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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냄새
어느 날 오후 한 아파트 거실에서 키 큰 젊은 아빠가 아기를 안고 씩 웃으며 노래를 부른다. "당신에게서 꽃 냄새가 나네요 … " 부인이 "알았어요" 하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아기에게 갈아줄 기저귀를 꺼내온다. 강물이 흐르고 세월도 흘러, 아파트 거실에 있던 부부는 북가주에 있는 어느 가르멜 수도원 면회실에 나란히 앉아 꽃 냄새를 풍기던 그 아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수도원은 켈리포니아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1번 도로 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지 않은 산언덕에 성당과 함께 자리잡고 있다. 부부는 남가주에서 여섯 시간 동안 운전하여 조금 전 수도원에 막 도착하였다. 면회실에는 가운데가 곧게 펴진 가늘고 긴 S자 모양의 창살이 있고 창살 뒤에 다시 아코디온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브라운 색의 칸막이가 설치되어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누군가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문 열리는 소리도 들린다. "엄마?" 하고 부르는 작은 목소리. 칸막이를 활짝 열어 철창사이로 부모의 손을 잡는 수녀의 얼굴은 기쁨에 넘치고, 부모의 눈에는 반가운 눈물이 글썽인다. 수도원에 함께 계시던 90세가 넘으신 요세파 수녀님께서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고 전한다. 세상을 떠난 수녀님은 젊은 시절 할리우드에서 오빠와 함께 켈리 & 콜리라는 이름으로 댄스를 하던 연예인이었다. 함께 춤추던 오빠는 예수회 신부가 되었고, 누이는 가르멜 수녀가 되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오빠는 영원한 천국 무대에서 누이를 만나 기쁨의 춤이라도 추고 계실까? 하느님의 사랑 스텔라 마리스 수녀(Sr. Stella Maris of Divine Love)는 대학을 졸업하던 2000년 대희년 12월에 이곳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했다. 오는 12월이면 첫 서원을 한다. 그리고 3년 후 종신서원. 수녀가 이제 면회실을 떠나는 부모에게 수도원 정원에서 준비한 아름다운 꽃다발을 전한다. 꽃을 받아 든 아빠가 꽃향기를 맡으며 그 아기를 바라본다. "당신에게서 꽃 냄새가 나네요 … " 김창오(john0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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