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투(浸透)하는 것을 섬세하다고 말한다. 섬세함은 물질이 아니라 형상이 지배하는 육체의 속성에 관여한다. 부활 후 지복자들의 육체는 그 형상이 질료에 대해서 완전히 우세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영혼이 완전히 지배한다. 그러므로 섬세함은 성서가 영적 육체라고 부르며 지시하는, 바로 그런 육체들과 관련된다.
2. 부활 후, 둘 혹은 그 이상의 지복자들은, 서로 구별된 다른 장소에서가 아니라면, 서로를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단지 섬세함 때문에 같은 한 장소에서 영광스럽지 않은 육체와 더불어 영광스러운 육체를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신적 기적을 통해서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3. 기적을 통하여 두 육체를 같은 장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그 근원인(近原因)에 달려 있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의 제일 원인이신 하느님은 중간 원인들의 작용을 멈추게 하고서 사물들을 존재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체를 사라지게 하고서도 우유적인 것만을 보존하실 수도 있는 것과 같다. 하느님은 비록 동일한 한 곳에 어떤 것의 질료가 다른 것의 질료로부터 구별되지 않고 있다 할지라도 그 다른 것에서부터 한 육체를 구분된 것일 수 있도록 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4. 신적 능력을 통하여 한 영광스러운 육체가 다른 영광스러운 육체와 동일한 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낙원을 다스리는 질서 규정이 각자에게 구별된 곳을 지니게 할 것이고, 다른 자를 방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까닭이다.
5. 그 섬세함은 각각의 영광스러운 육체가 비례적으로 받게 되는바, 육체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 필요성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섬세함은 밀도를 약화시키거나, 압축시킴으로서 영광스러운 육체의 차원을 감소시키지 않을 것이며, 단지 투과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6. 결국 섬세함은 영광스러운 육체를 무감각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육체가 그러했던 것처럼, 영광스러운 육체들이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섬세함에 의해서가 아니라 초자연적 능력에 의해서 그들이 원할 때 무감각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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