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난도 데소토(Hernando de Soto)는 페루의 <자유/민주주의 연구소(ILD)>를 이끄는 남미 최고의 경제학자인데,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표작 <디 아더 패스(The Other Path)>란 책으로 큰 명성을 얻은 바가 있습니다.
민중주의의 바람이 거세어질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에르난도 데소토의 메시지는 '어떻게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는 고민하는 사람에게 큰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메시지는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나라이건 간에 번영하기를 원한다면 자본의 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는 점입니다. 정말 우리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입니다.
1. 도대체 서구에서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던 자본주의가 후진국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부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자본주의는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 말한 것처럼 마치 종 모양 단지(bell jar) 속에 갇힌 채 오직 서구에서만 번영하고 있는 것일까?
2. 자본은 노동생산력을 증대하고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발전의 기반이 되는 자본주의 체제의 젖줄인 동시에 가난한 국민들이 자본주의 경제의 특성을 대표하는 다른 모든 활동에 아무리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해도 결코 자본을 창출하지 못한다.
3. (그러면 누가 자본을 갖고 있는가? 과연 자본가들만이 자본을 갖고 있는가? 여기서 에르난도 데소토의 분석력이 뛰어나다. 서구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가 여기서 발생하게 된다.) 서구인들은 자산에 소유권을 명시해 자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으로 자산을 활용한다. 인간이 시도하는 가장 위대한 도전 가운데 하나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실체를 볼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접근하는 일이다. 실존하는 유용한 것이라고 해서 모두 가시적인 형체를 지닌 것은 아니다.
4. 예를 들어, 시간은 실존하지만 오직 시계나 달력을 통해 명시화될 경우에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은 정신의 힘을 바탕으로 손으로는 결코 만질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문서, 음표, 복식부기 등의 명시화된 체계를 끊임없이 발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통합적인 소유권 체계와 주식을 고안해 낸 위대한 자본주의자들은 우리가 축적한 방대한 자산에 묻혀 드러나지 않던 잠재적 자산을 명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다른 사람들이 그저 쓰레기라고 치부하던 것들에서 자본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5. 오직 서구만이 이처럼 보이지 않는 자산을 보이는 자산으로 변환할 수 있는 전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이런 불균형 때문에 서구에서는 자본을 창출하고, 제 3세계와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은 자본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6. 이제 우리 모두는 정보통신혁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세계 200개국 가운데 확장된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자본을 창출하는 국가는 고작 25개국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의 원천은 인터넷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원천은 바로 '자본'이다. 오직 자본만이 확장된 시장에서 전문화와 자산의 생산과 교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또 생산성을 강화하고 국부를 증대하는 원동력도 바로 자본이다.
7. 자본주의는 정교하고 우월한 체제로 군림하고 있지만, 자본주의는 항상 불안정하다. 1941년의 세계를 두고 미국의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는 이렇게 지적한 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본질적으로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자본주의 국가다. ... 다른 국가는 모두 파시즘이거나 사회주의거나 제 3세계다.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위기는 자본주의를 파멸의 순간까지 몰고 갔다. 오늘날 너무나 막강해 보이는 자본주의도 고작 몇 번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소멸될 수 있는 것이다. -에르난도 데소토, <자본의 미스터리: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했는가?>
알림: 11월 20일 신간이 출간됩니다!!! 공병호, <두뇌가동율을 높여라: 공병호의 50가지 실전 트레이닝>,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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