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몸의 '짓'이 예전과 눈치가 달라, 다그쳐 물어보는 듯 했습니다.
꼭 집어 가리킬 '일'은 짐작과 눈치에 가두어 두고, 꽁무니를 빼는 모습은 마음에 두고
꼬리 내리는 꼴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런데 왜"
"안 봐도 뻔하다는 것이겠지."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응"

다그쳐 묻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의 속셈이 달랐습니다. 욕망의 뒤안길에 숨어 있는 아스라한 추억이 눈초리를 치켜세우면서 마주치는 듯 했습니다. '어이없음'과 '설마', 그리고 '탈'이 주변을 나돌아다니는 듯 했습니다.

마음의 매무새를 반쯤 열어 환기를 시키기도 하고, 생각의 낌새를 들춰내서는 헹구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의 씀씀이를 까발려 털기도 하는 모습이 여간~ 애간장이 타는가 봅니다. 그러면 어느 덧 말이 성을 부리게 되는가 봅니다.

그래서는, 시간의 여분 때문에 심문(心門)이 열리기도 하고, 마음의 열쇠가 열렸나 흔들어보기도 하고, 오가는 마음의 용도가 변경되었는지 캐묻기도 하고, 외로움은 문단속을 잘 하고 있었는지, 그리움은 인기척에 놀라 가슴이 뛰었는지 하면서 구겨진 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기게 되는가 봅니다.

살면서, '무슨 일'이라 하는 속닥거림의 주인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살면서,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변명을 늘어놓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한 마음에 다른 한 마음이 근처에 머물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는가 봅니다. 그래서는 비틀거리는 길목에서 잠시 스치면 '무슨 일'이 있다 싶은 마음으로 떠보게 되는가 봅니다.

'무슨 일~'
'무슨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공간의 씀씀이를 속속들이 캐묻는 사람의 욕망이 허둥대는 듯했습니다. 아니, '무슨 일'이 서서히 소설이 되어 제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위기와 절정, 그리고 결말까지 완성되어 주제를 '뻔히 안 봐도 안다는 양' 맞추기도 합니다.

'아무 일~'
'아무 일' 없었음을 밝히려는 몸이 앞선 나머지, 시간의 씀씀이를 요모조모 들추는 사람의 욕망이 버둥대는 듯했습니다. 아니, '아무 일'이 거꾸로 가는 시간이 되어 7시에 멈추고, 9시에 멈추고, 11시에는 아예 죽어버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아무 일'과 '무슨 일'은 동전의 양면인가 봅니다. 아니, '아무 일'은 '무슨 일'의 씨앗인가 봅니다. 그래서 '설마'가 사람을 잡게 되기도 하면서 보채는 마음에 그만 삶이 채이게 되는가 봅니다.



살다보면,
'아무 일도 없어' 심심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무슨 일이 생겼으면' 하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일'이 큰 일이 되어 몹쓸 일에 걸리는 때도 있고 '설마, 무슨 일이 있으라고'가 무서운 일이 되어 빼도 박지도 못하는 때도 있어 우리는 '일' 내지 못하는가 봅니다.

'아무 일'이 이젠 쓸모 있는 일로만 자리했으면 합니다. '무슨 일'이 이젠 적당한 일로만 다가왔으면 합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아무 일' 없고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이 '무슨 일' 없는 '만만(滿滿)한 마음' 말입니다.

하지만
옆구리를 쑤셔놓고는 '아무 일'이 없었다고 딴짓을 하고
뒷주머니를 차고는 '무슨 일'과 상관없다고 발뺌을 하고
냄새를 풍겨놓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모른 척 하고
꼬리를 쳐놓고는 '무슨 일'이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참으로 비싸게 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은
잠시, '설마'를 타보고 싶습니다.
그래서는 '아무'와, '무슨'의 '일',
그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역시
'물어보나마나'가 아닐까요?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