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菊 花
菊 花 국 화 元稹 원진 秋叢繞舍似陶家 가을 꽃 떨기는 도연명의 집인 듯 집을 둘렀는데 추총요사사도가 遍繞籬邊日漸斜 두루 국화 만발한 울타리에 해가 점차 기울고 있다. 편요리변일점사 不是花中偏愛菊 꽃 중에 국화만 편애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시화중편애국 此花開盡更無花 이 꽃이 다 피고나면 다시 꽃이 없기 때문이다. 차화개진갱무화 菊花국화로 울타리를 둘러놓고 국화는 서릿발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꽃으로서 줄곧 사랑을 받아왔다. 牧丹목단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난초처럼 귀하지도 않으나 사람들은 국화의 굳세고 강인한 품격과 고결한 기질을 찬미해 왔다. 일찍이 東晉동진의 도연명이 특별히 국화를 사랑하여 그의 '飮酒'음주라는 시에서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동쪽 울타리 밑에 핀 국화를 따노라니, 유연히 남산이 눈에 보인다)이 나온 천백년 이래 많은 사람들이 국화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원진의 위 국화 詩는 그가 청년시절에 지었다. 먼저 국화를 감상하고 있는 실제 모습을 그렸다. 담장 주위에 국화를 온통 빼곡히 심어 놓았는데, 마치 국화를 사랑했던 도연명의 집과 같다고 하였다. 이어서 울타리에 가득 핀 국화를 감상하기 위해 온 마음을 기울이고 있는데, 마침 태양이 서쪽으로 서서히 기우는 것도 모르고 바라보고 있었다. 마냥 국화 감상에 푹 빠져 국화를 사랑하는 분위기를 한껏 드러냈다. 계속하여 국화를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국화가 백가지 꽃 중에서 가장 늦게 시들고, 이후에는 감상할 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사실 국화는 傲霜孤節오상고절이라하여 서리를 이기고 늦가을에 홀로 피는데, 날씨는 이미 서늘하여 국화가 다 시들고 나면 계절은 어느 덧 엄동으로 들어간다. 이제 더 이상 감상할 꽃이 없으므로 사람들은 국화를 진귀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 가운데는 당연히 국화가 風霜풍상을 견디고, 늦게 시드는 굳건한 품격을 찬미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국화라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특별한 詩意시의를 발굴했는데, 참신하여 자연스럽고 진부하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자소개 元稹원진(779∼831)은 중당(766∼835)의 시인으로 자는 微之미지, 하남성 낙양사람이다. 15세에 과거에 합격한 수재이고, 감찰어사 등을 거쳤고 좌천되기도 했다. 환관 등 구세력들과 타협하여 재상자리인 東平章事동평장사에 올랐다. 백거이와 더불어 알기 쉬운 새 시풍을 개척했는데, ‘元輕白俗’원경백속(원진은 경박하고, 백거이는 속되다)이라고 혹평받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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