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書懷(회포를 쓰다)
書懷(회포를 쓰다) 서회 金宏弼(김굉필) 處 獨 居 閒 絶 往 還 홀로 한가로이 살아 (세상과) 왕래를 끊었고 처독거한절왕환 只 呼 明 月 照 孤 寒 다만 밝은 달을 불러 고고한 寒士한사를 비추게 한다. 지호명월조고한 憑 君 莫 問 生 涯 事 그대여! 내 한평생의 일을 묻지 말라 빙군막문생애사 萬 頃 烟 波 數 疊 山 만이랑 넓디넓은 연기물결, 첩첩이 산이라네. 만경연파수첩산 【 註釋 】書懷 서회(회포를 쓰다), 閒 한(한가하다), 絶 절(끊다), 往還 왕환(왕래하다), 呼 호(부르다), 照 조(비추다), 孤寒 고한(의지할 곳이 없고 가난함/孤高고고한 寒士한사), 憑 빙(기대다/의지하다), 憑君 빙군(그대에게 부탁함), 莫問 막문(묻지 말라), 生涯事 생애사(한 생애를 통해서 한 일), 頃 경(밭 넓이), 萬頃烟波 만경연파(넓디넓은 안개에 잠긴 물결), 疊 첩(겹쳐지다)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仄起式측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刪’ 韻 ‘還 ․ 山’자와 平聲 ‘寒’ 韻 ‘寒’자인데, 모두 ‘眞’자 통운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金宏弼김굉필(1454～1504) : 조선전기의 성리학자로 김종직문하에서 학문을 배웠다. 본관은 瑞興서흥, 자는 大猷대유, 호는 寒暄堂한훤당이며, 시호는 文敬문경이며 문묘에 배향되었다. 1480년(성종11) 초시에 합격하고 그 후 벼슬에 천거되어 형조좌랑 등을 역임했다. 1498년 무오사화 때 평안도 희천에 유배되었고, 그곳에서 조광조를 만나 학문을 전수하였다. 1504년 갑자사화 때 사약을 받았다. 【 評說 】 내 한평생의 일을 묻지 말라 세상과 왕래를 끊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가난하면서도 고고한 한 선비의 심경을 읊은 詩이다. 제 1구절 ‘홀로 한가로이 살아 세상과 왕래를 끊었다’고 하여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서 속세와 왕래를 끊고 살아가는 은거생활을 나타냈다. 제2구절에서 딱히 짝할 사람도 없고 밝은 달이나 불러내어 벗을 삼고 이를 통해 孤高고고한 자신이 淸寒청한의 뜻을 지키고 있음을 말했다. 밝은 달(明月)과는 의기투합하여 부르면 즉시 응답하는 두터운 교분임을 ‘呼’호(부르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당의 시인 왕유는 ‘竹里館’죽리관에서 ‘깊은 대나무 숲 아는 사람 없는데’(深林人不知), ‘밝은 달이 찾아와 비추어준다’(明月來相照)라고 하였다. 왕유가 비록 ‘명월’을 좋아하였으나 ‘달이 찾아와 비추다’에서 자연적으로 주어진 수동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굉필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밝은 달을 스스로 불러내어(呼) 벗을 삼고 있는데, 바로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친하게 지내는 肝膽相照간담상조하는 관계라고 하겠다. 제 3, 4 구절에서 내 일생의 사업을 묻지 말라고 하면서 앞으로는 끝없이 넓디넓은 물결이요, 뒤로는 첩첩이 푸른 산이라고 하였다. 이곳에 밝은 달이라도 떠오르면 ‘물’과 ‘산’과 ‘달’ 이 세 가지뿐인데, 한마디로 ‘自然’자연으로 이것이 바로 나의 ‘生涯事’생애사의 전부라고 했다. 한편, 南孝溫남효온이 지은 稗官雜記패관잡기에서 ‘한훤당은 세속과 타협하지 않고, 높은 지조로 獨行독행함이 남달랐다. 평소 거처함에 반드시 의관을 정제하고, 인경소리를 듣고서야 잠자리에 들어 첫 닭 우는 소리에 기상하였으며, 손에는 언제나 책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道도 또한 높아졌으나, 도가 행해질 수 없는 어지러운 세태임을 익히 알아, 스스로 빛을 감추고 세상에 나타나려고 하지 않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