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존재(存在)의 고마움
아내가 며칠 나들이를 떠났다. 막상 아내가 집에 없으니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처음에는 해방감과 자유로움 같은 감미로운 생각까지 들었다. 아내가 늘상 가까이 있을 때는 그 존재의 가치와 고마움을 몰랐다. 그 자리가 비니 비로소 존재의 고마움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든 자리는 별로 티가 안 나도 난 자리는 금세 티가 난다.”라고 했나 보다. 사람은 서로 관계를 가지며 기대며 사는 존재이다. 사람인(人)자만 보더라도 남자와 여자가 서로 기대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젓가락도 두 개가 있어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가위도 두 날이 맞물려야 물건을 자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생겨난 듯 싶다. 우리는 햇빛, 물, 공기, 흙 등이 다이야몬드보다 더 귀한 존재임에도 그 존재의 고마움을 모르기 쉽다.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햇빛, 물, 공기, 흙이 없으면 이 세상이 멸망이 오는데도 말이다. 접시에 있는 콩 한 알도 젓가락 한 개로 들어올릴 수 없다. 젓가락 두 개가 있어야 들어올릴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 젓가락 두 개 존재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나게 된다. 이렇게 한 쌍, 한 벌의 존재는 이 세상을 떠받치고 삶을 유지하는데 커다란 힘이고 존재이다. 하찮은 나비나 새도 한 쪽 날개로 날 수 없으며, 손뼉도 두 손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인간들은 당연히 고마워야 할 존재는 망각하고 허망함을 쫓아 심지어는 목숨을 걸기도 한다. 꼭 있어야 하는 존재의 가치는 망각하면서 있어도 없어도 좋은 존재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소금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에도 황금보다 더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처럼 말이다. 햇빛, 물, 공기, 흙은 태어나면서 인간에게 필수불가결의 존재이다. 죽어서도 인간을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꼭 필요한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