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전 보충부 성사와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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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문 : 죽은 이를 위한 중재 기도

1.  하느님의 정의에 근거를 두고 있는 공로나, 하느님의 자비에 근거하고 있는 기도와 같은 행위는 유효하다.  이 세상에서 어떤 이의 착한 행위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은총을 억거나 영광을 얻기 위한 공로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는 없지만, 기도로서 그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만일 어떤 이가 하느님의 은총 안에 머물고 있다면 그의 행위는 한 가지 방법으로서 다른 이를 위해서 기도로서 뿐만아니라 애덕의 효과를 통한 공로로서도 가치를 지닐 수 있다.

2.  애덕은 단지 생존해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이 세상 삶에서부터 애덕으로 말미암아 떠나간 죽은 이들까지도 감싸고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이들의 착한 행위들은 자신들에게도 또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유효하다.  만일 죽은 이들을 위한 지향이라면 더욱 유효한 것이다.

3.  죄인들을 위한 중재기도에는 행위의 공로와 인격의 공로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인격의 공로에는 교회 직무자인 대리자로부터 대도자(代禱者)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행위의 경로, 예컨대 미사 성제는 항상 유효하다.  대리자의 공로,  예컨대 그들의 직무 안에서의 교회의 공로는 항상 유용하다.  한편 대도자의 기도는 항상 그렇지 않다.  만일 대도자가 죄인이라면 공로의 유용성을 지니지 못한다.

4.  중재 기도는 기도하는 그 사람을 위해서도 유용하다.  왜냐하면 은총의 상태에서 행하는 선행으로서는 영원한 삶을 위해 항상 공로가 된다.  그러나 속죄의 행위로서는 단지 그 중재 기도가 지향하는 그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만 유용하다.

5.  비록 미진하고 변형된 것일지라도 그 뒤로 다른 사람들이 추종했던 오리게네스(Origenes)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바는 단죄된 영혼들을 위해서 중재 기도가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악마들을 위하여 기도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다.

6.  중재 기도는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구원이 요구되는 상태에 있으며  중재 기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성인들과의 통공에 일치하고 있다.

7.  림보에 있는 유아들을 위해서는 중재 기도가 유효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구원이 요구되는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8.  그리고 낙원에 있는 성인들을 위해서도 중재 기도는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9.  살아 있는 자들의 중재 기도는 죽은 자들에게 그들이 애덕 안에서 일치되어 있는 만큼,  또 그들의 의향이 죽은 이들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유용하다.  애덕의 행위들로서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적 애덕의 매듭인 미사 성제(성체성사)가 유용하다.  그리고 애덕의 결실인 자선, 마지막으로 기도, 그것이 죽은 이들을 위한 의도로 산 자들이 대신하고 있는 만큼 유용하다.

10.  은사(恩赦)는 부과된 행위를 행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이를 수행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죽은 이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은사가 적용되지 못한다.  그러나 만일 은사를 베푸는 자가 그것을 허락한다면 간접적으로 죽은 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어떻든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교회의 장상(長上)의 능력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교회 장상의 재판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11.  장엄한 장례는 인간의 하나의 권리다.  또 생존자들에게는 하나의 위안이 된다.  그러나 그 자체로 죽은 자나 산 자를 위하여 유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적인 면에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해 유용하다.  산 자를 위해서는 죽음을 묵상케 하고, 또 부활에 대한 하나의 신앙 고백인 만큼 유용하며, 또 죽은 자를 위해서는 그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또 자주 자선의 수단과 형태가 되는 만큼 유용하다.

12.  중재 기도는, 애덕으로부터 유래한 만큼, 연옥에 있는 모든 영혼들,  애덕 안에 일치되어 있는 모든 영혼들에게 유용하다.  그러나 한 사람을 지향하여 의도된 중재 기도는 단지 그가 지향하고 있는 영혼만을 위해서 유용하다. 마치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의 빚을 위해 지불한 돈은 그가 호의를 베풀고자 한 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과 같이 다른 영혼을 위해서는  유용하지가 않다.

13.  비록 연옥의 모든 영혼들을 위한 중재 기도로써,  마치 무엇보다 어떤 특정한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와 마찬가지로, 연옥에 있는 모든 영혼이 애덕의 기쁨을 누린다 할지라도 중재 기도의 한계적 효과가 있다.  즉 연옥의 모든 영혼을 위한 중재 기도는 마치 특정한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그들 각자 각자에게 유용하지는 않다.

14.  중재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의 지향을 따라서, 지향된 그 영혼을 위해 유용한 것이지 다른 영혼들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옥에 있는 영혼들에게는 단순한 공동의 중재 기도보다는 공동의 중재 기도에 결합된 특별한 개별적 중재 기도가 더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