무슨 땅콩나무! 한겨울 그 넓은 한강 빙판은 우리들의 썰매장 이며 스케이트장. 물론 스케이트는 한번도 못 타보았지만 갖고 싶었다는 생각조차도 안나는것을 보면 아마도 감히 갖고싶다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사치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연탄집개 꼬챙이 구부려 판대기에 나란히 박아 만든 그 썰매를 응덩이가 얼얼하도록 반나절을 타고 누벼도 결코 지칠 줄 모르는 우리는 밧데리들. 저녁 배불리 먹고 저녁 공부도 생전 안한다는 엄마소리 못들은척! 하고 초저녁 밖을 나오면 가끔 소독차가 이골목 저골목 모기 죽이는 하얀 약을 뿜고 다녔는데, 그때 마다 온 동네 아이들이 다 까르르거리며 허우적 흉내까지 내며 다른 동네까지 쫒아가곤 했는데 아마도 그때 들이마신 방충약 기운 때문에 아마도 아직 건강하게 병 한번 안 걸리고 살고 있는게 아닐까.... 한번은 다른 동네가서 길을 잊어먹은 적이 잠깐 있었는데 삼십년이 지난 아직도 그동네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꿈을 꿀 때가 아직 있다. 또 한 여름이 지나 형편이 나아지고 아버지가 또 공장을 하나 차리며 우물을 가운데 낀 여러 가구가 낀 큰 집으로 이사한 적이 있는데 그 왼쪽 안채에 <김익현> 이라는 아이가 살았었다. 집안에 무슨 불화가 있었는지 자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그 아이와 나는 꿈많은 아버지 등살에 밤늦게까지 과외공부를 다녔었는데 얼굴이 자알 생긴대다가 둘이 경쟁을 할정도로 공부도 잘 하던 그녀석을 처음으로 조금 (솔찍히 꽤!) 좋아했었다. 둘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기회만 나면 둘이 화판 하나씩 들고 버스로 정능,이며 어디며 그림을 그리려 나녔었는데 6학년 올라가서는 이상하게 얼굴만 봐도 부끄럽고 달아 올라와 둘이서 더이상 만나지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았는데 졸업할 쯤 어느날,운동장에서 고무질 놀이를 하는데 내 순서에 난데없이 나타나 고무줄을 둑 끊고 씨~익 웃으며 간게 익현이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조금만 용기를 냈더라면 둘이 같이 아주 참한 LOVE STORY라도 하나 만들어 냈을텐데.... 그용기를 미쳐 생각내기도전에 우리는 또 이사를 했어야만 했다. 한강은 빚쟁이에 머리 끄잡히던 엄마를 보고도 대들지못했던 나의 후회스러움을 가지고 뚝 위로 올라가 한바탕 뿌려대던 조금 짭짤한 눈물맛이 있었고, 한여름 헉헉대며 아무리 부채질 해대도 소용없는 더위에 한두푼 받은 용돈 모두 탕진해 사먹어버린 팥 아이스케키와 얼음 보다 더 시원한 뒷맛 씁쓰레한 보리냉차의 당원 맛이 있었다. 한강은 장티프스에 걸려 병원에도 못가고 펄펄 끓는열에 창자가 달라붙도록 설사를 해가며 죽어간 친구에 회색 눈동자가 있었고, 깡소주 몇 병 사들고는 조그만 불빛 아래 밤새 마셔가며 낚시하던 아버지의 설레이는 낚시방울 소리가 있었고, 잠 못 이루는 긴 밤.거나하게 술에 취해 조용히 퉁겨대던 애수에 찬 아버지에 키타 소리가 있었다. 한강은 누런 종이 한장에 연필 하나만 잡으면 끝이 없이 그려나오던 아버지의 마술 같은 그림이 있었고, 한여름 리아카에 가득 싣고 나타나면 귀 쫑곳하고는 손으로 통통 쳐 통통 잘 울리놈으로 골라 한푼 깎아달라 졸라대며 하나 사와 , 칼만 대도 쩍 갈라지는 새까만 씨 잔뜩 박혀 빨갛게 잘 익은놈 반쪽 잘라서는 큰 양재기에 숟갈로 파내 얼음,설탕 넣어 재어서 한 그릇씩 주면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거꾸로 들어 마셔대도 아직 섭섭한 그런 수박맛이 있었다. 또 한강은 문도 제대로 안 닫히고 헐렁한 찬장문 엄마 나가면 살짝열어 몰래 훔쳐먹던 아주 고소한 깨소금 맛이 있는가하면 평생 술만 드시면 입버릇처럼 나 죽으면 태워 한강에 뿌려 달라고 원했던 그 재와 한많은 혼이 있었다. 일찍 부모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생들 밥해 줄사람이 없어 일찍 나이도 많은 여자와 결혼하신 큰아버지 밑에서 살던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형수 밑에 배고픈 설움을 견디다 못해 하얀 수염달린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장농 꼭대기 어디 있다고 지시해 준 형수에 금가락지를 훔쳐서는 부산 당감동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오셨다. 못하는게 없는 재주꾼 아버지는 그런대로 밥벌이는 되는 도안사 일을 마다하고는 잡힐듯 잡히지 않는 부(富) 라는 요귀를 쫒아 양산공장,양말공장,자개공장,가구공장....별의 별 공장을 다 하셨는데 결국은 무늬목 공장을해서 성공을 하셨다. 몇 달을 방에서 안나오시더니 큰 밥상 두개 만한 종이에 톱니가 잔뜩 달린 그림을 그려 나오셨는데 그 당시 대 유행하던 티크무늬를 싼 잡목에 넣는 기계라며 특허를 내러나가신다고 했다. 몇 주 후 큰 괴물같은 기계 두대가 공장에 들어오고 특별 주문한 철제 책상속에 돈이 가득가득 쌓이고..... 그러던 어느날. 누가 그 특허를 훔쳤다나? 울분으로 억울해 하시며 변호사를 사서 싱갱이를 하시던 아버지는 애 넷이나 줄줄 나아 도대체 밥먹여,(그것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며) 키운 것 밖에 한 일이 뭐 있냐는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목숨건 반항소리를 듣고는 며칠후- 마흔 네살 나이에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버리셨다. 나에게 부(富)에 대한 정체를 혼속같이 가르쳐 준 장본인이라 할까. 천재적인 두뇌와 세상 온갖 재능을 혼자 다 이미 지니고 태어난듯한 아버지는 혼자 독학으로 화학을 전공한 못하는게 없는 재주꾼이였다. 하지만 개천 자갈밭에 나가 자갈 하루만 파 나르면 며칠을 먹일 수 있었는데 그것을 못해 처자식을 며칠 굶길 수 있었던, 또한 <고집장이 사나이>이기도 했다. 온 평생 가족,행복 보두 다 희생하며 온갖 정열을 다 쏟아 쫒던 그 부에 대한 갈망이 자갈밭에서 자갈 나르는 것과 도대체 왜 도대체 더 고상하고 신성한 것이였는지, 결국은 알고 돌아가셨는지..... 긴 세월 동안의 원망이 이제 머리크고 철들어 거의 이해할 수 있었을 때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갈등이 필요했었는데, 꼭 그렇게도 항상 지지리 가난하게만 산것도 아니였으되 쉬이 지워지지 않는 이 가난한 날들에 대한 추억들은 어렴풋 뭔지도 모를 슬픔과 도저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같은 절박한 절망속, 결국 끝에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슬픈 단조음악이 전체를 덮은 흑백의 영화 화면같이 나의 뇌리를 감돌지만, 가만히 삭혀 생각해 보면 그래도 차마 아까와서 깨먹지 못하고 입속에 놓고 조금씩 녹여 먹었던 아직 조그맣게 남은 알사탕 맛이라고나 할까....... 나에겐 아직도 더없이 감미로운 맛들로 남아있다. 그같은 기억들은 나에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었고 어려운 사람을 알아 보는 눈을 뜨게 하고, 항상 위 아닌 밑을 내다 보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될 수 있으면 쉽게 만족하는 아량을 가르쳤다. 어떠한 환경조건에서도 무엇이던지 가능하다는 것과 하지만 그 <가능>이 항상 최선의 것은 아니므로 자주 머리를 식혀 정신을 차려 생각해 보아야하고.또, 그 과정 조차도 결과 못지않게 몹시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했다. 무엇보다도 일찍 엄마가된 나는, 자식은 실수로 배설한 배설물이 아닌 엄격한 인격체로 큰 책임을 가지고 키워야 하며 그 약하고 고운 영(靈)이 상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스럽게 대하여야 하고, 무엇 보다도 절대 <내손으로 키워야한다>는 무지무지한 고집도 철저해 얼굴에 비싼 영양크림 한번 못 발라보고 어린것들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흔한 레슨 한번 못시켰어도 결코 애들 셋을 남의 손에는 안길렀다. 아버지가 뒤늦게 돈 많이 주고 바꿔지었다는 내이름 명숙(明淑)대로 살기엔 내 나름대로 상당한 연습과 기술들이 필요했었는데 아마 가장 결정적이고 구체적인 기술들은 아마도 믿음생활을 시작하고 터득하지 않았나 싶다. 지지리 없었던 복이 왜 하필 예수믿고 생겼냐만은 모든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늘 항상하셨던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방법은 사실 그 방법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무당집으로 이사가게 하셔서 굿떡으로도 배부르게 하시던 하나님. 온 식구 앉아서 쫄쫄 굶는 것 알고는 저녁 끼니때면 나만 살짝 불러내서 저녁 먹여 집으로 보냈다는 옆집 아줌마의 사랑이 어찌 우연이겠나. 온갖 남 모르게,남 다르게 주어진 모든 복들을 헤아릴 수 있는 지헤를 얻고 나니 그간 똘똘 뭉친 부정의 응어리들이 드디어 풀려 녹아 모든 것들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삶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로 그 긍적적인 삶은 모든 원망을 이해로 바꿔 주었고 지긋지긋한 찌들음에서 해방시켜 주었고 그많은 불만들이 오히려 감사로 바뀌니 실제 살아가는데 아주 득(得)이 많다. 물론 난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남 앞에 척하는 만큼 항상 그런 감사한 삶을 살지는 못하지만, 될 수 있으면 그렇게 살고자 늘 노력을 많이 한다. 책 한권은 톡톡히 써낼수있을 것 같이 많은 이야기를 가진 나의 어린 시절의 삶에 감사하고, 그럼에도 아직 항상 기대에 들떠 좀 멍히 살수있는 나의 독특한 <띨-띨-함> 에 감사한다. 있는 것도 감사하고 없는 것도 감사하고, 세살때 이틀을 굶겨도 <엄마 밥 줘>라 보채지 않더라는 나는 지금도 보채지 못해 가끔 내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지만 , 보채지 않아도 늘 넉넉히 ,후하게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오늘은 무엇보다도- 아직도 저 토끼풀꽃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저 수수한 향기가 아직 세상에 있다는것 조차 몸서리치게 감사하다. 난 가끔 눈을 감고 30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때의 그 한강,그 뚝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고 열심히 상상을 해본다만은, 바른쪽 뇌속에 아직 이리도 강하게 뿌리 남은 그때 그모습들, 왼쪽 뇌에서 도통 지우질 못해, 도저히 아무래도 상상될 가는성이 전혀 없으니, 아마도 그 한강 줄기줄기 고스란히 가슴에 묻고는, 죽어 무덤까지 결국 가져가야 할까 보다! -끝!- …………………………………………………… 위의 글은 95년도 어느 신앙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장마,가난한 시절 예기를 듣고 나니 문득 이 글이 생각나서 한번 옮겨봤어요. (에고~~오랜만에 오래 타이프를 치니 손가락이 다 퉁퉁 부었네요!) 7년이란 세월 속에 많은 것이 변했지만 오늘, 지질히도 긍정적이지 못하게 변한 요사이 저의 모습을 다시 돌보게 하더군요. 달콤한 옛날들....... 오늘도 지나고 나면 또 어느날 달콤하다고 생각할 터이니 미리부터 달콤하다고 그렇게 포기하며 살아야 될까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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