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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
언제 부터인가 이들의 경쟁은 있었다 저마다 푸른 손을 내밀고 온 몸을 비틀어 토해내는 힘 찬 생명의 기운이 그곳에 머물어 허공에 이는 바람을 잠재우고 잎새 마다 춘색으로 흐느낄 때에도 유독 늦잠에서 깨어난 잡목 몇 그루가 앙상한 가슴에 뚫린 작은 창문을 통해 아픔을 참아내고 있었다. 벗꽃도 오래전에 져 버리고 오뉴월 땡볕이 작렬하는 산비탈에 비 맞은 장승처럼 쓸쓸히 서있다가 호수에 흙을 뿌리듯 봄비 톡톡 떨어지던 밤 연두빛 잠옷 벗어 버린 채 바람 자고 달도 없는 밤 길을 헤매고 있었다 비 개이고 새벽달 이슬에 젖어 질 때 안개빛 브라우스 새색시 모습으로 다가와 서고 스치는 옷깃 진동하는 정열의 향으로 온갖 벌과 나비와 새들의 노래와 춤과 율동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신록에 취해 휘청이는 바람결 팔랑이는 잎새 사이로 달아나는 오월의 옷자락을 휘어잡고 억척스런 모습으로 숙명처럼 그대는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벌과 나비들의 경쟁은 시작되었다. 2000.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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