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除夜作
除夜作 한 해가 덧없이 가는데 제야작 高 適(고 적) 旅館寒燈獨不眠 여관의 차가운 등불 밑에서 홀로 잠 못 이루는데 여관한등독불면 客心何事轉凄然 나그네의 마음은 웬일인지 더욱 처연하다 객심하사전처연 故鄕今夜思千里 고향에서는 오늘밤 천리 밖 나를 생각하겠지 고향금야사천리 霜鬢明朝又一年 하얗게 센 귀밑머리, 내일 아침이면 또 한해가 가는구나. 상빈명조우일년 주석 除夜 제야(=除夕 섣달 그믐날 밤), 適 적(가다), 眠 면(자다), 客心 객심(나그네의 여정), 轉 전(구르다/더욱 더), 凄 처(쓸쓸하다), 凄然 처연(쓸쓸함), 鬢 빈(살쩍/귀밑 털), 霜鬢 상빈(하얗게 센 귀밑 털/白鬢백빈) 해설 除夜제야라 하면 흔히 한 해의 마지막 날로서 사람들에게 전통 명절에 대한 즐거운 상상력과 가족·친지들이 함께 모여서 밤을 보냈던 추억 등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데 이 시는 즐겁기보다 오히려 쓸쓸한 제야의 정경이다. 오십이 넘어 백발이 성성한 작자 고적이 나그네가 되어 타향에서 제야를 맞았다. 현실이 여의치 않아 귀향하지 못하고 객지 여관에서 홀로 제야를 보내면서 몸소 느낀 감회를 적은 것이다. 제1구(起句)에서 집을 떠나 멀리 타향의 여관에 머물고 있는데, 차가운 등불 밑에서 홀로 잠 못 이루고 있다고 하면서 자신이 처한 분위기를 그렸다. 섣달 그믐날 밤에는 집집마다 등불을 밝히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는데, 자신은 집 떠나 있는 나그네임을 강조했다. 제2구(承句)에서 자신이 새삼 나그네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더욱 처연한 자신의 신세가 한스럽다. 여관 풍경의 을씨년스러움에다 나그네의 쓸쓸하고 적막함이 물씬 배어 있다. 제3구(轉句)에서 고향의 친척들은 오늘 밤 한자리에 모여 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내면서 천리밖에 떨어져 있는 나를 생각하고 있으리라고 상상하고 있다. 제4구(結句)에서는 귀밑머리는 새하얗게 자꾸 세어 가는데 내일 아침이면 객지에서 또 새로운 한해를 맞는다고 하는 나그네의 감회가 가슴에 와 닿는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 이룬 것 없는 인생살이, 나그네 길에 처해 있는 백발의 몸, 고향에 돌아갈 수없는 민망한 사연을 가진 한 늙은이의 향수가 간절하다. 차가움(寒), 홀로(獨), 나그네(客), 쓸쓸함(凄), 서리(霜) 등 단어를 사용하여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하고, 고적함을 느끼게 한다. 또 한 해가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제 모두 금년 한해를 겸허히 반성해보고, 새해에는 더욱 분발하여 후회 없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고적(高適 702∼765)은 盛唐성당의 시인으로 자는 달부(達夫)이다. 호탕한 성격으로 어려서는 무절제한 방탕생활을 하였으나 과거에 급제한 뒤에는 관리생활이 순조로워 승승장구하였다. 만년에 발해후(渤海侯)에 봉해졌으며 50세가 되어서야 시를 배웠으나 일류시인의 명성을 얻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