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浮碧樓(부벽루)
浮碧樓 부벽루 李穡(이색) 昨 過 永 明 寺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작과영명사 暫 登 浮 碧 樓 잠깐 부벽루에 올랐다. 잠등부벽루 城 空 月 一 片 텅 빈 성터에 조각달 하나 떠 있고 성공월일편 石 老 雲 千 秋 바위조차 늙었고 구름은 천 년의 세월 그대로다. 석로운천추 麟 馬 去 不 返 성인이 탄 기린 마는 가고 돌아오지 않는데 인마거불반 天 孫 何 處 遊 왕손은 어느 곳에서 노니는고? 천손하처유 長 嘯 倚 風 磴 길게 휘파람 불며 바람 부는 돌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니 장소의풍등 山 靑 江 自 流 산은 푸르고 강물은 절로 흐른다. 산청강자류 【 註釋 】碧 벽(푸르다), 穡 색(거두다/곡식), 昨 작(어제), 暫 잠(잠시), 城 성(평양성), 石老 석로(돌이 늙음/바위에 이끼가 끼어 고색이 짙음), 千秋천추(천 번의 가을/천년), 麟 인(기린), 麟馬 인마(기린마/왕이나 왕자들이 타는 말), 天孫 천손(왕족/여기서는 동명성왕), 嘯 소(휘파람불다), 倚 의(의지하다), 磴 등(돌 비탈길/돌다리), 倚風磴 의풍등(바람 부는 돌다리 난간에 기대다) 【 構成 및 韻律 】5언 율시로 仄起式측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尤’ 韻 으로 ‘樓 ․ 秋 ․ 遊 ․ 流 ’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李穡이색(1328～1396) : 고려 말의 문신이며, 학자이다. 자가 潁叔영숙, 호가 牧隱목은이며, 본관은 한산이다. 정당문학 및 판문하부사 등을 역임했다. 이제현에게 글을 배웠고 권근 ․ 김종직 ․ 변계량 등을 배출하여 조선 성리학의 맥을 열었다. 시호는 文靖문정이며, 저서에는 ‘牧隱文藁’목은문고, ‘牧隱詩藁’목은시고 등이 있다. 【 評說 】 부벽루에 오르다 이 詩는 작자가 원나라에서 공부하다가 23세 때 잠시 귀국하여 개성으로 가던 중에 부벽루에 올라 천년의 고도인 평양을 굽어보며 懷古회고의 感慨감개를 노래한 것이다. 1 ․ 2구에서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깐 부벽루에 올랐다’고 하여 대구를 이루면서 부벽루에 오르게 된 동기를 나타냈다. 당나라 시인 두보가 악양루에 올라(登岳陽樓)에서 “옛날에 동정호를 들었는데, 오늘 악양루에 오른다.(昔聞洞庭水, 今上岳陽樓)”라고 한 것이 연상된다. 3 ․ 4구에서 부벽루에서 바라본 경치를 읊었다. 고구려의 전성기에 번성했을 평양성은 이제는 텅 비어있고, 그저 조각달만 이를 비추고 있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 바위조차 늙었다(石老)고 하였는데, 바위에 이끼 낀 것을 두고 말하였으리라. 이어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은 예나 지금이나 천년의 세월동안 유유하다고 하였다. 5 ․ 6구에서 시인의 감회를 나타냈다. 그 옛날 기린마를 타고 만주벌을 호령하던 동명성왕의 자취는 이제 찾을 수 없다고 했다. 聖君성군도 盛世성세도 나타날 조짐이 없었던 당시 고려 말의 암담하던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먼 역사적 회고에 부쳐 자신의 강개한 정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탄식이다. 마지막 구(7 ․ 8)에서 발산했던 감정을 거두어들이며 작품을 마무리했다. 앞 구절에서 일어났던 慷慨강개함을 길게 휘파람을 불어서 풀고 난 후, 바람 부는 돌다리 난간(風磴)에 기대어 다시 자연을 둘러보니, 산은 푸르고 강물은 변함없이 예전 그대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이 詩에서 가장 돋보이는 시어가 ‘風磴’풍등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색을 ‘李風磴’이풍등이라고 불렀다 한다. 마치 詩를 다 짓고도 부벽루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을 이색처럼 詩를 읽는 독자들에게 무한한 여운을 감돌게 하고 있다. 이 詩는 오언율시로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역대로 7언 절구의 걸작으로 정지상의 ‘送人’송인(임을 보내며)을, 오언율시의 걸작으로 이 작품을 꼽았다. 최고의 절창이 모두 대동강 일대에서 나왔으니, 뛰어난 명승이 천고의 절창을 만들었다 하겠다. 이 詩를 대외에 널리 알린 사람은 조선 초기 사신으로 온 중국인 倪謙예겸이라고 한다. 예겸이 부벽루에 걸린 이 詩를 보고 이색과 같은 시대에 있지 못하는 것을 한탄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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