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죄를 짓는다(peccare)는 것은, 즉 자연적 · 인위적 · 도덕적 사물들 속에 있는 규범적 현실을 어긴다는 것은, 바로 모든 피조물에게 가능한 것이다. 나중에 복사(copy)하게 될 초상화 원본을 그리는 화가는 실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복사하는 자가 실수할 수 있다. 신의 의지는 규범이고 결코 실수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규범에 동화(同化)되어야 하는 피조된 의지들은 실수할 수 있다.
2. 천사들의 첫번째 죄(peccatum)는 물질적 선에 애착이 아니라 영적 선에 대한 애착이었다. (영적 선들에 대한 애착 그 자체는 상급자의 규범을 어기지 않는 한 죄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것은 '교만'이고 '반역'이었다.) 그러므로 이런 죄는 바로 교만(superbia)의 죄일 수 밖에 없었다.
3. 천사들은 신처럼 되길 원했다. 이는 신으로 변형된다는 뜻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변형은 자기들 고유한 존재의 파멸이 따르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이것은 바로 자연적 감정이 기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처럼 되어 창조 능력을 휘두르고 싶었던 것이거나, 아니면 결정적으로 자연적 완성품인 것처럼자처했거나, 또는 은총없이 다만 자연적 능력만 가지고 초자연적 지복 상태를 넘보았던 것이리라.
4. 모든 결과는 그 원리로 향한다. 천사들은 신의 결과이고 따라서 그 본성상 신 즉 선에로 향한다. 그러나 선으로 흐르는 이 자연적 경향은 지성적 피조물의 경우에 의지에 의해 빼앗길 수가 있다.
5. 천사들의 범죄는 창조의 첫 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 직후에 일어났다. 왜냐하면 창조주에게는 결함이 있을 수 없으므로, 그것은 신의 창조 작업이 종료된 다음에 일어났다. 죄는 천사들의 사악함의 종점이다.
6. 악마는 피조된 직후 즉시 범죄했다. 은총으로 창조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첫 행위는, 만일 범죄가 아니었더라면, 지복에 이르렀을것이다.
7. 천사의 죄는 교만이었고, 그 동기는 위대해지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반역의 우두머리는 가장 뛰어난 천사였다고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8. 그리고 그가 다른 천사들을 죄짓도록 강요했다. 그래서 다른 천사들은 위협과 형벌 속에서 그에게 복종했다.
9. 그러나 자연적 경향은 죄로 기울지 않고 본성은 통상 그 결과를 추구하므로, 죄짓지 않는 천사들은 그 숫자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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