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제2편 윤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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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문 : 황홀경(恍惚境, raptus)

1.        강압. 즉 외적인 힘에서부터 주어지는 황홀경은 일종의 정신 작용을 의미한다. 이는 감각을 상실케 하는 일종의 정신병이 원인이 될 수도 있으며. 악마가 그 원인이 될 수도 혹은 신적 덕행이 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신적 덕행이 원인이 되는 황홀경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황홀경이며. 따라서 정신 작용을 통해서 어떤 것은 감각 작용에서부터 시작해서 초자연적인 사물에 도달하기까지 하느님의 영(靈)에 의해 들어 높여진다.

2.        용어상으로 진리에 대한 현시의 의미를 내포하는 황홀경은 그 자체로 인식 능력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일종의 감성적인 원인을 내포하면서 감각 능력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천국에서는 이 두 가지 능력이 함께 드러난다. 탈혼은 하느님의 사랑에서 드러나는 효과이지만, 황홀경은 탈혼에 도달하는 과정에 불과하며, 단순히 그 자체로 끝나게 되고 만다. 이 황홀경은 하느님의 영으로부터 작용되는 강압적 방법의 한 형태이다.

3.        성 바울로는 그가 경험한 황홀경을 통해서 신적 본질 자체를 본 것을 마음 속 깊이 간직했다. 왜냐하면 그는 참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성인(聖人)들의 무리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4.        그리고 성 바울로는 그가 경험한 황홀경 안에서 전혀 감각을 느끼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의 지적 인식력이 감각을 초월하는 작용으로부터 나타나는 작업이라고 한다면 신적 본질에 대한 최고(最高)의 현시도 감각의 초월 작용 없이는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그러나 성 바울로의 현시(顯示)에서는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될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성 바울로의 지성이 환상(幻像)의 감각적인 표상과 모든 감각적인 인식을 초월하였기 때문이다.

6.        그러나 성 바울로는 자신이 3층 하늘에 있다는 거사을 알았던 반면에 자신의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되었는지 아닌지는 몰랐었다. 우리도 역시 꿈을 꿀 때 그 꿈을 분명하게 알기는 하지만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를 인식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