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시애틀 추장('시애틀' 지명의 유래)이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의 인디안 땅을 팔라는 서신에 답신으로 보낸 '신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의 일부입니다. 이 메시지는 우리가 항상 곁에 두고 있지만,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가 보낸 메시지는 1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가 말한 '신세계'가 현재라고 가정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그가 요청했던 많은 것들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통렬한 반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입니다. 그는 "당신의 신과 우리의 신은 동일하며, 모든 인간의 신입니다.
그리고 신의 연민은 인디언이나 백인들에게 동등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합니까?
미국은 기독교의 대리자로서 테러에 대한 심판을,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교의 대리자로서 제국주의 미국에 대한 성전(지하드)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섬기고 있는 하나님과 아프가니스탄이 섬기고 있는 알라만이 정의라는 것은 아주 천박한 사고일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경고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신세계'에서도 이것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은 대지의 것이다.

두 번째로, 그가 요청했던 것은 대지가 인간의 것이 아니며, 인간이 대지의 것이라는 것입니다. 잠깐만 우리 주위를 둘러봅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흙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거의 없습니다. 편리함이라는 명제 아래 모든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자그마한 공간이라도 고층아파트들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주위의 모습에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더욱 커져만 가는 대지의 신음소리는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63빌딩을 한번 올려다봅시다.
얼마나 멋지고 자랑스러운가요? 그러나 우리는 3000년 이상을 버텨온 피라미드나 콜로세움과 같은 예술품을 감상하듯이 이를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예술품들은 아무리 거대하고 클지라도 자연을 오염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63빌딩 건물 하나에서 매일매일 소비되는 전기와 발생하는 쓰레기와 쏟아지는 오수는 피라미드가 아무리 많더라도 발생될 수 없는 성질의 환경오염인 것입니다. 무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뉴욕에 있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것은 인간에게는 크나큰 불행이었을 지는 몰라도, 자연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난 추석 때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다가 맞닥뜨린 모습이 한순간 온몸을 섬뜩하게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도 푸른 초목이 우거져 있던 야산들이 어느새 고층아파트로 뒤덮혀 버린 것입니다.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반쯤 깎여진 산이 피처럼 붉은 황토를 드러내고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자그마한 야산 같은 것은 하룻밤 새에도 없애버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고, 문명의 발전속도가 이미 인간이 규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무조건 자연을 보호하자는 것은 억지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개발은 하되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국토는 백두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백두대간을 근간으로 하여 뻗어나간 산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에는 일제가 우리의 정기(精氣)를 끊기 위해 주요 산들에 쇠말뚝을 박은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국토의 일부입니다. 국토가 훼손당하면, 우리도 훼손당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국토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악(必要惡)이라고 한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개발할 때 지세와의 관계를 최대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동물원은 동물이 살 곳이 아니다

세 번째로, 그가 요청했던 것은 모든 생물들과 인간과의 관계입니다.
인간들은 이 땅에 사는 생물들을 그들의 형제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도시에는 조용한 곳이라고는 없으며, 어디에서도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며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도심의 소음은 내 귀를 상하게 하고, 사람들의 고함소리는 내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공기는 짐승과 나무의 인간들이 똑같이 숨쉬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소중하지만, 우리가 눈부시게 파란 서울하늘을 보고, 신선한 공기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비가 내린 후 얼마간 뿐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점점 더 힘들어질 겁니다.

얼마전 강원도에 호랑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백년 전만 해도 호랑이가 서울시내에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백년만에 호랑이는 야산에서 동물원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감옥에 가두어 놓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듯이, 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연기념물로정해놓고 보호하고는 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조치들이 아니라, 전반적인 자연의 개선일 것입니다. 썩은 물로 뒤덮혔던 한강이 깨끗해지자 떠나갔던 철새들도 되돌아 왔던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생물과 인간은 동반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발과 보전의 조화"와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으로 150여개국 대표가 서명을 한 '리우선언((Rio Declaration))'과 같은 노력들은 무한개발의 논리 속에서도 우리에게 한줄기 희망을 줍니다. 전세계적인 국가적 노력에 못지 않게 시민단체들의 노력도 대단합니다. 그린피스나 환경운동연합 등의 여러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인 모니터 활동으로 환경오염을 감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전세계를 이루듯이 이들 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개인의 생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진국민을 규정하는 원칙도 경제력보다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독일국민의 절약정신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그만큼 그들이 인정받는 것은 좋은 예일 것입니다.

처음 시작시 현재가 '신세계'라고 가정하였지만, 저는 아직까지 '신세계'가 도래하지 않은 걸로 믿고 싶습니다. 우리 곁에서 들려오는 자연보호의 목소리들이 무한개발의 논리보다 힘을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희망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더욱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세계, 바로 시애틀 추장이 원하는 '신세계'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