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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다림줄 수평선
< 영원한 다림줄 수평선 > 징검다리 지금 섬 마을을 오가는 여객선 선상에서 서 있다. 여객선은 한숨도 쉬지 않고 통통거리며 물살을 가른다. 뒤쫓아오던 카페리호는 바다 길목에서 남쪽으로 갈마든다. 초여름의 햇살은 따갑고 바다 바람은 갯내음을 싣고서 너울거린다. 가끔 다문다문 앉아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손사래치고, 무인 등대는 수화하듯 넘실거린다. 여객선 머리가 바다를 가르면 물살은 뒤꽁무니에서 하얀 거품 돌개바람을 만들며 바닷속으로 물거품 기둥을 길게 뉘운다. 여객선은 쉬지 않고 그저 통통거린다. 새우깡이나 얻어먹으려고 뒤따라오던 게으른 괭이 갈매기 서너 마리도 반가운 손님이 없는지 다른 곳으로 날갯짓한다. 바다는 청록색이다. 작은 물너울들이 뱃몸을 부딪고 있다. 바다는 평화롭다. 높고 낮음도 없이, 자기 자신은 밑에서 모든 것을 떠받치는 겸손함을 보인다. 바다는 늘 평평하다. 멀리 수평선에는 바다 안개가 섬 밑을 감싸고 있다. 파도가 자꾸 벗겨 논 아랫도리가 부끄러운가 보다. 여객선은 잠시 쉬어 가면 좋으련만 그저 그 속력으로 통통 힘을 낸다. 땅이 끝닿은 곳이 바다이고, 바다가 끝나는 곳이 뭍이다. 바다는 도시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조용하다가도 무슨 심술이 나면 못 말리는 심통을 부린다. 갑자가 바다 안개가 뱃길을 끊기도 하고, 높은 파도가 섬과 뭍의 그리움을 끊어 놓기도 한다. 바다는 사람이 아무리 달래도 말을 듣지를 않는다. 그저 바다가 하고픈 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 기분이 억세게 좋으면 느닷없이 쳐들어 왔던 해무(海霧)들을 산꼭대기로 몰아내기도 한다. 아슴푸레 뭍 부두가 가면을 벗으면서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듬성듬성 큰 화물선들이 낮잠을 즐기며 떠 있다. 언젠가 그들도 볼일을 다 보고서 어디론 가로 떠날 것이다. 여객선은 여객들의 숱한 크고 작은 사연들을 가득 싣고서 아직도 통통거린다. 육중한 도시의 시멘트 성곽들이 무표정하게 우리를 기다린다. 큰 화물선 한 척이 바다 끝을 찾아 떠나고 있다. 누구에게나 낯선 여정(旅程)의 그리움은 있게 마련이다. 가고 오고, 오고 가고. 그러나 잠깐 머무르다 떠나가야 하는 존재들! 어제 저녁에 그리 일던 바람 때문에 속끓이며 뭍 그리움을 접어 두던 마음들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 그곳은 수평선, 자연의 영원한 다림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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