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나서며

성지순례를 다녀오면 감동도 얻어오지만 의심도 함께 따른답니다. 성인들이 왜 저렇게 힘든 길을 걸었을까? 나도 그런 상황이 닥치면 그 분처럼 떳떳히 일어서서 목숨을 바칠수 있을까?

순례를 하면서 나는 박해시절 천주교인이 되어 관원앞에 서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어떨때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구걸하기도 하고, 처자를 위해서 자기합리화를 시키며 살아나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저는 미지근한 신자인가 봅니다. 어쩌면 신자인척 하면서 살아왔을지도 모르지요. 주변인처럼 맴도는 제 자신을 원망해보기도 하고 다음 순례때는 신앙을 위해 목을 내미는 신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봅니다.

토요일 오전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제 딸 정수와 둘이서 미리내 14처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걷고 싶을 때 걸어야되고 하고 싶을 때 해야 병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열병에 시달릴겁니다. 아무래도 이번 순례길은  제 발로 간 것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똑똑히 하라고 주님이 불렀나봅니다.

고삼저수지

용인과 안성은 저수지의 고장이라해도 틀린말은 아닐겁니다. 용인쌀의 찰진 맛은 이렇게 넉넉한 물 때문이 아닐까요? 고삼저수지 한켠에 차를 대고 어머니의 풍성한 젖통같은 호수를 바라보았습니다.  주변이 참 조용하더군요.  외롭게 서있는 고목만이 호수를 지키고 있어요.물을 보며 로멘티스트가 되어 봅니다.

이곳은 세상과 격리된 저수지 낚시터로 흘러드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린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이기도 하지요. 공포와 원초적인 분위기 때문에 극장에서 관객이 뛰쳐나갈 정도로  무서운 영화였지요.

선과 악은 이렇게 함께 존재하는가 봅니다. 평화로운 고삼저수지와 영화속 광기어린 낚시터가 함께 떠오르니 말입니다.

미리내

미리내 성지입구랍니다.미리내...이름이 참 예쁘지요?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가 있는 당진쪽은 중국과 가까이 있어 일찍이 천주교를 받아들였습니다.  신앙의  불씨가 만들어져 신앙의 못자리라고 부른답니다. 그러나 박해가 심해지면서 내포사람들은 신앙을 지키려고  동쪽으로 하염없이 떠납니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따라 홍해를 건너듯...수 천년동안 살아왔던 터전을 믿음 하나와 바꾼 것이지요.

하염없이 걷다가 발견한 곳이 소백산 자락 첩첩산골 연풍, 문경, 제천지역이고  또 한 곳은 광주,시흥. 양평,용인, 화성, 안성일대의 산골이랍니다. 관가의 감시를 피할수 있고.. 박해가 심해지면 언제든지 산으로 은신할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미리내성지도 마찬가지랍니다.  이곳은 신유(1801), 기해(1839), 병인(1846)박해를 피해 신앙을 지키려고 교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밤이면 인가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달빛아래 냇물과 어우려져 마치 은하수처럼 불린다고 해서 ’미리내’란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호롱불아래서 흙으로 만든 십자고상을 조심스레 꺼내고 교우들과 함께 찬양하는 성가를 부른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죄인이 아니면서 죄인처럼 살아 가야 했던 신앙인들 덕에 우리는 오늘날 마음껏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답니다. 얼마나 어렵게 우리 손에 들어왔는데...우린 그걸  모르고 사는 것 같아 성지에 오면 늘 죄인이 된답니다.

다양한 조각물이 가득합니다. 전 인류를 아들 예수처럼 아끼는 성모님의 계시와 기적들이 조각으로 형상되어 있답니다. 빼곡히 적혀진 말씀만 읽어도 힘이 솟아오릅니다.

’하늘 높은 곳에은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들에게 평화’

’마리아가 예수님의 낳으심을 묵상합시다.’ 예루살렘 성벽이 조각되어 있고, 구유엔 아기예수님이 누워 계십니다.

성당내에서만 감상했던 벽화를  야외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복사본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진품입니다. 유화의 질감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답니다.  마을 게시판처럼 꾸며 놓아 포근합니다.

정수가 이 조각을 보고 아빠에게 물어봅니다.

"아빠..예수님이 웃겼나봐.. 저 사람들이 막 웃네’

정수의 눈에는 예수님이 개그맨처럼 보였나봅니다.

"정수야..예수님이 세상의 왕이라고해서..로마병사가 비웃고 조롱하는 장면이란다."

그리고는 예수님이 골고타언덕으로 가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렇게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정수야..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지 얼마만에 부활하셨지?"

"사년만에...."

아마 사흘이 헷갈렸나봅니다.

저는 사십년이 되가도 그걸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 땅의 인간들을 위해 죄없이 돌아가신 우리 예수님..그런데 그걸 저는 입으로만 외쳤지 마음속으로 예수님은 늘 타인이셨습니다.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고 진정 회개하는 자만이 예수님의 품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십자가 아래서 기도하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 신부님

활활 타오르는 신앙심, 관헌까지 설득시키는 언변, 그리고 새로운 지식인...모든 천주교인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그는  1821년 8월 충청도 솔뫼에서 태어납니다. 증조부 김진후가 순교한지 7년후지요. 할아버지까지 순교 했으니 더 이상 당진에서는 신앙활동을 할 수 없었겠지요. 그래서 이곳 용인으로 이사를 했고 골배마실이란 곳에서 신앙의 힘을 기른답니다.

15세때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모방신부에 의해 신학생으로 선발됩니다. 기나긴 여정, 혹독한 수련을 거쳐 9년만에  상해 금가항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부터 사제서품을 받습니다.

그리고 다시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이때 아버지는 참수 되었고, 어머니 우르술라는 이집저집 떠다니면서 걸인생활을 합니다. 김대건도 조선에 와서 어머님소식을 듣고 눈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러나 조선의 신부이지 우르술라의 자식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님의 고통만큼이나 신자들은 김대건 신부를 원했습니다. 그리고는 목숨바쳐 산길로 이동하면서  사목활동을 이어갑니다. 용인과 가까운 은이공소를 순방했을 때 기어코  어머니와 만나게 됩니다. 딱 10년이 지난 후랍니다. 그러나 그 상봉이 어머니를 마지막 만나게 될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두 달후 그는 연평도에 나갔다가 관헌들에게 체포되었답니다.

(사진설명)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모신 곳입니다.

옥에 갇힌후...어머니에 대한 애뜻한 사랑이 담긴 편지를 페에올 주교에게 보냅니다.

’저는 감히 주교각하께 저의 어머니 우르술라를 부탁드립니다. 저의 어머니는 10년동안 못본 아들과 불과 며칠 동안 만나보았을뿐 또 다시 홀연 잃고 말았으니..각하께 간절히 바라옵건대..슬픔에 잠긴 저의 어머니를 잘 위로하여주십시요."

그리고 9월 16일 새남터에서 순교의 칼을 받습니다. 형장에서도 두려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천주를 믿지 않은 자들에게 일침을 놓습니다.

"나의 최후의 시각이 다가왔으니 여러분은 나의 말을 잘 들으시오. 내가 외국 사람과 교제한 것은 오직 우리 교를 위하고 우리 천주를 위함이었으며 이제 죽는 것도 천주를 위하는 것이니 바야흐로 나를 위해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려합니다. 여러분도 죽은 후에 영보를 얻으려거든 천주교를 믿으시오."

"자..이제 준비가 되었으니...쳐라." 이승에서 이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죽음으로써 신앙을 증거합니다.  아멘

국사범으로 형을 받은 죄수는 통상 사흘뒤에 연고자가 찾아가는 것이 관례였으나 김신부님은 장례까지 막아 참수된 자리에 묻고 파수꾼을 두어 지키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대로 두었으면 우리는 영영 김신부님의 유해를 찾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민식 빈첸시오는 파수꾼의 눈을 피해 순교한지 40일만에 그의 시신을 빼내는데 성공합니다.

그의 시신을 등에 지고 150리길을 걸었습니다. 관헌들의 눈을 피해 밤에만 이동했고 결국 자신의 선산인 미리내에 김신부님을 모실수 있었습니다. 40일동안 썩은 시신을 등에 업고 밤길을 거닐었다고 상상해보십시요. 무서웠을까요? 아닐겁니다. 아마 예수님을 업고 다닌다고 기뻐했을 겁니다.

시신을 이 곳에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보살폈다고 합니다. 그리고 7년후 페레올 주교가 선종하자 그의 유언에 따라 김대건 신부님 옆자리에 안장했고, 어머니 우르슬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김대건 신부님 옆에 모셨답니다.

저는 순교자 못지 않게 이 어려운 일을 했었던 이빈첸시오을 존경합니다. 그 자신도 92세까지 장수하다가 신부님곁에 모셔집니다. 살아서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던 4사람은 죽어서는 이렇게 함께 누어 있습니다.

주님이 하시는 일은 참 오묘합니다. 아멘

시신앞에는 이렇게 예쁜 성당이 모셔져 잇답니다. 둥근 돔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넉넉한 조선인의 심성이 느껴집니다.  제단엔 순교자의 이름이 적혀 습니다.  그걸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무릎이 꿇게 되고 두 손을 모으게 되었답니다.

겨자씨가 자라서 큰 숲을 이루었습니다.

정수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작은 풍뎅이를 발견했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긴 생명이었습니다.

하찮은 미물도 사랑하게 하소서.

예전에는 없었는데 이렇게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답니다. 무려 3만평이랍니다. 예수님의 삶을 그린 조각만 봐도 행복합니다. 아장아장 거닐다가 힘차게 뛰어보고 주님앞에서 마음껏 재롱을 부려봅니다.

수녀님도 산책 나오셨나봐요. 구도를 위해 오솔길을 거니는 모습이 자못 장엄하게 느껴집니다. 정수가 얼른 다가가서 90도로 인사를 합니다.

"수녀님..안녕하세요."

어쩌면 아빠가 하고 싶은 일을 정수가 대신합니다.

’아이처럼 솔찍하게 살자.’

103위 한국군교성인 기념대성전

103위 한국순교성인 기념대성전입니다. 이집트 피라밋처럼 생겼습니다. 우뚝 솟은 종탑은 천국의 소리를 들려줄 겁니다.

저는 원래 큰 건물을 싫어한답니다. 왠지 민초들의 삶을 짓밟고 올려진 건물이란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로마의 베드로 대성전을  접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종교가 대단했으면 인간이 이런 건물을 올릴 수가 있었지....’ 그리고는 성당은 인간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지어낸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큰 기쁨에 베드로 성당내 작은 기도실에서 묵상을 하고  주머니에서 헌금할려고 동전을 꺼냈습니다.  그랫더니 아내가 제 팔을 툭치면서 귓속말을 합니다.

"지폐 꺼내"

아마 아내는 더 큰 감동을 얻었나봅니다.

103위 성인 기념대성전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교자의 살과 피로 이렇게 성당이 올라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를 생각한다면 더 올라가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매번 성지순례하면서 작은 체험을 하게 됩니다. 배티성지에서는 기적의 감실을 보았고, 힘에 겨워 천진암을 찾았을 때는 하늘에서 구름배를 보여주셨고, 해미성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보여주셨거든요.

그런데  미리내성지에서도 소중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과연 성전 모습은 얼마나 크고 어떻게 꾸며졌을까?  이런 기대를 하고 성당문을 여는데.... 아름다운 성당이 한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파이프 오르간 음률이 퍼지는 겁니다. 정수도 깜짝 놀랬어요.

얼마나 놀랬던지......문을 열면 자동적으로 음악이 울리도록 하는 장치를 했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저 꼭대기를 보니...수녀님께서 홀로 오르간을 치고 계신 겁니다.

뚜벅뚜벅 주님을 향해 걸었습니다. 그리고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 환희를 느끼고 어찌 무릎을 꿇지 않겠습니까? 온몸에 불기둥 같은 느낌이 감싸올랐답니다. 아멘.

성당 앞쪽에는 파카글라스가 화려합니다. 가운데 주님이 계시고 그 아래에 김대건 신부님이 계시고 양쪽에 103위 순교자가 주님을 영접하고 있답니다..

바라만 보아도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요.

제단에는 김대건 신부님의 종아리뼈가 놓여 있습니다. 풍랑을 뚫고 마카오와 상해를 거쳤고, 다시 조선에 돌아와 수많은 민초를 만났던 김대건 신부님의 다리뼈랍니다. 몸은 비록 산산이 부서졌어도 그 정신만은 이렇게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입니다. 그 신앙의 정신이 제 핏줄에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얻어낸 신앙인데....

제단에 올라가지 못하고정수는 아예 누워서 김대신 신부님의 성해를 접합니다.

골고다 언덕을 가는 14처를 모자이크로 그렸습니다..알알이 맺어낸 핏방울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냈지요. 그 위에는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103위 순교자의 이름이 걸려 있습니다.

예수님은 외롭지 않을 겁니다. 십자가를 함께 진 순교자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성화도 그려져 있습니다.

2층엔 순교자가 고문당한 모습을 재현에 놓았습니다.

"아빠..저렇게 하면 아프잖아."

’정수야..집에가서 저거 한번 해볼까?"

곤장을 맞아도 기도합니다. 피가 튀기고 살이 찢겨도 신앙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군문효수당한 순교자의 목이 보입니다. 나무에 목만 댕그러니 걸려있지요. 민중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할려고 그랬겠지요.

정수가 그걸 보고..

"아빠..저 사람이 제일 아플 것 같아."

성모당

야외에 여러 성전이 있어서 좋습니다. 다리 아플 때 쉬기도 하고 마음이 울쩍할 때는 이렇게 어머니곁으로 다가갑니다.   어머니는  늘 자식 때문에 마음고생을 합니다. 예수가 없어져 가슴을 쓸었고, 아들이 죽음의 길로 향하는 길에 어머니도 함께 하십니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때 시신을 거둔 분도 성모님이셨습니다.

그 찢어지는 심정이야 오죽했겠습니까? 김대건 신부님의 어머니 우르슬라도 성모님과 같은 심정이었을겁니다. 시할아버지 김진후가 순교했고, 남편마져 참수되고, 아들마저  칼을 받았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습니까? 제 정신이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을겁니다. 결국 미치광이가 되어 세사에서 가장 불쌍한 걸인신세가 되셨습니다.

피의 순교자들은 이렇게 훌륭한 어머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당시에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신부가 된다는 것은 큰 기쁨이자 자식이 죽음으로 치닫는 것을 의미하지요.

만약 당시에 제가 어머니였고 제 아들 성수가 죽으러 간다면....어떤 이유를 대든지 말렸을 겁니다.

성모님이나 우르술라는 순명으로 대답했던 것입니다.

정수와 함께 14처가 있는 곳을 거닐었습니다. 매번 그림과 부조로 보았다가 이렇게 입체 조각을 보고 기도하니 더욱 생생합니다. 정수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달라고 했지요..의외로 조각을 보고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아이는 착한 마음을 가졌기에 금방 주님을 받아들이나 봅니다.

이곳엔 수녀원이 있답니다.까만 수녀복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참 경건하게 보인답니다.  매일 보는 얼굴이라도 동료를 만나면 그렇게반가울 수 없나봅니다.

구성당

15년전 학창시절이었지요. 젊은 혈기 때문인지 모든 것이 불만이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부조리로 가득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미리내에 오게 되었습니다.  황토색 옷을 입고 있는 수사님들이 성당 뒷편에서 성가를 부르는 겁니다. 남자들이 만들어낸 화음이 그렇게 아름다울줄 몰랐거든요. 전 이곳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넉살좋은 풍금소리가 성당에 울려퍼질 때 저는 이 곳이 천국임을 깨달았습니다.

15년이 흐르고 저는 제 딸 정수와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 따뜻한 성당을 제 아이에게 보여주니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천국은 이런 곳이란다. ’

천주성삼이랍니다.  우리나라를 구하고 세계를 구하소서.

무명 순교자의 묘

다시 산으로 올라가면  16위의 무명순교자 묘지가 보인답니다. 16구의 목없은 시신이 근처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답니다.목이 없으니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겠지요. 그리서 이렇게 큰 무덤이 되었답니다.

이 땅에 신앙자유를 얻은 것은 103위 순교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 천명의 이름없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값으로 우린 신앙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답니다. 목이 잘려나가고 사지가 흩어져도 주님이 지켜준다는 믿음 하나로 가장 귀한 목숨을 내던진거랍니다. 아멘

그 밑에는 수원교구 신부님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일반인은 자식을 낳으면서 대를 잇지만 성직자들은 이렇게 죽음으로서 신앙을 이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통고의 집

조금 올라가면 통고의 집이 있답니다. 바위 위에는 성모님이 두 팔을 벌려 우릴 맞이하고 있어요.

에비타상이지요. 죽은 아들을 안고 슬퍼하는 성모님

통고의 집 안에 들어가면 한쪽벽 전면에 대형그림이 있답니다. 골고다언덕을 그린 것인데...너무나 슬프답니다.

성모님의 일대기가 조각으로 새겨져 있지요.

겟세마니동산

전인류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히기 하루 전날  주님은 겟세마니에 올라 피땀흘려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를 바쳤습니다.

제자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요...바로 나의 모습입니다.

실은 성지 순례에서 무엇인가 꼭 얻어가야 되는데...

뭔가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이런 조급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하산하면서 돌에 새겨진 글귀를 보았습니다.

아...주님께서 내게 꼭 하실 말이 있었구나.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요."

미리내성지 근처에 사는 안성군이란 친구지요. 제가 갯세마니에 올라갔을 때 정수와 친구과 되었답니다.  아주 풍족하게 생겼지요. 정수를 보더니 빵 한조각 건냈답니다. 아까울텐데..말입니다.

주님의 성전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어요.

저는 이번 순례를 통해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뛰어 놓수 있는 기쁨을 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