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旬斷想(11)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마태오27: 45-50)

낮 열 두 시부터 땅이 어둠에 덮여 오후 3시까지 계속되었다.

낮부터, 숨을 거두신 3시경까지 하늘이 어두워졌다.

그것은 日蝕이 아니었다. 온전히 초자연적인 사건이었다.

세상의 빛이 이 세상을 떠나시자 온 땅이 어둠에 덮였다.

소경이 아니라면 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하여 무엇인가 깨닫는 바가 있었으리라.

세 시쯤 되어 예수께서 큰 소리로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 말씀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라는 뜻이다.

오후 3시경이었다. 12시간이 넘는 무서운 고문으로 지치고 쇠약해지셨던 예수께서 갑자기 뜻밖에 힘찬 말씀으로 이렇게 외치셨다.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그 뜻은 성서에 밝힌 대로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말씀이었다..

내가 볼 때는 게쎄마니에서의 기도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하는 대목과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이 말씀은 예수님 최후의 인성이 잘 나타난 대목으로 보인다. 신이면서도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절규! 이 절규가 나를 하느님께로 꼬옥 붙들고 있다. 어떤 과학자도 말했었다. 예수님의 苦像과 이 마지막 말씀 때문에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 인류를 구하실 분이라면 인간이 되어 인간의 고통을 맛본 사람이라야 인간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여하튼 십자가상의 예수님의 죽음은 강요된 피동적인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적극적인 행위이셨다. 십자가야말로 한결같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신 예수님 전 생애의 맺음이요 요약이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인류 역사에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제 죽음은 하느님의 벌도 아니고 하느님으로부터의 이탈도 아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오로지 順從의 발로요, 創造主에 대한 생명의 봉헌이다. 겉으로 보기엔 예수님의 비참한 죽음이 죄의 정체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내적으로는 죄를 훨씬 능가하는 속량의 힘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결코 無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虛無에로의 도약도 아니다. 반대로 하느님에게로 돌아가는 것, 하느님께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하느님은 예수의 이 봉헌을 받아들이시고, 그 답으로서 성서에 기록된 대로 예수님을 부활시킨 것이다.

따라서 復活은 예수님의 죽음과 관계없이 별도로 주어진 외적인 보상이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 그 자체에 내적으로 결합된 필연적인 결과이다.

이를테면 예수님의 전폭적인 위탁에 답하신 하느님의 수용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