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김 재진 ㆍ작성일 2003-01-17 (금) 12:17 ㆍ올린이 su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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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나무 비비고 누울 자리 없어 서 있는가 눈나무들은 저마다 수천 개씩 눈꽃을 달고 바람도 없는 오전의 햇살 속에 빛나고 있다. 빛나는 건 나무만이 아닌지 누리의 은빛 지붕들 서로 지난 밤 눈물자위 맑게 비추고 홀로 길 아래 내려 눈살 찌뿌려 햇살 받으면 팔이 벌써 떨어져 나간 눈사람들이 졸음에 겨운 듯 스스로, 스스로 녹고 있다. 녹고 있는 것은 눈사람만이 아닌지 웅크려 잠 못 이루던 아픔도 녹아 물이 되고 있다. 어둠도 견딜 대로 견디면 닦여서 빛나는 거울이 되는지 밤내 아픔에 동의하면 눈바람 활짝 펴 꽃바람 되는지 눕지도 않고 버티고 서 나무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눈꽃을 담고 있다. 물창 험한 기슭 거슬러 사공은 얼음 조각 헤치며 노를 젖고 빛나던 것들 다시 녹아 맨 몸이 되면 맨몸 부딪쳐 맨몸으로 또 바람 재우며 비비고 누울 자리 없어 서 있는가 나무들은 아픔의 사이사이 머리카락 자르며 백 번을 잠 깨어 거울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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