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리스도께서는 온전하게 성체 안에 계신다. 왜냐하면 성체 축성기도문을 통해서 그분의 몸과 피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적인 병존(倂存)을 통해서 이제 그리스도 안에 실제적으로 그의 몸과 피와 일치를 이루고 있는 영혼과 신성도 성체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빵의 차원은 양적인 차원에 속한다. 또 이것은 비본질적인 것이다. 따라서 양적인 차원에서 그리스도로 전환되지 않는다. 단지 빵으로 남는다. 그러나 빵의 실체는 그리스도의 실체로 온전히 전환한다. 그러므로 그전에는 빵의 실체가 있었던 그곳에, 양적으로 많았든 또는 적었든 상관하지 않고 그 속에서 온전한 예수 그리스도의 실체, 즉 예수 그리스도 전체를 온전하게 발견할 수 있다.
2. 동일하게 그리스도는 축성된 어느 면병(麵餠)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차이점도 있다. 축성 기도문을 통해서 빵의 비본질적인 형상 하에 직접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영혼과 신성을 찾아볼 수 있고, 그와 유사하게 포도주의 형상 하에선 그리스도의 피를 직접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반면에 그와 병존관계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영혼과 신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는 순간에 축성하셨더라면 그의 몸이 자연적인 병존관계로 피와 더불어 있지 못했을 것이고, 피는 몸과 더불어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 경우 거기에는 병존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3. 만일 축성된 어느 면병에서나 온전하게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실제적인 병존 관계의 결과라고 한다면 역시 양적 규모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형상의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실체적인 방식으로서다. 또 그전에 빵의 실체가 있었던 그곳에서, 비록 아주 작은 빵의 크기라 할지라도, 온전한 그리스도의 실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작더라도 아직 조각으로 나눌 수 있는 어떤 크기의 축성된 면병의 모든 부분에서 온전한 그리스도를 찾아볼 수 있다.
4. 성체 안에서 온전한 그리스도의 질량적 규모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실체에로 전환이 완성되게 하는 성체 축성 기도문을 통해서, 또 병존관계를 통해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실체는 그 질량적 규모로부터 분리될 수 없고, 또 그 밖의 다른 부수적인 것들로부터도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5. 그러나 그리스도는 성체 안에 장소적 의미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장소로서 너무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축성되기 이전에는 빵의 실체가 그의 자연적인 외적 규모를 따라서 그 장소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축성 이후 그 장소를 그리스도가 차지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을, 다시 말해 그것은 빵과는 다른 차원에서 그렇다. 그리스도는 거기에 장소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즉 거기엔 한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6. 성체 안에 그리스도께서 마치 천상에 계신 것처럼 존재하시는 까닭에, 거기에 부동적으로 계신다. 왜냐하면 천상에 부동적으로 계시고 또 그래서 그 자체로 불사 불멸의 상태로 계시는 까닭이다. 단지 간접적으로 축성된 면병의 이동을 따라서 장소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축성된 면병이 더 이상 면병일 수 없을 때 성체 안의 현존도 멈춘다.
7. 그리스도의 몸은, 성체 안에서처럼, 어느 누구도 볼 수 없다. 또 누구도 그런 영광스러운 눈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사실 성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고유한 형상을 직접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그러한 실체의 방법을 통해서는 감각기관으로 감지할 수 없기에 감각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실체는 지성에 의해 인식될 수 있는 것으로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가지적(可知的)이다. 그리스도는 성체 안에 초자연적으로 현존한다. 성체 안에서 그분은 오직 하느님과 진복자들의 지성에만 가지적이며, 우리들에게는 신앙을 통해서만 가지적이다. 마귀들도 신앙을 통해서만 성체 안의 그리스도를 인식할 수 있는바, 그들은 표징의 분명성으로부터 확신하고 있다.
8. 성체 안에 핏방울, 살아 있는 육체, 아기 예수 등등 그것을 보는 사람의 감각 안에서 나타나기도 하는 기적적인 발현들이 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그것을 그렇게 변화시키는 만큼(어떤 사람에게는 발현이 감지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 또 실제적으로 성사 안에 발현이 가능한 만큼(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또 오랜 시간 동안 나타났을 경우)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스도의 본래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 그렇다고 그런 척하는 허상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형상이라든가, 색이라든가 하는 외적인 것만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우연유(偶然有)에 있어서는 근본이 되고 있는, 선행적 조건들이 남아 있는 한 흠숭해야할 그리스도의 몸은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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