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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日卽事(여름날의 일)
夏日卽事 하일즉사 李奎報(이규보) 簾 幕 深 深 樹 影 廻 주렴, 장막 으슥한 곳에 나무그늘 옮아 돌고 염막심심수영회 幽 人 睡 熟 鼾 成 雷 한가한 사람 낮잠이 들어 코고는 소리 우렛소리 같다. 유인수숙한성뇌 日 斜 庭 院 無 人 到 정원에 해가 비끼는데, 찾아오는 사람 없고 일사정원무인도 唯 有 風 扉 自 闔 開 오직 바람에 문짝이 스스로 닫혔다 열렸다 한다. 유유풍비자합개 【 註釋 】簾幕 염막(발과 장막), 廻 회(돌다/방향을 바꾸다), 樹影廻 수영회(나뭇 그늘이 옮아 돌다), 幽人 유인(세속을 피해 숨어사는 사람), 睡熟 수숙(잠이 무르익다/깊이 잠들다), 鼾 한(코골다), 鼾成雷 한성뇌(코고는 소리가 우렛소리 같다), 日斜 일사(해가 비낌/석양이 되다), 無人到 무인도(오는 사람이 없음), 扉 비(삽짝), 風扉 풍비(바람에 흔들리는 문짝), 闔합(문짝/문을 닫다), 闔開 합개(닫히고 열리다)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仄起式측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灰’ 韻 으로 ‘廻 ․ 雷 ․ 開 ’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李奎報이규보(1168～1241) : 고려 고종 때의 시인이며 문장가이다. 본관은 驪州여주이며, 자는 春卿춘경, 호는 白雲山人백운산인이다. 벼슬은 문하시랑평장사를 역임하였고, 시 ․ 술 ․ 거문고를 좋아해 三酷好삼혹호선생이라 불렀다. 2천여수의 시를 남긴 일세를 풍미한 시인이며, 저서로 ‘백운소설’, ‘동국이상국집’, ‘국선생전’ 등이 전해진다. 【 評說 】 여름 한낮 낮잠에 취하다 卽事즉사는 눈앞의 일이나 혹은 눈앞의 일을 소재로 지은 즉흥시를 말한다. 하일즉사는 여름날의 즉흥시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두 수인데, 첫 번째 詩이다. 여름 한낮 특별한 일이 없어 낮잠에 빠진 한가롭고 태평스러운 풍경을 읊은 詩이다. 여름날의 낮잠 예찬이라고 해도 좋겠다. 주렴과 장막이 드리워진 으슥한 곳에 나무그늘이 옮아 돌고 있는데, 한가한 사람이 낮잠에 빠져 코고는 소리가 우렛소리 같다고 하여 낮잠을 자고 있는 사실을 그려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무 그림자가 옮겨 가듯이 낮잠도 깊어지는데, 해 도 점차 정원을 비껴가고 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 없고, 코고는 소리가 요란할수록 정적은 깊어만 간다. 그때 바람이 불어오자 문짝만이 스스로 닫혔다가 열렸다가 한다. 드르렁 드르렁 코고는 소리와 바람에 문짝이 닫혔다가 열렸다가 하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대응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두 번째 詩는 다음과 같다. 輕衫小簟臥風欞 홑적삼에 대자리 깔고 바람 통하는 격자창에 누웠다가 경삼소점와풍령 夢斷啼鶯三兩聲 꾀꼬리 울음소리 두세 마디에 꿈이 달아났다. 몽단제앵삼량성 密葉翳花春後在 짙은 잎에 가려진 꽃이 봄이 지나도 남아 있는데 밀엽예화춘후재 薄雲漏日雨中明 엷은 구름에 새는 햇살이 비 내리는 가운데 밝다. 박운누일우중명 * 小簟 소점(작은 대자리), 風欞 풍령(바람이 잘 통하도록 격자를 대어 만든 창/격자창), 翳花 예화(숨어있는 꽃/가리어 있는 꽃), 漏日 누일(새는 햇빛), 雨中明 우중명(바가 내리는 가운데 햇빛이 나와 밝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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