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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찍는 사진사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지난 한해 동안 우리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고, 그만큼 말도 많이 했습니다. 그 끊임없는 생각, 그 수많은 말들은 지금쯤 어디에 가 있을까요? 누구의 가슴에 스며들어 있을까요. 우리가 만난 그 사람에게 가 있을까요. 우리가 떠올린 그 사람의 가슴에 스며들어 있을까요. 내가 한 모든 생각과 모든 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나에게로 돌아와 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내 가슴에 파고들어 그 생각 그 말대로 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남을 생각한 것은 결국 나를 생각한 것이고, 남에게 한 말은 정작 나에게 한 말인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의 말을 했다면 그 사람은 지금 사랑의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기쁨을 주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희망과 기쁨으로 설레고 있을 것입니다. 남을 사랑하면 나의 이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것을 찍고 있는 줄 알지만 자기 자신을 찍고 있는 서툰 사진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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